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도 물가가 크게 올랐다. 2월, 3월 두달 연속 3%대 상승률이다. 3월 평균 상승률이 3.1%이지, 사과는 88.2%, 배는 87.8%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11.7% 뛰었다. 장보기가 무서울 지경에 이르면서 물가 문제가 총선의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예산 434억원 외에 1500억원을 투입해 과일과 채소 등 21개 품목의 납품단가와 할인 판매를 지원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
상점의 간판, 기업의 로고…. 이런 표식表式들은 대체 언제부터 유행한 걸까. 관련 서적을 살펴보면, 중세시대부터 현대식 ‘마크(Mark)’가 나타났다. 물론 로마시대에 술집 가게들이 ‘관목가지’를 문 앞에 걸어두긴 했지만, 그걸 현대식 마크의 기원으로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마크는 어디서 나왔을까. 답은 ‘길드(Guild)’에서 찾을 수 있다.11~16세기 유럽에서 번성한 길드는 경제적ㆍ사회적 구조의 핵심을 차지했다. 장인匠人의 집합체였던 길드는 지역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왕의 허가를 받고 거래의 독점체제를 수립하는 한편
“아침 사과는 금金사과”라는 말이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30%가량 감소하면서 치솟은 사과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매일 아침 사과를 먹는 건 사치라는 소비자도 숱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기준 사과(후지·상품) 소매가격은 10개에 2만4890원으로 한달 전(2만9280원)보다 14.9% 하락했지만, 평년(2만3513원) 대비 5.8%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과일 가격이 만만한 것도 아니다. 단감이나 배 가격도 평년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같은 기간
지금도 그렇지만, 중세에도 사회를 지배한 중심축 하나는 ‘상인 집단’이었다. 이를 유럽 사람들은 ‘길드(Guild)’라고 불렀는데, 이 모임은 지역의 상거래를 독점하고 시장을 통제했다. 하지만 길드가 ‘권력집단’ 노릇을 한 건 아니다. 그들은 교회를 짓고 지역을 성장시키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수익에만 집착하는 오늘날 기업이 벤치마킹할 부분이다. ‘상인조합 길드의 탄생’ 첫번째 기사에서 봤듯, 길드의 기원은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 시대, 동업자들이 일정 구역에 모여 ‘콜레기아(Collegia)’란 이름의
‘파이트 클럽’의 지도자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은 술집 지하실을 무단으로 점거해 파이트 클럽을 연다. 물론 간판을 내건 것도 아니다. 신입 회원들은 클럽 이름 그대로 그곳에서 회원들과 웃통을 벗어젖히고 맨주먹으로 1대1 ‘맞짱’을 뜬다. 상대가 항복을 선언하지 않는 한 서로 딱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팬다. 입술과 코가 터지고 눈두덩이 찢어지는 것은 기본이다.‘록키’의 챔피언 경기만큼이나 처절하다. 사회와 가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소외돼 그곳을 찾아온 회원들은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응어리를 폭발시킨다. 한쪽의 항복으로 난투극이
1095년부터 1291년까지 거듭한 십자군 전쟁으로 중세 유럽엔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돈이 필요해졌다는 사실이다. 자급자족을 기본으로 하면서 물물교환하던 방식이 사라지고, 돈을 매개로 온갖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들이 생겨났다. 길드였다. 공병훈의 맥락, 이번엔 길드 이야기다.고대 로마는 가도街道(viae Romanae)를 통해 제국을 관리했다. 가도의 허브와 같은 지역엔 도시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동업자들은 일정 구역에 모여 ‘콜레기아(collegia)’란 이름으로 조합을 결성했는데, 대략 고대 로마 말부터 그랬다. 이런 콜레기아
맥주의 유물은 신석기 시대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나온다. 기원전 1750년께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엔 맥주 법률도 있다. 그런데 맥주 양조법을 유행시킨 건 중세 수도원이었다. 당시 수도사들은 금식 기간에 기분 좋은 맛을 내는 음료를 마시길 원했는데, 맥주가 1순위 음료였던 모양이다.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는 트라피스트회 수도사들이 빚는 맥주다. 벨기에 2개소, 네덜란드 2개소, 오스트리아ㆍ이탈리아ㆍ잉글랜드ㆍ프랑스ㆍ미국 각 1개소 등 세계 13개 수도원만이 트라피스트협회가 인정하는 트라피스트 맥주를 만들고 있다. 맥주병
15세기 대항해시대에 출현한 뉴스, 16세기 마르틴 루터가 단행한 종교개혁,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매스미디어로 자리 잡은 신문과 잡지…. 이 서로 다른 일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개발한 인쇄기술이다. 그의 인쇄기술은 문학에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다. 지식혁명이란 거대한 흐름을 열어젖히는 ‘방아쇠’ 역할도 해냈다.구텐베르크의 인쇄 기술은 그가 활동한 독일에만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는 1462년께 독일과 유대 관계를 맺고 있던 로마 근교의 베네딕토회
인쇄기가 없을 때 성경은 사람들의 ‘필사筆寫’로 만들어 배포됐다. 성경 66권을 묶은 ‘1질(일종의 세트)’을 사려면 집 10채값을 지불해야 했다. 당연히 성경을 소유할 수 있는 곳은 돈이 많은 수도원이나 교회밖에 없었다. 문제는 수도원이나 교회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교리를 해석해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성경을 널리 확산하는 데 일조한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구텐베르크는 1448년 재정가 요한 푸스트(Johann Fust)를 설득해 인쇄기와 800굴덴(Guldenㆍ독일어권 금화 단위)
인쇄기를 발명해 중세 유럽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지식 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그의 발명은 소수의 귀족과 성직자들이 성경과 지식을 독점하던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는 제자로부터의 배신과 동업자의 소송에 따른 파탄, 노년에 찾아든 실명이란 엄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독점과 어둠이란 중세의 봉인을 해제한 것에 따른 천형天刑이었을까.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개발하기 전 유럽에선 수천권의 필사본만이 나돌았을 것이다. 그가 금속활자로 인쇄기를 발명한 시점에서 불과 50년이 흐
「상처받은 나들에게」김네잎 지음 | 더푸른 펴냄‘증후군’은 심리적, 신경‧정신‧병리학적, 문화‧사회적 요인 등으로 발생한다. 물리적, 정신적 혹은 심리적으로 아픔을 받은 자취는 크고 작게 남아 삶에 영향을 준다. 김네잎 시인은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50가지 증후군을 시와 사진에 접목했다. 증후군과 미묘하게 겹치며 연결되는 사진과 시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게끔 만든다. 내 안에 남은 아픔과 힘겹게 싸우고 있을 ‘나’들에게 에세이는 위로를 건넨다.「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 황금가지 펴냄봉
[스벅 ‘커피 종주국’ 공략]로마, 두드리니 열렸다글로벌 커피 체인 스타벅스가 이탈리아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수도인 로마 시내 중심가에 4번째 매장을 열면서다. 이탈리아 아드크로노스 통신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최근 로마 바티칸 인근 번화가 쇼핑몰에 매장을 열었다.지난 4월 로마 외곽 쇼핑몰에 매장을 개점한 이후 4번째 매장이다. 빈첸초 카트람보네 스타벅스 이탈리아 지사장은 “우리는 로마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를 놀라게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사실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커피 종주국 이탈리아는 스타벅스에도 만
지난해가 올해 같고, 어제가 마치 오늘인 것처럼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이니셰린’ 섬. 조용한 마을에서 경천동지할 변고가 발생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똑같을 것만 같았던 ‘절친’ 파우릭과 콜름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다.콜름이 어느 날 ‘절친’ 파우릭에게 던진 절교 선언은 황당할 정도로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는다. 황당하긴 하지만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자동차끼리 충돌하면 대개는 ‘쌍방 과실’이지만, 운전자들은 결코 자기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당사자끼리 해결하라고 내버려둔다면 몸싸움까지 벌어질지
최근 공개적으로 팁을 요구하는 식당‧카페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서비스 사용자가 기사에게 1000~2000원 팁을 주는 기능을 추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미국식 팁 문화를 도입할 수 있을까. 팁의 경제학을 알아봤다. ■ 팁에 숨은 경제학=한국에서 미국과 같은 형태의 팁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렵다’. 미국의 팁은 사회의 암묵적인 법칙에서 출발했지만, 최저임금 체제가 이중으로 돼 있어서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미국 노동부는 공정노동법(FLSA)을 근거로 팁을 받는 직원
# 서울 종로구 ‘부암동 터널’을 지나 광화문으로 향하다 보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이 있다. ‘자하문로’다. 이곳은 2010년대 중반 대로변에 한글 간판이 나란히 세워지며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지금 자하문로는 ‘한글 간판’의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자하문로는 ‘한글 간판’이란 특징을 잃은 걸까. 더스쿠프가 그 길을 걸어봤다.경복궁의 서쪽. 흔히 서촌이라 부르는 이곳의 중심 도로는 ‘자하문로’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비스듬히 뻗어 있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눈에 띌 만한 광경이 나타난다.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회사 자체를 아예 사들인 후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을 말한다.‘바이아웃 투자’는 지분을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린 후 지분을 되팔아 자금을 회수하는 투자 기법이다. ‘바이아웃 펀드’는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구조조정이나 인수ㆍ합병(M&A) 등으로 경영을 정상화한 후 다시 지분을 판매해 수익을 거두는 펀드다. 바이아웃은 스포츠 용어로도 쓰인다. 프로스포츠에서 바이아웃은 일종의 약속이다. 다른 구단에 원 소속 구단과의 협의 없이 바로 선수와 직접 협상할 권한을 주는 조항인데, 이때 선
플린 신부는 새로 부임한 교구의 수녀원장 알로이시우스 수녀가 ‘이유 없이’ 자신에게 무척이나 적대적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수녀원장실로 찾아가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에게 ‘아동 성추행’이라는 무시무시한 혐의가 씌워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수녀원장실에서 플린 신부와 알로이시우스 수녀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다. 그 논쟁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점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논쟁은 격렬한데 논쟁이 왠지 논리적이지 않아서다. ‘아동 성추행’ 혐의를 아무리 부인해도 알로이시우스 수녀의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플린
영화의 두 주인공인 알로이시우스 수녀와 플린 신부가 시각적으로 가장 명확하게 대비되는 부분은 웃음이다. 엄(격)ㆍ근(엄)ㆍ진(지)의 화신과도 같은 알로이시우스 수녀의 얼굴에서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파안대소는 고사하고 미소나 하다못해 ‘썩소’조차 비치지 않는다.알로이시우스 수녀는 항상 긴장하고 항상 엄숙하며 항상 못마땅한 표정이다. 반면 플린 신부의 얼굴은 언제라도 웃을 준비가 돼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엄숙하고 경건한 강론을 하면서도 표정이나 말투가 그다지 엄ㆍ근ㆍ진하지 않다. 학생들에게도 항상 웃고
2021년부터 시행된 ‘안전속도 5030’ 정책을 향한 국민의 불만이 적지 않다. 불만을 하나로 집약하면 “현실에 맞지 않다”는 거다. 그러자 일부에선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후보 시절 이 정책에 손을 대겠다는 공약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보니 정책 폐기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그럼 이 정책은 폐기하는 게 마땅할까.19만6836건. 지난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다. 20만건 아래로 떨어진 건 1987년(17만5661건) 이후 35년 만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273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플린 신부가 자기 입으로 흑인 중학생 아이와 동성애의 죄를 범했다는 자백을 받아내려 하지만 플린 신부는 끝까지 부인한다. 수사 권한도 없고 형사 콜롬보나 CSI 과학수사대급의 추리력과 수사능력도 갖추지 못한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네가 네 죄를 알렸다’고 분기탱천하는 원님 재판 수준을 맴돈다.알로이시우스 수녀는 순순히 ‘자복’하지 않는 플린 신부에게 최후의 협박을 한다. 플린 신부를 둘러싼 의혹을 플린 신부의 전 근무지와 교구의 수녀들에게 물어보겠다고 한다. 신부의 비위나 비리 의혹을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