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분투를 거듭하던 이순신을 괴롭히는 건 왜적만이 아니었다. 조선 조정에서 만들어낸 ‘유언비어’도 순신을 벼랑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였다. “이순신이 연해의 해왕海王 노릇을 한다.” 그 중심엔 순신에게 질투를 느낀 서인이란 일종의 카르텔과 귀가 얇은 왕이 있었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금 정치판이나 그때나 다를 게 없었던 모양이다.한산도 진중에 전염병이 유행해 순신까지도 병으로 신음하고 있던 1594년 4월 9일. 진중에서 무과 별시를 시행하고 합격자를 알리는 방을 붙이고 있는데, 비가 엄청
10대의 문해력 부족은 세계적인 문제다. 세계 각국은 문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법적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문해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 방식의 문해력 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의 국어 시수時數를 늘리겠다는 계획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일례로, 2020년 EBS가 중학생 2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문해력 테스트에서 전체의 27.0%가 교과서를 이해하지
인터넷뉴스 매체들이 검색포털 다음과 법정다툼을 시작했다. 다음이 뉴스 검색 정책을 변경한 게 발단이 됐다. 지난 11월 22일 다음은 뉴스 검색페이지에서 콘텐츠제휴(CP) 언론사만 검색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CP는 포털과 언론사의 제휴 단계를 뜻한다. 다음의 경우, 크게 ‘CP’와 ‘검색제휴’로 나뉘는데, CP는 포털이 언론사 뉴스를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다. 포털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CP 뉴스 본문은 포털 사이트 안에서 볼 수 있다. 검색 제휴는 포털에서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그 결괏값에서만 기사가 보인다. 다음의 이번 정책 변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플린 신부가 자기 입으로 흑인 중학생 아이와 동성애의 죄를 범했다는 자백을 받아내려 하지만 플린 신부는 끝까지 부인한다. 수사 권한도 없고 형사 콜롬보나 CSI 과학수사대급의 추리력과 수사능력도 갖추지 못한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네가 네 죄를 알렸다’고 분기탱천하는 원님 재판 수준을 맴돈다.알로이시우스 수녀는 순순히 ‘자복’하지 않는 플린 신부에게 최후의 협박을 한다. 플린 신부를 둘러싼 의혹을 플린 신부의 전 근무지와 교구의 수녀들에게 물어보겠다고 한다. 신부의 비위나 비리 의혹을 조사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도미노가 붕괴하는 모습을 동원해 극적인 결말을 극대화한다. 주인공 V는 영국 국회의사당을 폭파할 날로 정한 D-day에 그의 지하 아지트에서 도미노 패들을 쓰러뜨린다. 수만개에 달하는 듯한 도미노 패들이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 같은 장관을 연출하며 쓰러진다. 그 쓰나미가 지나간 자리에 무정부주의(anarchism)를 상징하는 이니셜 ‘A’가 신의 계시처럼 드러난다.도미노 패를 쓰러뜨린 V는 자신의 승리를 예감하는 동시에 죽음도 예감하고 있다. 지하 아지트 바닥 가득 펼쳐져 완성된 ‘A’를 굽어보는 V가 쓰고 있
재능 있는 스토리텔러가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토리’를 잘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명장名匠 리들리 스콧이 제작한 ‘글래디에이터’가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글래디에이터’는 역사를 배경으로 만들었지만, ‘사실史實’은 많지 않습니다. 이런 스콧이 영화를 만들었기에 다행이지, ‘유튜버’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오늘은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유튜버 전성시대를 꼬집어보려 합니다.
명장名匠 리들리 스콧이 만든 ‘글래디에이터(Gladidatorㆍ2000)’는 명장의 작품다운 명품이다. 그해 아카데미 영화상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 작품상을 포함한 5개 부문을 휩쓸어버린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오로지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뛰어난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항상 조심스럽다. 뛰어난 이야기꾼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그럴듯하게 버무리는 재주를 지녔다. 사기꾼의 자질이기도 하다.분명히 이어붙였는데 그 자국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실로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정치판에선 뉴페이스였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단숨에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기성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 때문이었다. 윤 후보가 청년층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윤석열 후보는 변화와 새 정치를 원하는 청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청년이 윤석열 후보에게 질문을 던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은 “시일 내에 답하겠다” “답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 “답변을 작성 중이다”면서 수차례 말을 바꾼 끝에 더스쿠프가 전달한 청년 질의서에 답
“10년 전 청춘콘서트를 통해 청년들과 많은 공감을 했다. 하지만 대학교수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청년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세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청년공약 1~5호를 내리 내놓고, 청년들이 직접 청년 공약을 검증하고 제안하는 ‘청년내각’을 출범했다. 예나 지금이나 그를 가장 지지하는 세대는 청년이다. 안 후보는 청년들의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놨을까. Q1. 코로나19로 인한 아동의 돌봄 공백·학업능력저하 문제가 심각합니다. 공적·사적 지원체계로 건강한 성장을 도모해
던바 중위는 진절머리 나는 남북전쟁의 동부전선을 떠나 인디언 전쟁 중인 세즈윅 요새에 홀로 부임한다. 우범자들이 득실대는 동네 외진 파출소에 홀로 부임한 파출소장 꼴이다. 어이없는 발령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날 미국의 입장에선 그 지역의 ‘조폭’ 격인 수우족 인디언들이 ‘세즈윅 파출소’를 찾아온다.던바 중위는 인디언 전쟁 중인 세즈윅 요새에 부임한다. 전쟁 영웅치곤 초라하면서도 위험한 발령이다. 세즈윅 요새 주변에 미국과 전쟁 중인 수우족 인디언들이 득실거려서다. 그러던 어느날 수우족 인디언들이 세즈윅 요새에 찾아오고, 던바 중위
서언 자, 나는1) 이미 김수영을 “서구의 합리적 이지와 동양의 고전적 소양, 송곳style같이 날카로운 모던한 감각을 지녔으면서도 고유의 민중적 전통의 뿌리를 깊이 있게 의식했던 한국의 보기 드문 문화 검투사a cultural gladiator”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결코 그냥 한 헛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나의 연륜과 학문과 철학적 예지라 할까요, 머 그런 이미지의 연쇄작용에서 어느 날 운이 닿아 터져 나온 것입니다. 이것은 머 음악의 황제 베토벤이“짜자자 잔~”하고 ‘운명’이 지닌 영웅적 삶의 본질에 대한 음악적 리듬을 읽
형사 출신의 경찰대학 교수. ‘그것이 알고싶다’ 등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력범죄 사건 및 미제사건을 분석하는 범죄심리학자. 표창원은 우리에게 프로파일러 혹은 범죄분석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그의 행보에 변화가 생긴 건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서다.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이 불거졌던 당시에 그는 범죄수사 전문가로서 “다른 범죄사건처럼 적극적인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직설했는데, 그 주장이 돌연 매서운 공격을 받았다.경찰대학 교수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비난이 일자 그는 교수직에서 물러나
지난 3월 9일 한국크리에이터진흥협회가 창립총회를 진행했다. 한국크리에이터진흥협회는 1인 창작자를 위한 협회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익표 국회 정책위 의장,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종성 국회의원, 윤영찬 국회의원, 김기덕 서울시의회 부의장 등이 축사가 있었으며 , 법인 명칭 제정, 정관 심의, 임원 선임, 사업계획 및 예산 심의 등 구체적인 행보를 위한 협회구조를 명확히 하는 시간으로 펼쳐졌다.뉴스페이퍼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달과 1인 미디어 시대 속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대한 제도
지난 19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체부의 표준계약서 제정 및 고시와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표준계약서 사용이 위법이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태`를 계기로 출판사가 저작물 이용 권한 일체를 가져가는 `매절 계약` 등의 불공정 계약을 막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출판계와 작가단체들의 자문회의를 거쳐 지난 1월 26일,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이에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태는 언론의 가짜뉴스이며 루머라고 주장하던 대한출판협회는 정부의 표준계약서 역시 위법이라
지난 5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구름빵 사건이 남긴 숙제들: 출판 분야 ‘매절’ 계약서 및 저작권 양도 계약의 현황과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일명 ‘구름빵 사태’를 계기로 매절 계약과 저작권 양도 계약의 개념과 실태 조사, 국내외 저작권 법제 분석, 그리고 면담 등을 수행한 보고서이며 출판문화협회가 제안하는 저작자-출판사의 상생 그리고 공정한 계약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담았다. 구름빵 사태란, 동화 구름빵이 8개국에 수출되어 50만 권이 넘는 판매를 기록하고 뮤지컬 등 각종 2차 저작물로 제작되어 약
주인공 ‘표범 발’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개기 일식’이다. 쿠쿨칸 피라미드 꼭대기에 인신공양 제물로 끌려간 ‘표범 발’은 같이 잡혀 온 ‘제물’들과 온몸에 파란 물감을 칠하고 죽음의 순간을 기다린다. 쿠쿨칸 신에게 바쳐질 인간 제물들에게는 모두 파란색이 칠해진다. 눈부시게 빛나는 ‘인디고 블루(indigo blue)’다.‘인디고 블루’는 하늘과 통하는 신성한 색이다. 그래서 바빌론의 거대한 문이나 이슬람 사원들도 인디고 블루를 애용했던 모양인데, 이는 마야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온몸에 눈부시게 ‘예쁜’ 파란 칠을 하고 줄지어 선
우리는 매일 헷갈린다. 쏟아지는 뉴스와 정보들을 어떻게 선별해 믿어야 할지 말이다. 각종 SNS 단체방, 카페 게시판 등에는 허위정보와 동영상이 넘쳐난다. 가짜뉴스가 판칠수록 팩트체크의 중요성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일일이 따져보기란 쉽지 않다. 미디어 역시 가짜뉴스를 비판하면서도 아무 검증 없이 그것에 휘둘리거나 재생산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이 합리적인 판단하에 뉴스나 의견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한다며 ‘착각’한다는 것이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는 팩트체크조차 할 수 없는 가짜뉴스가 어떻게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난 9일 제16회 서울와북페스티벌 개막식이 온라인 생중계로 개최됐다. 비대면 사회에 맞추어 온라인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개막식에서는 네 명의 패널들이 참석해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다시 읽고 코로나 시대의 상황과 각자의 역할에 대해 고찰했다.사회를 맡은 김만권 정치철학자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전염병이 순식간에 멈춤 버튼을 눌렀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생각지 못한 규모,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일상을 덮치고 있다.”며 “불안하고 잘 알지 못하는 시간, 희망이 멈춘 시간을 건너가는 방법을 책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근 10여 년간 SNS는 일상 속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길을 걸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여행하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SNS 업로드를 염두에 두곤 한다. 그야말로 ‘SNS의 시대’에서 현대 미술은 과연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았을까?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년 시각예술창작산실 전시지원 선정작인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 전시는 SNS가 현대인과 동시대 예술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해당 전시는 총 17인(팀)이 참여해 60여 점의 회화, 영상, 설
사람을 죽인 아들, 강간죄로 체포된 남편, 사기죄를 저지른 아빠…. 수많은 사건 뒤엔 어느 날 갑자기 ‘범죄자 가족’이 된 사람들이 있다. 하루아침에 가해자 가족으로 지탄받게 된 이들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드러내지 못한다. 가해자 가족이란 굴레를 쓰는 순간 죄인과 다름없다는 시선이 그들을 향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건 한번 새겨진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단 거다.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는 ‘범죄자 가족’으로 고통과 차별을 감내하며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일본의 사례들이지만 우리나라 역시 가족의 연대책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