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대장암에 눈을 감았다. 수술 59일 만의 사망. 날벼락이었지만 끝이 아니었다. 병마는 대를 물고 딸을 찾아왔다. 이번엔 유방암이었다. 생명의 소중한 젖줄인 가슴을 자신들의 ‘숙주宿主’로 만든 셈이었다. 딸은 아빠와 달랐다. 암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몹쓸 병마를 애써 이겨냈고, 유방암 환우들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벌써 10년째 헌신獻身이다. 이런 딸을 두고 사람들은 “웃음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무거운 외로움이 숨어 있다는 걸 아는 이는 드물다. 암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