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조정은 끝내 이순신을 ‘심판대’에 세웠다. 형조좌랑 강항과 비변사 부제조 황신이 이순신을 적극적으로 변호했는데도, 조정 대신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이순신을 향한 공정하지 않은 심판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금은 어떤가. 여야 정치권력자들은 공정한 심판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고 있는가. 이순신이 하옥된 지 하루 만인 1597년 3월 5일부터 국문이 시작됐다. 팔척 장신의 이순신은 큰 칼을 뒤집어쓴 채 금부 나졸들에게 이끌려 황토黃土마루를 지나 정릉貞陵골 의정부에 도착했다. 길가에는 식전 아침부터 수많은 백성들이 그를 보기 위해 모여들
‘파이트 클럽’의 지도자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은 술집 지하실을 무단으로 점거해 파이트 클럽을 연다. 물론 간판을 내건 것도 아니다. 신입 회원들은 클럽 이름 그대로 그곳에서 회원들과 웃통을 벗어젖히고 맨주먹으로 1대1 ‘맞짱’을 뜬다. 상대가 항복을 선언하지 않는 한 서로 딱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팬다. 입술과 코가 터지고 눈두덩이 찢어지는 것은 기본이다.‘록키’의 챔피언 경기만큼이나 처절하다. 사회와 가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소외돼 그곳을 찾아온 회원들은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응어리를 폭발시킨다. 한쪽의 항복으로 난투극이
# 우리 사회는 보육시설을 떠나 홀로 서는 이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 부른다. 사회적 안전망이 촘촘하진 않은 탓에 자립준비청년이 정작 ‘자립’에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다행히 그중 몇몇 사례가 이슈를 불러일으키면서 최근엔 이들을 돕는 지원 시스템이 튼튼해지고 있다. 그런데 자립준비청년과 상황이 비슷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도 있다. 바로 ‘쉼터 퇴소 청년’이다. 둘은 왜 다른 길을 걷고 있을까.여기 두명의 청년이 있다. 둘 다 청소년 시절 가정에서 학대를 받아 집을 나왔다. 불우한 유년시절을 겪고 온전한 가정의 돌봄
술술은 물이외다, 물이 술이외다.술과 물은 사촌이외다. 한데,물을 마시면 정신을 깨우치지만서도술을 마시면 몸도 정신도 다 태웁니다.술은 부채외다, 술은 풀무외다.풀무는 바람비(風雨)외다, 바람개비는바람과 도깨비의 어우름 자식이외다.술은 부채요 풀무요 바람개비외다.술 마시면 취케 하는 다정한 술,좋은 일에도 풀무가 되고 언짢은 일에도매듭진 맘을 풀어주는 시원스러운 술,나의 혈관 속에 있을 때에 술은 나외다.되어 가는 일에 부채질하고안 되어 가는 일에도 부채질합니다.그대여! 그러면 우리 한잔 듭세, 우리 이 일에일이 되어 가도록만 마시
■클로백(Clawback) = 2011년 미국 모건스탠리의 한 임원은 연말 자선경매 행사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었다. 그는 가방에서 펜나이프를 꺼내 택시기사를 위협했고, 결국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혐의를 벗었다(기각).하지만 모건스탠리는 경찰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2주 전 해당 임원을 해고했다. 그에게 지급하기로 했던 성과급 500만 달러(약 67억원)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모건스탠리가 ‘클로백(Clawback)’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클로백은 임직원이 회사에
# “매일 투자원금의 2%를 수익금으로 드립니다.” 누군가 이런 말로 투자를 권유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많은 이들이 사기라면서 손사래를 치겠지만, 급전急錢이 필요하거나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아야 하는 사람들은 ‘유혹의 늪’에 빠질지 모릅니다. # 실제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건 투자설명회가 수원 등 경기 지역 곳곳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기업도, 투자방식도 의문이지만, 투자설명회는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이거 괜찮은 걸까요? 더스쿠프가 ‘일 수익률 2%’를 내건 투자설명
# 학폭 사건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입니다. 고위공직자들이 직職을 내려놓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죠. 유명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도 학폭에 연루되면 운동장이나 스크린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 하지만 학폭을 예방하는 시스템도, 학폭 피해학생을 위한 구제책도 아직 미흡하기만 합니다. 학폭을 당한 학생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조차 마련하지 않은 학교가 숱할 정도이니,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교육 당국과 학교가 학폭 가해자에게 엄정한 처분을 내리고 있는지 의문을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 지난 8월 29일,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 한가지 가정을 해볼까요? 당신의 초등학생 아들이 10여명의 동급생에게 둘러싸여 집단폭행을 당했습니다. 평소 ‘틱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왔는데, 끝내 ‘학교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 작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은밀하면서도 무서운 학폭 사건에 ‘TV 속 일’이라고만 여겨왔던 당신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평범한 부모라면 “잘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할 겁니다. 학계와 미디어에서 학폭 문제를 수없이 다뤘을 뿐만 아니라 교육 당국도 해결책을 쏟아냈으니까요. # 그런데 이게 웬걸, 담임교사는 아들을 보듬긴커녕 “네가 때렸지”
명예훼손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1전영규 지금부터 불편하고 지겨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정확하게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 알 만한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말하지 않는 이야기. 아무리 말을 해도 바뀌지 않기에 언제부턴가 더 이상 말하지 않는 이야기. 아무리 말을 해도 바뀌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만큼 지겨워진 이야기. 올해 초에 있었던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설문조사로 모든 이들을 경악하
매일 흉흉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이 아린 이야기들이 있다. 자녀로부터 폭력을 당한 부모들의 이야기다. 많은 부모가 자녀의 치명적 잘못을 묻어두려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자녀의 폭력을 용인하는 이들은 더 많을 수 있다. 문제는 자녀의 폭력성을 참고 쉬쉬하는 건 더 큰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프랑스의 심리 상담가이자 작가 카트린 르블랑의 「그래도 너를 사랑해」란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속 주인공인 ‘아기곰’은 ‘엄마곰’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사랑을 확인한다. “내가 말썽을 부리거나 엄마 말을 듣지
# ‘웃으면서 인사한다’는 이유로 맞았다.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며 또 맞았다. 대한적십자사 동부혈액원 직원 B씨는 그렇게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됐다. # B씨는 어쩔 수 없이 동부혈액원에 폭행의 실체를 털어놨다. 달라진 건 없었다. 폭행 여부를 감사한 동부혈액원 책임자 C씨는 “괴로워서 잠이 안 오면 양주 먹고 자라”는 등 괴상한 말만 늘어놨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담긴 ‘폭행 문답서’를 가해자 A씨에게 넘겨줬다. 훗날 A씨는 폭행 혐의로, C씨는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 # 이 이야
# 8년 전, 동부혈액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터졌다. 상급자가 후배직원을 틈만 나면 폭행했다. 사건이 공론화했는데도 동부혈액원 행동강령책임관은 해괴한 말만 늘어놨다. “참아라.” “괴로우면 양주 먹고 자라.” 이 책임자는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폭행 문답서를 건넨 혐의로 벌금형까지 받았다.# 그런데, 가해자는 여전히 대한적십자사에 있다. 문제의 행동강령책임관은 지난 3월 동부혈액원 원장으로 복귀했다. 지금 대한적십자사에 없는 이는 ‘피해자’뿐이다. 이 납득하기 힘든 일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더스쿠프가 동부혈액원에서 벌어
# 시장에서 ‘도덕적 해이’는 대리인(Agent·전문가)이 주인(Principal·소비자)보다 우월적 지위에 서있을 때 발생한다. 예컨대, 의학 지식을 독점한 의사(대리인)가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환자(주인) 몰래 과잉진료를 하는 식이다. 이는 도덕적 해이가 법조계(검찰)·금융계·의료계·언론계 등 전문가집단에서 더 많이 표출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런 측면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불거질 때 ‘내부통제시스템’의 부실함을 거론하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집단의 우월적 구조와 폐쇄적 문화를 뿌리뽑지 못한다면,
시중은행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신뢰다. 신뢰가 있어야 고객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을 얼마나 더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자장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모자라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횡령은 기본이고 은행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직원도 있었다. 최근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는 산업 중 하나가 은행업이다. 기준금리 인상기를 틈타 대출금리를 끌어올려 ‘이자장사’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2월 2.82%였던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신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고등학생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던 주인공이 펼치는 복수극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들도 이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다. 태국에선 ‘더 글로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SNS상에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타이 더 글로리(Thai The Gloly)’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그만큼 이 드라마가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방증이다. 드라마 속 학교폭력, 거기서 우린 뭘 깨달아야 할까. ‘학교폭력(이하 학폭)’을 소재로 삼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인기가 뜨겁다. ‘더 글로리’는 고등학생 시절 학폭을 당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무정부주의를 전면에 내세운다. 영화의 공동제작사 이름이 아예 Anarchos Production Inc.이다. ‘anarchos’는 정부나 통치의 부재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다. 무정부 영화사가 작심하고 제작한 무정부주의 영화인 셈이다.400년 전 영국 국회의사당 폭파를 시도했던 가이 포크스처럼 ‘미래 어느 날’의 V 역시 ‘무정부주의자’다. 인간들이 국가라는 제도를 발명한 이래 그 존재를 부정하는 무정부주의는 뿌리가 깊다. 국가와 정부라는 건 사실 ‘필요악必要惡’이다. 수술의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
객차 CCTV 실시간 화면 송출 사실상 불가능 서울교통공사 사장 “현재로선 녹화만 가능” 11년 전 CCTV 화면 실시간 송출 가능한 무선영상전송장치 도입했지만 방치 의혹2015년 나랏돈으로 구축한 LTE-R 허점투성이 # 공포의 순간 2021년 7월 25일 오전 7시 17분. 20대 여성 A씨는 용산역에서 노량진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1호선에 앉아있었다. 여느 아침과 다를 바 없는 출근길. A씨의 마음은 평온했다. “처걱〜처걱~처걱~.” 노량진역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차창 밖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A씨의 눈에 누추한 옷차
지하철 객차가 ‘안전 사각지대’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성추행, 폭행, 방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객차 내 CCTV가 있긴 하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달려 있는 것이 빈껍데기나 다름없는 것도 문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객차 내 CCTV의 민망한 현주소를 단독 취재했다.# 지난 3월 18일 오후 10시를 넘긴 시각. 1호선 지하철은 ‘개봉역’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늦은 퇴근길, 지하철 안은 조용했다. 그때였다. “뭐야!” 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특이한 단어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아쎄이’, ‘긴빠이’, ‘악!’, ‘~인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등등...이러한 말들은 대체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바로 해병대의 은어에서 따온 것이다.신입을 뜻하는 말인 ‘아쎄이’, 훔치거나 빼돌리는 것을 뜻하는 ‘긴빠이’와 같은 말들은 물론이고, 무언가를 인내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했다는 글이 올라올 때면,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라는 농담조의 댓글도 흔히 볼 수 있다.대한민국 남성의 절대 다수는 육군에서 군복무를 했기에 이러한 해병대의 은어들이 생소할 수도 있다
신경숙이 돌아왔다. 21년 3월 장편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열면서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신경숙 사태는 단순한 개인의 표절 문제가 아니었다. 문학권력 논쟁의 기표이며 새로운 문학 지형도를 그리게 된 일종의 빅뱅 같은 것이었다. 지금까지 문학계에서 표절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신경숙 사태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문학권력이라는 거대한 구조와 연계되어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백낙청 교수는 창비 창간 50주년 축하 모임에서 “2015년 한 해 동안 창비의 성취 중 하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