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 세상의 단면은 두개다. 한면에선 고통스런 비명이, 다른 한면에선 즐거운 비명이 흘러나온다. 전자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 취약차주借主들의 몫이다. 이들은 고금리 탓에 필연적으로 불어난 원리금에 짓눌리고 있다.# 돈을 빌려준 은행의 상황은 다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받을 돈’이 더 생기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이 역대 최대 이자이익(20조4906억원)을 거둬들이고, 1조원이 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인 건 ‘고금리 바람’에 거저 날아온 혜택 덕분이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를 법도 하다. # 이 때문
고금리를 틈타 은행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자 유럽 몇몇 국가가 ‘횡재세’를 부과하면서 맞섰다. 바람처럼 날아온 이득을 끌어들여 나라곳간을 채우겠다는 포석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에 횡재세를 매기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정부와 집권여당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면 고금리에서 기인한 횡재를 누린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해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역대급 실적잔치 = 역대급 실적을 이번에도 경신했다. 대부분의 기업과 서민들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시대를 힘겹게 버티는
최근 2차전지·초전도체 관련주로 돈이 쏠리면서 급등주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제 장기투자법칙을 버리고 급변하는 시장에 올라타야 하는 걸까. 더스쿠프가 급등주가 판을 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필요한 투자법을 취재했다.수출은 불안하고, 침체의 늪은 깊다. 그런데도 하루 평균 20조원이 넘는 돈이 오고가는 주식시장은 식을 줄 모른다. 2차전지를 선봉으로 내세운 테마주들이 증시의 활황을 이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3조3172억원이었던 국
2019년 국내 투자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숱한 피해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가 위험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펀드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특히 불완전판매를 ‘무죄’로 인정한 법원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 2월, 투자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목적지는 국내 한 증권사. 손에는 “사기판매 ○○증권 피해자들 죽어간다”는 원색적인 비판이 쓰인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2019년 국내 투자
26일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실적발표에 나서는 가운데 순이익이 전 분기보다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첫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4월 마지막 주 마켓예보다. ■ 다룰 법한 의제= 4월 26일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펼친다. 회담에서 경제와 관련해 다룰 법한 의제, 다루지 않을 의제, 다뤄야 할 의제를 정리했다. 먼저 다룰 법한 경제 의제 리스트의 최상단은 ‘안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5월 주요 7개국(G7) 정
정부와 서울시가 야심 차게 론칭한 제로페이가 출시 5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정부가 제로페이에 투입한 예산은 4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서울시가 제로페이에서 사실상 발을 빼면서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착한 결제시스템” “몇몇 아는 사람만 사용하는 반쪽짜리 간편결제”…. 올해로 출시 5년차에 접어든 제로페이를 향한 엇갈린 평가다. 2018년 12월 시범사업을 시작한 제로페이는 당시로선 생소했던 ‘QR코드’를
기업의 자사주 매입 소식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호재다. 사들인 자사주만큼 유통되는 주식이 줄어들어 주식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문제는 그런 효과가 자사주를 소각했을 때에만 나타난다는 거다. 자사주를 매입해 놓고 정작 없애지 않으면 주주가치는 제고되지 않는다. 행동주의펀드가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목청을 드높인 올해, 기업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2023년 글로벌 증시는 침체와 변동성으로 규정할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주식시장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출발한 글로벌 은행 위기가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를 거쳐 독일에 상륙했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3월 넷째주 마지막 거래일이던 24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서 한달 만에 26.06% 급락한 8.54유로로 장을 마쳤다. 그렇다면 국내 은행들의 상황은 어떨까. 도이체방크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월 넷째주 마지막 거래일에 221bp(1bp=0.01%포인트)까지 급등했다. CDS는 채권 발행 기업이 부도 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
KT, 포스코 등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은 2010년대 초반까지 관치와 외풍, 낙하산의 희생양이었다. 권력자들은 툭하면 이들 기업에 입김을 불어넣거나 낙하산을 투하했다. 이런 고질병을 없애기 위해 ‘주인 없는 기업’은 나름대로 시스템을 혁신했다. 하지만 권력자들은 그 시스템 위에서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더스쿠프의 視리즈, 소유분산기업과 권력 그 첫번째 편이다. 주총 시즌을 맞아 사령탑을 교체하는 기업이 부쩍 늘어났다. 주총 때 경영진 교체는 흔한 일인데도 이번엔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더 많이 받는다.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교
최근 은행권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이 배당 확대, 성과급 지급 등에 나서면서 ‘돈 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은행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주식회사인 은행을 향한 정부와 사회의 비판이 지나치다는 거다. 그들은 정말 억울한 지경에 몰린 걸까. 시중은행 돈 잔치 논란, 그 첫번째 편이다. “은행의 돈 잔치가 국민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 국내 시중은행이 때아닌 ‘돈 잔치’ 논란에 휩싸였다. 역대 최대 이익을 올린 은행이 배당과 성과급 지급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건데, 무엇이 문
모두가 힘들어하는 3고高 시대, ‘나홀로’ 쾌재를 부르는 곳이 있다. 무시무시한 ‘고금리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시중은행이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은 몸집 줄이기에 급급하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영업점 통폐합에 힘을 쏟고 있다. 문제는 이를 통해 불편함을 겪는 고객이 적지 않다는 거다. 최근 몇 년간 겨울이면 어김없이 금융업계에 삭풍朔風이 몰아쳤다. 새 회계기준 도입, 수익성 부진, 비대면 거래 증가 등 삭풍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결국은 위기를 넘기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이었다. 2017~2018년 생명보험업
2021년 3월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뉴스가 있었다.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와 유통공룡 신세계가 동맹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들 동맹은 ‘반反쿠팡 연대’라 불렸다. 하지만 한참이 지난 지금 두 기업의 시너지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로부터 1년 9개월여 후, 또 다른 뉴스가 시장을 달궜다. ‘신세계’와 최대 통신사 ‘KT’의 협업 뉴스였다. 수많은 미디어는 두 회사가 밝힌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그대로 전했다. 정말 그럴까.“골리앗과 골리앗이 만났다.” 국내 대형 통신사(KT)와 유통공룡(신세계)이 손을 맞잡았다. 2022
#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경쟁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긴 했지만, ‘전진 모드’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공룡 OTT 앞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진 의문이다. 양지을(53) 티빙 대표는 뜻을 이룰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이다.# 4연임이 눈앞에 왔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다만, 관치금융 바람이 불고 있다는 건 변수다. 윤호영(51) 카뱅 대표는 뜻을 이룰 수 있을까. 아직까진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OTT 서비스 티빙(Tviing)이 ‘적자의 늪’을 벗어날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국내 금융그룹(KB금융그룹·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그룹·하나금융그룹)이 금리상승기를 틈타 과도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금융그룹은 경기침체 우려에도 눈부신 실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 각각 2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우리금융은 1조7614억원, 하나금융도 1조72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표❶).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조9662억원에 이른다. 이는 2020년 연간 실적 10조8145억원에 맞먹는 수치다. 6
#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한국 경제를 덮쳤다. 물가는 무섭게 치솟는데,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둔화하고 있어서다. 몇몇 전문가는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볼 수 없다’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지만, 현재로선 공포론이냐 신중론이냐를 두고 논쟁할 때가 아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리를 휘감았을 때, 한국경제가 연착륙할 것인가 경착륙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불투명한 시장을 전망하는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어서다. # 이를 위해 더스쿠프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2009년과 2022년 1분기의 ▲실업률 ▲신
지난해부터 올해 초 증시는 서학개미가 주도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해외로 눈을 돌린 투자자가 부쩍 늘어난 탓이었다. 서학개미의 투자 성적표가 동학개미를 압도한다는 점도 ‘서학열풍’을 부채질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증시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지금도 서학개미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더스쿠프가 올 1월 말~4월 26일 동학개미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했다. “1년 사이 시장의 판세가 180도 달라졌다.” 요즘 증시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지난해엔 주가 상승세에 콧노래를 불렀지만 올해 들어선 끝
투자자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3월 중순 이후 8거래일 연속 주가가 올랐다. 그 기간 주가 상승률은 22.2%에 달한다. 4월 1일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 탓에 잠시 꺾이긴 했지만, 시장 안팎에선 여전히 LG엔솔의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LG엔솔은 그간의 부진을 씻고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균등 배정에 실패할 수 있는 투자자는 공모주 청약을 취소하고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로 갈아타는 게 낫다.”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공모주 청약에 투자자가 대거 몰리
짐 시몬스와 워런 버핏. 월가의 ‘큰손’인 투자자가 지난해 증권가 신흥 세력으로 꼽히는 로블록스와 블리자드의 주식을 각각 매입했습니다. 그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잘나가던 로블록스의 주가는 폭락했고,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블리자드의 주가는 ‘떡상’했습니다. 언뜻 시몬스가 틀리고, 버핏이 맞았다는 내용인 듯하지만, 그게 핵심이 아닙니다. IT 시대를 이끈 FAANG에서부터 신흥세력을 관통하는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살펴보자는 게 이 기사의 의도입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습니다.미국 증시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쯤
“따뜻한 금융이 되겠다” “고객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 시중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얘기할 때 꺼내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지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회공헌활동보다 현금배당을 늘리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와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시중은행들은 과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걸까. 7월 복날, 11월 김장철, 12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계절도 의미도 다른 세 시기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빼먹지 않고 사회공헌을 연출하는 시기라는 거다. 복날이면 노인종합복지회관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삼
롯데가 투자하고, 신세계도 투자를 결정했다. 대기업들이 속속 투자를 결정하는 그곳, 바로 중고거래 시장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3월 유진자산운용·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함께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거래금액은 1150억원인데, 그중 300억원을 롯데가 투자했다. 이 계약에 롯데는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고,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을 인수할 권리도 확보했다. 신세계는 번개장터의 투자자가 됐다. 번개장터는 1월 11일 “총 82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