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아픔으로 남아있는 건 그때의 사건을 여전히 풀지 못해서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형제복지원 사건. 폭력적인 공권력이 개입한 이 사건을 두고 수많은 사람들은 사과와 인정, 반성을 원했다. 또 누군가는 그 사건을 직접 기록하고 나섰다. 광주 독립서점 '소년의 서'는 그런 아픔이 서사처럼 흐르는 곳이다. 광주의 시간은 1980년에 멈춰 있습니다. KTX를 타고 송정역에 내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5·18광주민주화운동입니다. 광주는 5월 18일이 되면 많은 가게가 문을 닫습니다. 그날 제사를 지
2010년대 후반, 일상을 벗어나 훌쩍 떠나버리는 여행 상품이 유행한 적 있다. ‘일상은 지루하고 반복적이다’라는 소비자의 일반적 관념을 토대로 만든 상품이다. 그럼 우리의 일상은 정말 반복적이고 지루할까.부천문화재단은 2018년부터 매년 문화도시사업의 일환으로 부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다양한 일상을 담은 「도시다감都市多感:감정사전」을 발간해 왔다. 평범한 일상을 문학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거다. 자신에게는 흔한 일상이 남들에겐 이렇게 낯선 여행이 되곤 한다. ‘도시다감’은 ‘도시의 다양한 감성’이라는 뜻이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 우리는 視리즈 ‘요지부동 영화 관람료’ 1편에서 좀처럼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영화 관람료를 꼬집었습니다. ‘1000만 관객’ 영화과 줄지어 나오고, 극장에 사람이 붐비는 등 영화관이 활기를 되찾았는데도 어째서인지 관람료는 수년간 그대로입니다.# 이를 두고 영화관 관계자들은 “관람료를 인하해도 기대효과가 높지 않다”는 반론을 내놓습니다. 또 다른 한쪽에선 “팬데믹 때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어쨌거나 영화관 산업이 쇠퇴기를 맞은 건 비싼 관람료 탓이 아니라 OTT 때문”이란 주장을 내놓습니다.# OTT가 영화관 산업의 경쟁 플랫폼 중
“저는 설운도와 빅뱅, 르세라핌을 좋아합니다!” 아이돌 지망생이 소속사 면접에서 좋아하는 가수를 말하라고 했을 때 이렇게 답변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음악을 많이 듣지 않아 알고 있는 가수 이름을 모두 댔거나 음악 취향이 오락가락하거나 아예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15살 아니면 16살쯤 됐을까. 날 찾아온 학생은 베이지톤의 스웨터를 말끔하게 입고 있었다. 낯을 가리는지 고개를 숙이고는 자기소개를 했다. “문예창작과를 가고 싶어서 왔어요.” 웅얼거리듯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며 난 20년 전 혜화동을 생각했다. 나도 저 나이쯤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작품들은 지금 읽어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가 최초로 사용한 단어인 ‘로봇’과 인간 같은 곤충들, 인간에 의해 강제로 대량 증식된 도롱뇽, 전염병을 권력 수단으로 이용하는 독재자는 세계대전 당시의 세계와 지금 우리의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1984년)’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 대표적인 영화다. 자원을 낭비하고 서로 갈등만 일삼는 인간들이 쓸모없다고 판단한 ‘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디스토피아 영화의 고전이
# 10만원짜리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해 30만원짜리 암표를 구매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번 공연을 볼 수 있는 금액을 한번에 지출했으니, 소비자로선 공연 보는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암표가 기승을 부릴수록 공연 생태계가 망가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물론 공연 기획사 등도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예매 실명제를 도입하거나 대체불가능한 토큰(NFT‧Non Fungible Token)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하지만 암표를 규제할 허술한 법망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암표를 근절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면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웃음이다. 권력자들은 웃음거리로 전락할 바에는 차라리 공포의 대상이 되길 바란다.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도 마찬가지였다. ‘광기’에 휩싸인 그에게 스크린 안에서 독재자를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찰리 채플린은 ‘공포’였다. 속 시원한 ‘풍자’마저 어려워진 우리나라에서 권력자들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희극배우 찰리 채플린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채플린은 1889년 4월 16일에 태어났고 히틀러는 나흘 후에 태어났다. 두 사람은 비슷한 콧수염을 길렀고 예술가를 꿈꿨다.
「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박인하 시집 | 걷는사람 펴냄박인하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2018년 서정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이 보는 삶은 잔혹하고 아름다운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 죽음과 삶은 공존하고 또 도망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다.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존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둠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렇다면 빛이 또 있다는 것도 아는가. 시를 읽다 보면 어둠과 빛이 따로 또 같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온다. 「허깨비 신이 돌아오도다」위래 지음 | 아작 펴냄
저출산 시대다. 올해 1~3분기 신생아 수는 17만7000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이런 상황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유아용품 스타트업이 있다.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아기 속싸개 전문제조기업 ‘꼬꼬잠’이다. 이 회사를 창업한 박정혜(48) 대표는 "아기 울음을 벗어나고 싶었던 전업주부 시절의 경험을 살려서 제품을 만들었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기업의 경쟁력은 뭘까. 더스쿠프가 ‘꼬꼬잠’ 속으로 들어가봤다. 결혼 후 첫애를 낳고
영화관 업계가 ‘아이맥스’ ‘4D’ 등 특별관을 확대하고 있다. OTT에 밀려 영화관을 찾는 소비자가 가파르게 줄자 프리미엄 전략을 꾀하는 셈이다. 그 선봉엔 업계 1위 CGV가 있다. CGV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특별관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CGV의 프리미엄화가 영화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진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개봉한 ‘범죄도시3’은 천만고지를 넘어섰다.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 역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쯤 되면 영화관도 대박이 난 셈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곳을 훈훈하게 덮어줄 봄은 아직도 저
「상처받은 나들에게」김네잎 지음 | 더푸른 펴냄‘증후군’은 심리적, 신경‧정신‧병리학적, 문화‧사회적 요인 등으로 발생한다. 물리적, 정신적 혹은 심리적으로 아픔을 받은 자취는 크고 작게 남아 삶에 영향을 준다. 김네잎 시인은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50가지 증후군을 시와 사진에 접목했다. 증후군과 미묘하게 겹치며 연결되는 사진과 시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게끔 만든다. 내 안에 남은 아픔과 힘겹게 싸우고 있을 ‘나’들에게 에세이는 위로를 건넨다.「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 황금가지 펴냄봉
시각예술계는 ‘가치의 압축’이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영화·음악·연극과 달리 단 1쪽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시각예술은 영화·연극이나 문학 같은 텍스트 기반의 예술과 큰 차이를 보인다. 다른 예술은 해당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시각예술은 그렇지 않다. 단 한번에 가치를 얻을 수 있다.이렇게 한번에 가치를 드러내는 건 또 있다. 다름 아닌 화폐나 주식이다. 최근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와 같은 암호화폐가 나타나고,
1999년 경상북도에서 태어난 차도하 시인은 2017년 제25회 대산청소년문학상 고등부 시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문학에 두각을 보였다. 이후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서사창작전공 재학 중 스무 살의 나이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공식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선작인 ‘침착하게 사랑하기’는 “기성 시인 누구도 쉽게 떠올릴 수 없게 한 개성의 충만함”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용기” 등의 호평을 받았다. 등단 이후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와 연관된 출판사의 신춘문예 당선 시집 수록을
# 2018년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고은 시인은 신작 시집 출간을 보류했고 교수직도 내려놨다. 사회 곳곳에선 문단의 거목이던 고은 시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도 그때 빠졌다. 그를 기려 만든 공간도 허물었다.# 고은 시인은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걸었고, 패소했다. 소송에 지고서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하던 고은 시인은 올해 초 신작을 내려 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와 마주했다.# 그런 고은 시인의 90세를 축하하는 행사가
여성문화네트워크 주최의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에서 이소연 시인이 주목받는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과 삶을 통해 여성과 다른 소외된 그룹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페미니스트 시인으로 자신을 소개한다.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등단한 이소연 시인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는 2020년 알라딘 독자투표에서 ‘한국 문학의 얼굴’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시집은 ‘서울 국제 작가 축제’에서 번역 소개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이외에도 그녀는 도봉구에서 팟
# 한국인의 영화관 사랑은 각별합니다. 맘에 드는 영화는 ‘N회차 관람’을 마다치 않는 관람객이 숱할 정도죠. 문제는 영화관 티켓값이 최근 몇년간 무척 비싸졌단 점입니다. 이제 영화 1편을 보려면 티켓값만 1만4000원을 내야 할 지경이네요.# 그러는 사이 코로나19가 수그러들고, 영화관은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티켓값은 그대로입니다. 영화관 3사는 과연 티켓값을 내릴 생각이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 영화관의 티켓값을 다시 한번 점검해봤습니다. 이번엔 소비자가 영화 티켓값에 얼마나 부담
# 소설을 담는 그릇의 변화는 소설의 형식도 바꿔놨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작은 화면을 통해 스크롤하며 읽는 소설들이 붐을 일으킨 거다. 웹소설은 사람들의 욕망을 빠르게 채워주는 걸 목표로 한다. 카카오, 네이버, 문피아 등 웹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부자가 되는 꿈은 누구나 꾼다. 당장 땅을 판다고 해도 10원짜리 하나 나오지 않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100억원이 있다면…’ ‘내가 재벌그룹 총수라면…’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 상상을 ‘대리 만족’해 줄 수 있는 3편의 웹소설을 소개한다. 「회귀로
민음사의 문예지 《릿터》가 최근 42호를 출간했다. 이번 호에서는 인공지능 AI '챗GPT'와 문화예술의 관계에 대해 깊게 들여다본다.기존의 글쓰기가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온 우리에게 챗GPT는 충격을 주었다. 이번 호에서는 다양한 작가와 비평가들이 챗GPT와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을 펼쳤다. 인간의 글쓰기와 인공지능의 글쓰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공지능의 글쓰기는 인간의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러한 변화는 문학과 예술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소설가 듀나는 "인공지능에게 나 대신 소설을 쓰게 할 수 있을까?
조해진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가 15년만에 재출간되었다. 이번 출간은 조해진 작가의 작품을 모은 총서의 41번째 책으로, 오늘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재출간은 2008년에 처음 출간된 이 작품을 2023년 현재, 조해진 작가의 15년 동안의 작가 생활과 변화를 되돌아보는 시간여행으로 볼 수 있다.조해진 작가의 『천사들의 도시』는 인생의 불운과 불행, 그리고 깊고 어두운 고통에 빠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 중에서는 모어를 모르는 입양아, 외롭고 추운 밤에 AIDS에 걸린 여자, 결혼 이민을 통해 온 고려인,
‘다우트(Doubt)’는 영화보다는 오히려 연극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연극 ‘다우트’로 2004년에 퓰리처상까지 받은 존 패트릭 샌리(John Patric Shanley)가 2008년에 자신이 직접 감독으로 자신의 연극 작품을 무대가 아닌 스크린으로 옮긴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라기보단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Philip Seymour Hoffman)과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펼치는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시간적 배경은 1964년이고, 공간적 배경은 미국 뉴욕시 북부 브롱스(Bronx) 지역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