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는 운명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보여준다. 테베의 왕이 오이디푸스를 낳자 신전은 “그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놀란 왕은 양치기에게 아들을 죽이라 지시하지만 이뤄지지 않는다. 갓난아이인 오이디푸스는 이웃 나라 코린토스의 왕이 키우게 된다.훗날 성인이 된 오이디푸스는 신전에서 앞선 예언을 듣는다. 코린토스 왕을 아버지로 생각한 그는 운명에 저항하고자 코린토스를 떠나고 그 와중에 시비가 붙어 친부인 테베 왕을 살해한다. 이후 스핑크스를 무찔러 친모인 테베 여왕을
# 지난해 12월 말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첫 교통사고를 당했다. 반대편 차선에서 달리던 세단이 넘어와 사이버트럭과 부딪혔다. 세단은 반파했지만 사이버트럭은 흠집만 났다. 누군가는 ‘사이버트럭이 안전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 지나치게 단단한 사이버트럭은 보행자나 다른 자동차에 탱크처럼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사이버트럭이 이타적이어야 할 자동차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전기차 업계에서 테슬라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그동안 보여준 혁신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동차 제조
1월 1일 새해 다마스를 타고 고속도로에 올랐다. 일본에서 돌아오는 여자친구를 마중 나가기 위해서였다. 날씨는 온화했고, 새해 연휴의 마지막 날을 맞은 도로는 비어있었다. 이번 새해는 특별하게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다마스의 작은 차창 너머로 스쳐가는 풍경을 보며 이렇게 소소하게 새해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새해에는 보통 해돋이를 보러 동해로 갔다. 아니면 일이 바빠 읽지 못하고 미뤄뒀던 책을 읽고는 했다. 2024년에는 어딘가 가지 않고 현대문학상 수상집을 읽었다. 국내에 다양한 문학상이 있지만 현대문학상 수상집이
완전 자율주행차는 시간당 1.4TB 데이터를 생성한다. 1GB 영화 1434편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차에서 중요한 건 데이터를 처리ㆍ관리하는 체계와 능력이다. 그래야 숱하게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자동차 메이커들은 데이터보단 카메라와 센서에 더 주목한다. 괜찮은 흐름일까. 운전 중에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고객사의 중요한 회신일 수도 있어 잠깐 스마트폰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 순간 갑자기 한 아이가 차 앞으로 튀어나온다. 이때 당신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얼
2023년 11월 경찰이 양방향 무인 단속카메라 도입을 위한 시범 운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 장비를 도입하면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적발하기 쉬워지고, 단속카메라 설치 비용과 교통법규 위반 행위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그렇다면 단속에만 집중하는 게 과연 능사일까.우리나라의 교통안전문화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듯하다. 수치를 보면 그렇다. 2017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4065건이었는데, 2022년엔 2658건으로 34.6%나 줄었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역시 4185명에서 273
28㎓ 주파수는 ‘진짜 5G’에 없어선 안 될 요소다. LTE보다 20배 빠른 5G를 구현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통3사가 28㎓ 기지국을 충분히 설치하지 않은 탓에 소비자는 5G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이통3사가 갖고 있던 28㎓ 주파수 할당권을 뺏은 정부는 이를 제4이통사에 줄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28㎓는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이동통신3사가 초고주파인 28㎓ 주파수와 작별한 지 7개월이 흘렀다. 발단이 된 건 지난해 11월께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들의 기지국 설치가 부진
「상처받은 나들에게」김네잎 지음 | 더푸른 펴냄‘증후군’은 심리적, 신경‧정신‧병리학적, 문화‧사회적 요인 등으로 발생한다. 물리적, 정신적 혹은 심리적으로 아픔을 받은 자취는 크고 작게 남아 삶에 영향을 준다. 김네잎 시인은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50가지 증후군을 시와 사진에 접목했다. 증후군과 미묘하게 겹치며 연결되는 사진과 시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게끔 만든다. 내 안에 남은 아픔과 힘겹게 싸우고 있을 ‘나’들에게 에세이는 위로를 건넨다.「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 황금가지 펴냄봉
지난 2월 국내 최초의 지방자치단체 버튜버(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가 등장했습니다. 서울시 강서구의 ‘강서구 새로미’입니다. 새로미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과 재기 발랄한 내용으로 첫화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문제는 버튜버의 한계도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최초의 공무원 버튜버는 다른 길을 걷고 있을까요?첫화부터 ‘빵’ 터졌습니다. 서울시 강서구청의 공무원 버튜버 ‘강서구 새로미’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공무원이 만들었다고 보기 힘든 퀄리티와 MZ스러움이 철철 넘치는 내용, 조악한 음향이 큰
12일(현지시간), 체코 공영방송에 따르면,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별세했다. 94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쿤데라는 공산 체제였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소설 '농담'과 희곡 '열쇠의 주인들'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68년 '프라하의 봄'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나, 저서를 압수당하고 집필과 강연 활동에 제한을 받는 등의 억압을 겪었다. 결국 197
2021년부터 시행된 ‘안전속도 5030’ 정책을 향한 국민의 불만이 적지 않다. 불만을 하나로 집약하면 “현실에 맞지 않다”는 거다. 그러자 일부에선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후보 시절 이 정책에 손을 대겠다는 공약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보니 정책 폐기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그럼 이 정책은 폐기하는 게 마땅할까.19만6836건. 지난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다. 20만건 아래로 떨어진 건 1987년(17만5661건) 이후 35년 만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273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
#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사고의 후폭풍이 크다. 그동안 국내에선 소비자들이 급발진 사고의 입증책임을 져야 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소송을 벌인다 해도 완성차기업에 패소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강릉 사고를 계기로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차의 결함을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스쿠프가 김필수 교수와 함께 국내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당면과제를 살펴봤다.219만1381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9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다. 그중 10만1348건은 차량단독 사고다. 공작물 충돌,
자동차에는 해묵은 논쟁이 있다. 바로 급발진 사고 논란이다. 지금껏 급발진을 주장한 이들이 적지 않지만 제조사가 급발진을 인정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어서다. 법원 판결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실제 급발진 유무가 과학적으로 가려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럼 지금처럼 피해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법밖엔 없을까. “가속페달을 밟지도 않았는데 차가 굉음을 내며 앞으로 돌진했다. 제동페달을 밟아도 소용이 없었다. 급발진이 의심된다.” 누군가 이렇게 주장하면 으레 나오는 반박이 있다. “제동페달을 제대로 밟지 않았거나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착각해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의 보스로 등장하는 ‘하얀 사신’이 적을 제거하는 방식은 조금은 독특하다. 항상 상대의 무기로 상대를 처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병법 36계에 나오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남의 칼을 빌려서 죽인다는 뜻이다.차도살인은 최고의 병법 중 하나다. 우선 비용이 덜 든다. 상대를 제거하지만 상대는 그가 누구의 칼에 죽었는지 헛갈려서 누구에게 복수해야 할지도 헛갈린다. 관전자들도 누가 범인인지 알쏭달쏭하다. 살인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하얀 사신’은 마음에 안 드는 아들도 남의 손을 빌려 처단하고, 아내
세금을 잘 내오던 선량한 사업가 A씨는 얼마 전 기소를 당했다. 검찰이 A씨에게 ‘탈세 혐의’를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A씨는 ‘탈세 혐의’를 벗어버렸다. 그런데 이번엔 과세관청이 ‘사실상 탈세’라고 우기면서 가산세율 40%를 적용했다. A씨는 구제기관에 항변했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착한 사마리안법’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의사분이 계시면 승무원실로 와주세요.” 닥터를 부르는(call) 긴급한 기내 방송이 승객에게 전달됐다. ‘의사 승객’의 도움으로
1980년대 민족문학운동을 선도했던 고 채광석 시인의 국민훈장 모란장 추서식 및 제35주기 추모제가 지난 12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렸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였던 채광석 시인은 자유실천문인협회 총무간사 및 집행위원, 민중문화운동협의회 실행위원, 민통련 문화예술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반독재투쟁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그의 행적을 기려 한국작가회의는 2004년, 고 채광석 시인을 명예사무총장으로 추대했다. 1987년 6.10 민주항쟁이 있고 한 달 뒤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시인은 지난 6월 ‘6.10 민주항쟁 3
1조6000억원. 화물연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생산ㆍ출하ㆍ수출 피해액 추산 규모다. 화물연대 노조가 파업을 통해 정부와 협상한 것을 두고 ‘또다시 떼법이 통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파업의 씨앗이 정부가 6년 동안 지키지 않은 약속 때문이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8일 만에 막을 내렸다. 14일 밤 정부(국토교통부)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노조)가 5차례의 협상 끝에 타협점을 찾았다.이날 양측이 합의한 내용은 4가지다. ▲국회 원구성 완료 즉시 화물차 안전운임
22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신체의 절반이 3도 화상을 입는 끔찍한 경험을 겪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흉터, 사라진 손가락 마디, 그리곤 40여 차례의 수술….보통 사람이라면 감당할 수 없는 날이 계속됐지만 이지선(44) 교수는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 전문가’의 꿈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학업에 정진해 2016년 사회복지사 박사학위도 취득했습니다. 이런 그를 마주한 박다은(23) 학생도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만, 진로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란 헌신적이면서도 거친 길을 걸을 만한 자격이 자신
# 박다은(23) 학생은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막연한 불안감 탓에 철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다은 학생의 관심은 대학 시절 내내 타인에게 향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복수 전공으로 사회복지학을 선택하고 정신건강사회복지사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그렇다고 다은 학생의 고민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사회복지사란 헌신적이면서도 거친 길을 걸을 만한 자격이 자신에게 있는지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남을 돕기엔 가진 능력이 보잘것없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꿈 앞에 선 다은 학생은 그렇게 자신감을 잃고 주춤거리기만
막시무스의 등장으로 촉발된 코모두스 황제의 정치적 위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머리 좋은 책사 팔코 의원의 계략에 따라 로마 북부군과 원로원, 누이 루실라까지 가담한 쿠데타 음모를 겨우 막아내지만, 바람이 멈추지 않는 한 파도는 계속 밀려올 수밖에 없다. 아버지를 죽이고 황제 자리를 찬탈한 코모두스. 이제 어느 파도에 그의 배가 뒤집힐지 알 수 없다.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이고, 바람은 곧 민심이다. 콜로세움에 모인 군중들의 목소리가 민심을 대변한다면 민심이라는 바람은 이미 그에게서 돌아선 것이 분명하다. 세상 돌아가는 모
2016년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승강장 안전문을 점검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겨우 열아홉 살, 한 가정의 귀한 아들이었다. 사고가 난 자리에서 ‘현장 작업 시 최소 2인 1조로 그중 1인은 열차를 감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기본수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작 3000만원의 벌금형이 법인 사업주에게 내려졌고 한 생명을 앗아간 사고는 그렇게 마무리돼 잊혀갔다.5년여가 흐른 1월 27일, 갖은 곡절 끝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됐다. 이 법의 주된 내용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개인사업주와 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