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5시 50분. 알람이 울리기 전에 조용히 눈을 뜹니다. 배달시킨 커피 원두를 꺼냅니다. 가위로 모서리만 조금 자릅니다. 진한 원두 향이 잠을 깨웁니다. 그라인더 3인분 표시선까지 원두를 넣고 복도 쪽 방으로 들어갑니다. # 문을 닫고 방석으로 그라인더를 덮고 커피를 갑니다. 덕분에 아무도 깨어나진 않았네요. 그렇게 만든 커피를 보온병에 담습니다. 물병도 챙기고, 작은 1인용 돗자리도 챙깁니다. 읽고 싶었던 책과 겉옷도 챙깁니다. 혼자 잠시 소풍을 다녀오려 합니다. # 사전투표를 마친 덕분에 하루 휴가가 생겼습니다. 점심엔
여자친구와 마포의 어느 공원을 들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볕이 드는 발코니에서 양다솔 작가의 「적당한 실례」를 읽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세먼지 수치가 너무 낮았다. 비염이 심한 나는 먼지가 많은 날에는 야외활동이 어렵다. 봄날의 볕은 따뜻하고 미세먼지 수치는 낮았으니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우린 2인용 커플 자전거를 빌렸다. 내가 앞에, 여자친구가 뒤에 탔다. 살갗에 부딪히는 바람이며, 한강을 넘어가는 지하철의 규칙적인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빠르게 흘렀다. 오래간만
# 약속은 신뢰다. 약속을 허투루 다루면 ‘사적 관계’도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왜 못 지켰는지” “언제쯤 지킬 건지”를 설명하는 건 약속을 어긴 이의 채무다. # 하물며 사적 관계도 이런데, 공적 약속을 습관처럼 잊는 사람들이 있다. 여야 금배지들이다. 때만 되면 ‘공약의 성찬盛饌’을 늘어놓지만, 그걸 지켰는지 지키지 않았는지 분석조차 하지 않는다. 혹여 지키지 않았더라도 성찰 따윈 없다. 다음 선거 때 모른 척 ‘재탕삼탕’ 공약만 내놓으면 그만이다. 이들에겐 공약 이행도를 알려야 할 법적 의무도 없으니 ‘고질병’은 갈수록 심해진
한국문학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023년 기준 최근 5년간 해외에서 한국작품은 185만부의 작품이 팔렸다. 유명 해외문학상에 후보로 오르거나 수상한 작품도 숱하다. 올해만 하더라도 김혜순 소설가의 「날개 환상통」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의 최종후보로 올라가 있고 한강 소설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하지만 작품의 성공과는 별개로 한국문단을 향한 비판의 수위도 높다. 표절 사태, 재현의 윤리, 친일문인기념상, 문단 내 성폭력까지 비난의 범주는 폭넓다. 차별 논란도 여전하다. 마치 학벌처럼 데뷔
# 198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사람들은 한강이 ‘출퇴근길’이 되는 걸 상상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이 물거품으로 끝났다. 한강을 이용해 내달리는 수상택시나 수상버스는 빠를지 몰라도, 한강 선착장까지 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2024년 리버버스 도입을 선언했다. 리버버스 선착장을 늘리고 자전거도 ‘리버버스’에 싣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다면 자전거는 접근성을 해결할 수 있을까. 2024년 9월이면 한강에 ‘리버버스’가 뜬다. 지하철 대신 배를 타고 출퇴근이 가능해진다. 여의도에
해외에 최초로 소개된 한국문학은 미국에서 1889년에 출판된 구비문학작품집 「한국민담집 Korean Tales」이다. 그 이후로는 1892년 프랑스에서 나온「Le Printemps Parfumé 춘향전」이 있다. 당시에 한국문학은 동방의 신비로운 이국 문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동양을 향한 서구의 호기심이었을 뿐 존중은 없었다.2016년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여한 대만 작가 퉁 웨이거는 “나는 전통 한자라고 알려진 마이너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내가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언어의 심미성이나 독창성이 뛰
2009년 1월 20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이 불탔다. 용산 4구역 상가 세입자들이 재개발 철거에 반대해 농성 중이던 건물이었다.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고, 이날을 사람들은 ‘용산참사’라 불렀다.지난 20일 용산 참사 15주기를 맞았다. 예술은 참사를 어떻게 기록할까.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 가져야 할 자세는 어떤 것일까.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생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소설은 기록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야 하기에 ‘재
2023년은 팬데믹으로 숨죽였던 문학계가 활기를 다시 찾은 한해였다. 전국 단위의 문학행사들이 활발하게 열리고 K-문학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건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이 범람하고, 도서정가제 합헌, 알라딘 해킹, 블랙리스트 기억의 소환 등 곱씹어볼 만한 이슈도 숱했다. 더스쿠프와 Lab. 러터러시가 2023년 한해 문학계 이슈를 모아봤다.■빛 : 대형 문학 행사 = 제9회 세계 한글 작가대회, 목포문학포럼, 한국문학번역원 디아스포라 교류행사 ‘경계를 너머, 한글문학’ 등 문학계 내 대형 행사가 모두 성황리에
1593년 4월 9일. 명나라 장사꾼 심유경은 왜군의 수장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심유경은 “한양에서 물러간다면, 조선의 남삼도를 풍신수길의 영토로 할양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조선 조정은 애먼 결정만 내리고 있었다. 밀실 합의의 폐단을 극단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다. 대부분 신당 창당 건이고 대부분 ‘밀실’에서 진행된다. 그들은 누굴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왜군은 갈수록 불리해졌다. 우선 군량미 부족으로 인한 굶주림이 심각했다. 병력도 왜란 초기에 비해 절반이나 줄었다.
# 정치는 어지럽고 민생은 어렵다. 칠흑 같은 ‘침체 터널’에 갇힌 서민에게 힘겨움은 이제 일상이 됐다. 그런데도 리더를 자처하는 이들은 국민을 담보로 ‘정치적 흥정’만 늘어놓고 있다. ‘총선 정국’에 매몰된 우리나라 정치판의 민낯이자 뼈아픈 퇴행이다. # 우리는 視리즈 「섣부름과 카오스(통권 573호)」 「포퓰리즘의 역행(통권 574호)」을 통해 섣부름과 인기영합주의란 늪에 빠진 우리나라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 마지막 편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이다. # 엉뚱한 짓 한껏 넓어진 무선통신망, 몰라보게 빨라진 인터넷…. 1990년대 중반
권율은 행주산성에서 승전보를 올렸다. 이순신은 부산 바다에서 연일 승리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의주로 도망쳤던 선조는 평양으로 다시 내려왔다. 이처럼 세상을 이끄는 건 몇몇 소수의 권력자가 아니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세상을 리드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곳곳엔 그런 리더들이 있는가. 권율이 진을 치고 있는 행주산성에는 전라도 군사 7000명, 방어사 조경이 거느린 군사 3000명, 전라도 처영의 승군 1000명, 행주산성 부근의 민병 1000명 등 총 1만2000여명이 주둔하고 있었
정쟁에만 몰두하던 정치권이 모처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과 야당이 총선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표심 잡기’에 나선 거다. 그런데 그 방식이 황당하다. 지방소멸 위기가 팽배한데 서울의 몸집을 더 키우자는 얘기나 기후위기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일회용품 사용을 더 늘리자는 걸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스쿠프 視리즈 ‘포퓰리즘의 덫’ 두번째 편 퇴행과 역행이다. 내년 4월 열리는 제22대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둘러싼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어서다. 국민들은 표
5인 가족이 핫도그를 1개씩 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봉지를 뜯어보니, 핫도그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범인이 누굴까. 사라진 핫도그의 행방을 찾다 보니, 범인은 어이없게도 핫도그다. 5개였던 핫도그가 4개로 줄어든 거였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개수와 용량이 줄어든 슈링크플레이션의 그림자다.# 매년 75억개가 팔리는 쿠키가 있다. 1912년 첫선을 보인 ‘오레오’다. 그동안 팔린 오레오를 나란히 늘어놓으면 지구를 381바퀴 돌 수 있을 정도로 많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110여년 동안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오레오가
1592년 9월 1일. 명나라와 왜나라가 ‘휴전’에 합의했다. 명나라든 왜나라든 전열을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아쉽게도 이 합의 과정에 ‘조선’은 없었다. 요즘 말로 패싱을 당한 셈이었다. 가정이긴 하지만, 이순신의 선전이 없었다면 조선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조선의 조정은 순신을 두고 분열하기 바빴다. 그때나 지금이나 높으신 양반들은 ‘분열’이 습관인 듯하다.이순신은 부산포해전의 승전 보고서를 조정에 올리면서 별도의 장계를 올렸다. 전사한 녹도만호 정운을 이대원李大源의 사당에 함께 모셔달라는 청을 담은 장계였다. 그
“경기도민의 편의를 향상하겠다”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 김포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는 여당이 내세운 명분은 이렇습니다. 실제로 편입 효과가 이렇게 크다면 난관을 어떻게든 뚫고서라도 밀어붙일 만한데, 문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꽤 회의적입니다. 무엇보다 국토 균형 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편입론은 ‘빵점짜리 정책’입니다.요즘 세간의 화제는 ‘김포시: 서울 편입’ 여부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한 게 기폭제가 됐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악화한 수도권 민심을 의식
#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밀어붙이고 있는 ‘김포시: 서울 편입론’이 화제입니다. 경기도 내 도시를 아우르는 ‘메가시티 서울’의 첫 단추를 김포에서 끼우겠다는 구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편입론은 ‘왜 하필 지금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내년에 치러지는 ‘총선용 전략’이 아니냐는 겁니다. 오죽했으면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장까지 나서 ‘정치쇼’ ‘표票퓰리즘’이라고 일갈할 정도입니다. # 문제는 행정구역을 바꾸는 중대한 일을 ‘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때문인지 편입론의 당사자인 김포시민 중 대부분은 서울에 편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하며 판매량이 급증했다.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 집계 결과 수상이 확정됐던 지난 8일 오후 10시경부터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며, 8일 밤부터 9일 오전까지는 전월 대비 3배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작별하지 않는다」는 2021년 9월 출간 당시에도 9월 4주차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오르며 화제를 모았고, 이후로도 꾸준히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등극한 바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 작가가 2021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어제 저녁 5회 ‘죽비 문화 다 평론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 앞에서 머뭇거렸습니다. 아내는 이런 저를 벤치에 앉아 조용히 기다려 줍니다. 문학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동시대에 존재하는 너무나 많은 문학상을 떠올립니다. 며칠 전에는 함께 글 쓰는 동료가 문학상의 종류를 카톡으로 보내주며 문학상의 쓸모 없음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떠오릅니다. 어느 한 시인은 시비와 문학상을 비판하며 자신의 글이 독자에게 읽히지 않는 것이 작가로서의 죽음이라며 상징적인 기표가 부질없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도 기억납니다. 문단에서 ‘문학상’을
문화 웹진 《문화 다》와 문화다북스가 주최하는 제5회 ‘죽비 문화 다 평론상’의 영예는 문학평론가 문종필의 저서 『싸움』에 돌아갔다. 《문화 다》는 이 상을 통해 매년 문학, 영화, 문화 분야에서 돋보이는 평론집 한 편을 선정하여 그 공로를 인정한다.문종필의 『싸움』은 학계나 대중매체의 기성 평가 체계와 상관없이 그 질적 가치를 인정받아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정은경 교수(중앙대, 문학평론가)를 포함한 심사위원단은 문종필의 평론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에세이스틱한 비평 방식으로 독자에게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평가했다.올
수도권 쏠림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고질병이다. 경제는 물론 교육·의료를 비롯한 인프라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고, 이에 따라 부와 성장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고착화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까지 겹쳐 전국 시군구 절반 이상이 소멸위험지역으로 거론되면서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화두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윤석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출범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1일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2004년 이후 따로 수립해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과 지방분권 5개년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