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공장이 모여 있던 성수동 일대는 서울에서 두번째로 지식산업센터가 많은 곳이다. 다만, 지구단위계획이 바뀌면서 지식산업센터도 고층업무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성수동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붉은 벽돌’은 여전하고 성수동에 있던 회사가 새 사옥을 짓는 경우도 있지만 사라지는 것도 있다.우리는 1편에서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북쪽 뚝섬역까지 걸었다.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붉은 벽돌’ 건물이 이곳의 함의를 빛내고 있었다. 이제 성수역으로 발걸음을 넓혀보자. 지하철 2호선 뚝섬역 앞 디벨로퍼 네오밸류가 자리 잡은 ‘누
전통시장은 민심과 바닥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최적의 척도다. 서민층이 주로 찾고, 영세상인도 꽤나 많아서다. 정치인들이 철만 되면 시장을 찾아 떡볶이를 먹는 등 이상한 쇼잉을 해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설 명절을 앞둔 시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모처럼 찾아온 대목에 숨죽였던 활력이 움트고 있을까. 더스쿠프 취재팀이 지난 1월 30일 영등포시장을 찾아가봤다. 1956년 문을 연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의 시장. 영등포전통시장(이하 영등포시장)이다. 한때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물건을 사러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영등포시장은 예전
인쇄기를 발명해 중세 유럽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지식 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그의 발명은 소수의 귀족과 성직자들이 성경과 지식을 독점하던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는 제자로부터의 배신과 동업자의 소송에 따른 파탄, 노년에 찾아든 실명이란 엄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독점과 어둠이란 중세의 봉인을 해제한 것에 따른 천형天刑이었을까.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개발하기 전 유럽에선 수천권의 필사본만이 나돌았을 것이다. 그가 금속활자로 인쇄기를 발명한 시점에서 불과 50년이 흐
저출산 시대다. 올해 1~3분기 신생아 수는 17만7000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이런 상황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유아용품 스타트업이 있다.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아기 속싸개 전문제조기업 ‘꼬꼬잠’이다. 이 회사를 창업한 박정혜(48) 대표는 "아기 울음을 벗어나고 싶었던 전업주부 시절의 경험을 살려서 제품을 만들었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기업의 경쟁력은 뭘까. 더스쿠프가 ‘꼬꼬잠’ 속으로 들어가봤다. 결혼 후 첫애를 낳고
코언 형제 감독은 영화 속에 그들다운 매우 짧지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시퀀스를 배치한다. 미네소타주의 브레이너드(Brainerd)라는 작은 시의 여자 경찰서장 마지(Marge)는 고속도로 살인사건을 추적하면서 용의자들과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2명의 나이 어린 창녀를 찾아가 용의자의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데 그 장면이 매우 신선하다 못해 코믹하기까지 하다.군더손(Gunderson)이란 성姓을 보면 마지는 노르웨이계 이민자다. 통통한 어린 창녀들도 영화 속에서 성을 밝히진 않지만 특유의 억양으로 짐작건대 노르웨이계임이 분명하다.
주식 불개미이경옥증권사 객장 전광판에 개미들이 들붙었다 찌라시 ‘카더라 통신’ 시시각각 수신하며 호재성 명품 고르느라 촉각 곤두세운다 눈독 들인 불기둥은 한발 빨라도 이미 늦어붉은 상향 화살표로 쭈욱 쭉쭉 올라가고 잠깐만, 급하게 올라탄다정말 잠깐 멈춘 그새 첫사랑 떠나보낸 듯 놓치고 땅 칠 바엔 무조건 가는 거다, 못 먹어도 Go, Go다 끝 간 데 어디인지는 몰라 너도 나도, 그 아무도 그렇게 잡은 상투 화살표가 뒤집힌다자진한 ‘영끌빚투’ 본전은 어느 천년 불개미 환골탈태가 지척이듯 멀어라 * 영끌빚투: 영혼을 끌어다가 빚을 내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상봉터미널이 11월 30일 운영을 종료했다. 1985년 운영을 시작한 지 38년 만이다. 한창때 하루 2만명에 달하던 승객은 20명 미만으로 급감했고, 운영사는 적자에 시달리다 폐업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더스쿠프가 폐업을 사흘 앞둔 상봉터미널에서 시민들을 만나 마지막 얘기를 나눠봤다.강원도 강릉에 살던 이경미(가명)씨는 19 97년 겨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다. 버스 종착지인 상봉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겨울 해는 일찌감치 기운 후였다. 그는 대합실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연락처를 뒤적였다
임금은 온종일 명나라의 구원만 기다렸다. 백성이 죽든 말든 나라가 위태롭든 말든 그 생각만 했다. 그 무렵, 이순신은 해전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승전을 알아주는 조정 대신들은 없었지만, 이순신은 그 길을 운명으로 여겼다. 혹여 세상이 그때 알아주지 않았더라도 진짜 영웅은 역사에 남는다. 지금 우리의 정치인 중엔 ‘역사’에 남을 이가 있을까.제1차 금산전투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조선 관군과 의병은 왜군의 전라도 진입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전투에 나섰다. 1592년 8월 중순에는 충청도 의병장 조헌이 700명의 의병을 거느
“평양을 버리지 않겠다.” 선조는 백성 앞에서 당당하게 약조했지만, 사실 명나라란 ‘뒷배’를 믿은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명나라가 조선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자, 대신들이 먼저 동요했다. 후방에선 이순신이 승전고를 울리고 있었지만, 높으신 나리들은 평양을 떠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참으로 고위직이란 양반들의 무책임함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 듯하다. 류성룡은 수성대장 윤두수에게 ‘이일이 또 술만 먹고 있으니, 빨리 영귀루로 출발하라고 영令을 내리시오’라고 재촉했다. 명령을 받은 이일은 그제야 군사를 거느리고 함구문을 떠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하재영 지음|잠비 펴냄 2018년 출간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이 개정증보판으로 발행됐다. 이 책은 ‘오로지 나 자신’밖에 모르던 저자가 강아지 피피를 맡으면서 시작한다. 피피와 함께 살기 위해 ‘개’의 모든 걸 배우기 시작한 그는 ‘버려진 개에 대해’ ‘고통받는 존재에 대해’ 눈을 뜬다.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개농장, 도살장을 다니며 번식업자, 육견업자, 동물보호소 운영자 등을 직접 만났다. 개를 향한 애정과 관심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로 확산한다. 「이주하는 인류」샘 밀러
믹스커피 시장의 절대강자 동서식품이 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2월 캡슐커피 ‘카누 바리스타’를 론칭하면서다. 12년 전 실패했던 캡슐커피 시장에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졌다. 공교롭게도 신시장 개척에 나선 직후 오너 2세 김석수 회장이 복귀했고, 10년 만에 대표도 변경됐다. 동서식품으로선 캡슐커피 시장을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셈인데, 그만큼 부담감도 높아졌다.믹스커피 브랜드 ‘맥심(Maxim)’으로 널리 알려진 동서식품이 새로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월 캡슐커피 브랜드 ‘카누 바리스타’를 론칭하면서다.
# 3고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가 지속될수록 한국경제가 점점 더 깊은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영업자는 외줄을 타듯 위태롭기만 하다. 누군가는 고민 끝에 가게 문을 닫고, 창업을 고민하던 이는 그 시기를 뒤로 미룬다. # 황학동 중고시장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며 중고물품을 찾던 이들이 그 돈마저 쓰지 않으면서 황학동엔 전에 없던 침체가 내려앉았다. 하루하루 더 힘겨워지고 있다는 황학동 상권으로 더스쿠프가 들어가봤다. 視리즈 중고시장 황학동의 눈물, 첫번째 편이다. 때 이른 무더위
김관식의 입관천상병심통한 바람과 구름이었을 게다. 네 길잡이는.고단한 이 땅에 슬슬 와서는한다는 일이가슴에서는 숱한 구슬.입에서는 독한 먼지.터지게 토해 놓고,오늘은 별일 없다는 듯이싸구려 관 속에삼베옷 걸치고또 슬슬 들어간다.우리가 두려웠던 것은,네 구슬이 아니라,독한 먼지였다.좌충우돌의 미학은너로 말미암아 비롯하고,드디어 끝난다.구슬도 먼지도 못 되는점잖은 친구들아,이제는 당하지 않을 것이니되레 기뻐해다오.김관식의 가을바람 이는 이 입관을.ㅡ『새』(조광출판사, 1971)에서 천상병(1930〜1993) 시인이 4년 연하 김
검수완박이란 지상과제를 해결하겠다면서 탈당했던 의원이 다시 복당했다. 국민뿐만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 의원도, 그를 복당시킨 당 사람들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의 당위성을 인정했으니, 그의 탈당에도 문제가 없다는 궤변만 늘어놓는다. 가뜩이나 돈봉투 때문에 시끄러운데…. 이 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노량 근처에 숨어 있던 원균은 판옥선 1척을 타고 순신의 함대가 정박 중인 당포에 도착했다. 이 장면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가 타고 온 판옥선엔 대포가 하나도 실려
이순신이 거북선을 만들자 왜국의 공격에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서인’ 세력이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류성룡 일파의 세력이 커질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를 한다는 높으신 양반들의 사고방식이 왜 그 모양인지 알 수가 없다. 거북선이 좌수영 앞바다를 몇바퀴 돌자 모여든 구경꾼들이 기뻐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함성 소리를 유추해 보자면 “거북선 만세! 순신 만세!”일 것이다. 녹도만호 정운과 송희립은 “사또, 이런 배가 20척만 있으면 왜구는커녕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겠소!”라며 취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알렉산더 케이 지음, 방중서 옮김 | 허블 펴냄인기 애니메이션 ‘미래소년코난’의 원작 소설이 한국에 소개된다. SF 작가 알렉산더 케이의 소설로 수많은 서브컬처 작품에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수몰된 세계와 그곳에 생존한 코난과 라나의 이야기다. 소설과 애니메이션 사이에 서사적 차이가 있어 ‘미래소년코난’을 보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냉전, 세대 갈등까지 2022년과 별 다를 바 없는 소설 속 이야기로 우리의 미래를 만나보자.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이우성 지음 | 문학과지
정치는 협상의 장이다. 여야가 충돌하고 타협하면서 나랏일을 처리하는 게 바로 정치다. 그래서 정치인은 똑똑해야 한다. 때론 전략적으로 거래를 할 줄 알아야 하며, 때론 비수를 꽂을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야는 둔해 보인다. 전략이 없으니 협치가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맡겨도 되는 걸까.이순신이 차고 다니던 화살통은 그의 활솜씨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다. 용과 봉이 조각된 것으로 그에겐 보물과 다름없었다. 골동품을 좋아했던 당시 우의정 유전柳塡은 활터에서 우연히 순신의 활 쏘는 모습을 구경하는데
‘불릿 트레인(Bullet Trainㆍ2022)’은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신작 액션 코미디 물이다. 제작비 1억 달러를 투자해서 전 세계적으로 2억40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면 흥행에 성공한 셈인데, 우리나라에선 흥행 보증수표라 일컬을 만한 브래드 피트가 주연임에도 흥행에 참패한 듯하다. 왜 일까. 우리나라에서 ‘불릿 트레인’이 실패한 까닭을 말하라고 한다면, 첫번째 ‘왜색倭色’을 꼬집을 수 있다. ‘왜색’을 향한 우리나라 관객의 거부감은 제아무리 브래드 피트라고 해도 ‘넘사벽’이다.우리가 ‘불릿 트레인’의 ‘왜색’에 섭섭했다면,
안영 작가의 “만남, 그 신비”는 1968년 에 발표된 ‘가을, 그리고 신사’의 뒷이야기다. 주인공 수도승이 이후에 어떻게 삶을 헤쳐 나갔을지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에, 작가의 오랜 소망이 맞물려 반세기 만에 다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물질문명의 위력이 넘치고 전자 매체의 편의가 삶을 지배하는 시대에, 이토록 맑고 아름다운 정신적 사랑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하나의 행운.”-김종회 문학평론가 과거로부터 온 듯한 이 이야기는 배금주의와 물질주의 사상이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비물질적이고 정신
# “탈원전 때문이다.” “연료비가 올라서다.” “전력도매가격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분기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손실을 입자, 그 원인을 두고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 그중 가장 거친 주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런 논리에서 한전의 적자를 분석하고 있는 듯하다. 쉽게 말해, 한전 적자의 원인이 ‘기승전 탈원전’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다. # 그렇다면 이 논리는 설득력이 있을까. 2017~2021년 원자력발전소의 발전량이 14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