+ 얼마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는 건지, 어떤 식으로 활용을 해야하는지 다른 ‘인친’님들의 피드를 기웃거립니다. 눈동냥, 귀동냥으로 하나씩 배워갑니다. 그러던 중 알듯 말듯 묘한 어려운 숙제가 하나 생기더군요.+ ‘갬성’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찾아보니 ‘감성’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SNS에서 #인스타갬성 #갬성사진 #새벽갬성 등으로 사용되곤 합니다. 주변에 갬성이 정확히 무엇이냐고 물어봐도 ‘느낌적인 느낌’이란 애매모호한 답변만 돌아옵니다. 점점 더 아리송해지는 ‘갬성’입니다. + 인스타그램에 갬성이라고
#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5~6년 만입니다. 대뜸 “잘 지내냐. 건강 잘 챙겨라”고 합니다. 싱겁기 그지없습니다. 오랜만에 연락해도 어제 통화한 것 같습니다. 친구는 그런 관계인가 봅니다. # 틈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봅니다. 여러 의미 중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거리’라는 뜻이 있습니다. 아마도 저와 제 친구는 ‘틈’이 넓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연락 한번으로 다시 가까워진 마음이 생기는 걸 보면 우리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방향이 같으면 틈이 메워집니다. # 늦은 오후 한줄기 빛이
# 이런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터널을 지날 때 숨을 참으면 소원이 이뤄진다. 짧은 터널이야 해볼 만하지만 남산 터널 정도만 돼도 숨을 참고 통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차가 조금이라도 막힌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 물론 ‘믿거나 말거나’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떤가요? 한 번쯤 숨 참아본 적 있지 않으세요?#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은 스위스 남부 알프스 지역을 통과하는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입니다. 터널 길이가 약 57㎞에 이른다고 합니다. 서울 시청과 경기도 오산 시청 거리보다 더 깁니다. 1999년 11월 4일에 착공해
# 자대배치를 받고 대기하던 때입니다. 동기를 빼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게 고참이었습니다. 정신없는 내무반에 우리 4명의 신병만이 목각인형처럼 각을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두달 만에 듣는 대중가요. 부동자세였지만 귀가 쫑긋 열렸습니다. #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모든 게 낯설고 혼란스러웠던 신병 시절. 그 가사가 얼마나 가슴에 와서 꽂혔는지 모릅니다. # god의 '길&
# 어르신들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공원으로 향합니다. 오랜만에 밖에서 진행한 사진수업입니다. 단풍 사이로 오후 햇살이 비칩니다. 바스락바스락 떨어진 낙엽이 밟힙니다. 거리를 보니 어느새 가을이 사라지고 있더군요. 뭐가 그리 바쁜지 가을이 가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잠시, 가을 풍경에 빠져봅니다. 수업 덕분에 잠시 여유를 즐깁니다. # 의자가 보입니다. 낙엽이 수북합니다. 낙엽도 쉬어가나 봅니다. 그럴 만도 하지요. 봄부터 그렇게도 뜨거운 여름까지 열일을 다했던 잎사귀들이니까요. 낙엽을 보며 생각합니다. 얼마나 최선을 다했기
# 며칠 전, 집에 들어가니 첫째가 얼굴에 붕대를 둘둘 감고 있습니다. 깜짝 놀라 다친 거냐고 물어보니 핼러윈 때 미라를 할 거라며 연습 중이랍니다. 핼러윈데이는 서양에서 10월 31일 벌어지는 축제입니다. 아이들은 귀신 등 괴상한 복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이나 초콜릿을 얻으러 다닙니다. # 저는 핼러윈데이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에서 펼쳐지던 화려한 코스튬 플레이, 어린이집 핼러윈 행사를 위해 수십만원의 코스튬 복장을 준비했다는 뉴스 등을 접하곤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습니다. 전통 명절은 챙기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의
# 잠을 좋아합니다. 다음 생에는 하루의 3분의 2를 잠자는 데 쓴다는 사자나 고양이로 태어나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당연히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멉니다. 총각 땐 휴일이면 오후가 될 때까지 자기도 했습니다. #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가만두지 않습니다. 등에 올라타고 발가락을 간지럽히고 팔을 꺾기도 하면서 일어나라고 재촉합니다. 부스스한 눈으로 일어나 아이들을 꼭 안고 있다 보면 꿈나라보다 더 행복한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일어나는 게 힘든 일만은 아닙니다.# 그믐달은 음력 27일에 뜨는 눈썹
# 어릴 때부터 잘 못 먹는 게 있습니다. 생선입니다. 비린내가 정말 싫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생선회도 군대를 다녀와서 처음 먹기 시작했습니다. # 아버지는 생선을 좋아하셨습니다. 입이 짧으셔서 생선을 한 번에 다 드시지 못하셨죠. 먹다 남은 생선은 밥그릇을 뚜껑 삼아 덮어놓으셨습니다. 아버지는 다음 식사 때 차갑게 식은 생선을 덥히기 위해 전자레인지에 돌렸습니다. 전자레인지 문을 열었을 때 비린내가 온 집안에 진동했습니다. 아마도 그때의 비린내가 싫어 생선을 멀리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래도 유일하게 먹는 생
# 벌써 10년 전입니다. 회사원이었던 전 일주일 휴가를 내고 울릉도로 떠났습니다. 서울에서 동해 묵호항으로 출발. 배를 타고 울릉도 도착. 다시 배를 갈아타고 독도로 출발.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울릉도로 귀환. 숨 가쁜 일정이었습니다. 울릉도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다음날을 기약했습니다. # 그렇게 아침이 왔습니다. 전날까지 잠잠하던 바다가 심상치 않습니다. 풍랑주의보 발효. 배가 며칠 동안 못 뜰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울릉도에 더 머물렀다간 휴가기간 안에 회사로 복귀를 못하겠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
# 박용준은 건축가다. 어릴 때부터 ‘쓱싹쓱싹’ 그리길 좋아했는데, 꿈을 이뤘다. 오상민은 사진작가다.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길 좋아했는데, 꿈을 이뤘다. # 둘은 꼬맹이 때 만났다. 같은 동네에 살았고, 같은 학교에 다녔다. 그래서 둘의 서로 다른 시선은 때론 교차하고 때론 흐트러진다. # 둘은 건축가와 사진작가로서 평범한 마을을 보기로 했다. 사소한 것들의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른 시선’으로 조명하자는 게 소소한 목표다. 이른바 ‘길걷수다’ 프로젝트,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깊게 생각해
# 얼마 전 친한 형이 결혼을 했습니다. 군대 때 맺은 오랜 인연입니다. 아쉽게도 식장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친구 중에는 결혼식을 두번 미룬 친구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식을 치르겠다고 합니다. 미룬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닌가 봅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축하를 해주는 일도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 청사초롱은 신랑이 말을 타고 신부의 집으로 떠날 때, 그리고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시집올 때 길을 비추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청사초롱은 곧 혼례식을 의미하는 뜻으로 통용되었습니다
#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이 노래는 미국의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년)에 삽입된 곡입니다. 노래는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당신의 꿈꾸던 세상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 속 도로시는 회오리바람에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고, 새로운 모험을 시작합니다. #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신이 무지개를 밟고 인간세계로 내려온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도 선녀들이 목욕을 하기 위해 깊은 산속 계곡에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 “그게 언제였는진 모르겠지만, 노을을 보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사진수업 첫날, 한 수강생이 건넨 말입니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그중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요?# 우리는 맑은 날 노을을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은 그 반대입니다. 그런 날은 평범하고 단조로운 빛만 보일 뿐입니다.# 구름이 종일 하늘을 덮었습니다. 해가 집니다. 붉은 태양빛이 구름을 비춥니다. 굴곡에 따라 어둡게 빨갛게 물들입니다. 하늘은 순식간에 태양 빛을
# 어두운 주차장. 전기 스파크가 번쩍. 강한 빛과 함께 웅크린 근육질의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기억하시나요?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 낼 정도로 유명한 터미네이터 등장 신입니다.# 1년 전, 한가로운 주말 밤. 길거리 공연이 한창입니다. 공연배우가 불이 붙은 솜뭉치를 바닥에 돌립니다. 화려한 불길이 순간적으로 그를 감쌉니다. 사람들이 ‘터미네이터 같다’며 환하게 웃습니다. # 터미네이터는 원래 악당이었지만 시리즈 2편부터는 주인공을 돕습니다. 악당을 물리치고, 위기에 몰린 주인공을 구해줍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를 용광로에
# 어릴 때 아파트 2층에 살았습니다. 엘리베이터는 3층부터 운행했지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가는 친구들을 보며 내심 부러웠습니다. 가끔은 3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층 걸어내려가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곤 했습니다. # 초등학생 때 63빌딩을 처음 가봤습니다. 지금까지 강렬하게 남은 기억은 엘리베이터입니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 통창으로 되어 있어 바깥풍경을 훤히 볼 수 있는 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 건설 중인 아파트 외벽에 공사용 엘리베이터가 보
# 시작은 사소한 방 정리 문제였습니다. 결국 큰소리를 내고 딸은 울고불고. 저는 씩씩대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며 생각합니다.‘아~ 내가 어릴 때는 말이야’# 단골 커피집이 문을 닫았습니다. 처음 들어간 커피집에서 라떼를 주문합니다. 커피를 받아보니 아뿔싸. 우유 거품은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이 라떼는 망했습니다. 생각합니다.‘아~ 내가 카페에서 일할 땐 말이야’# 이 라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가만히 두면 됩니다. 몇 분만 지나면 거품이 가라앉고 마시기 적당한 온도가 됩니다. 다시
# 흑백논리는 모든 사안을 극과 극으로 양분합니다. 선 아니면 악, 내편 아니면 적입니다. 흑백논리 앞에 회색은 없습니다. 중도는 회색빛 기회주의자로 매도됩니다. # 정치판은 흑백논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사용합니다. 지역과 이념을 색깔로 나눕니다. 내편은 무조건 옳고, 네편은 무조건 틀렸다고 우깁니다. 얼마 전 개원한 21대 국회는 좀 다를까요?# 빗방울이 차창에 맺혔습니다. 하늘과 그림자가 물방울에 색을 입혔습니다. 흰색 부분이 많기도 하고 검정색이 많기도 합니다. 내편 네편이 따로 없습니다. 본디 물방울은 색이 없습니다. 사
# 택배상자가 주인을 기다립니다. 누군가 땀을 뻘뻘 흘리며 켜켜이 쌓아놨을 겁니다. 그 땀의 비밀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사람들은 자기 것이 아닌 상자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 비대면 시대로 접어든 요즘, 온라인 배송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수혜를 누리겠지만 누군가는 더 많은 땀을 흘릴지 모릅니다. # 배송업체가 코로나19에 휘말렸습니다. 후속 조치를 소홀히 한 업체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고, 질타를 맞을 만합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는 그들까지 외면받을까 걱정입니다. 그들이 땀으로
옥상 휴게소입니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불어옵니다. 날갯짓 소리가 들립니다. 비둘기가 비상할 자세를 잡습니다. 역부족입니다. 비둘기는 날아오르기 무섭게 땅으로 곤두박질칩니다. 하지만 작은 비둘기는 포기를 모릅니다. 다시 날개를 움직입니다. 이번엔 방법을 바꿉니다. 바람에 거스를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바람결에 날개의 방향을 살짝 맞춥니다. 마침내, 비상. 성공입니다.침체가 깊어집니다. 뭔가에 도전하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희망’은 불어옵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저 거친 바람에 ‘내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