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의 ‘비밀주의’는 깰 수 없는 관례였다. 넷플릭스는 국가별 유료 가입자는커녕 어떤 작품을 누가 얼마나 봤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작품을 만든 제작사도 데이터에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았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데이터를 경쟁사에 제공하는 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었겠지만, 콘텐츠 제작 생태계 입장에선 답답한 점도 있었다. 내가 만든 작품인데, 얼마나 흥행했는지도 모른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 이랬던 넷플릭스가 지난해 12월 13일 콘텐츠 시청 데이터를 리포트로 만들어 배포했다. 이 회사가 비밀주의를
「상처받은 나들에게」김네잎 지음 | 더푸른 펴냄‘증후군’은 심리적, 신경‧정신‧병리학적, 문화‧사회적 요인 등으로 발생한다. 물리적, 정신적 혹은 심리적으로 아픔을 받은 자취는 크고 작게 남아 삶에 영향을 준다. 김네잎 시인은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50가지 증후군을 시와 사진에 접목했다. 증후군과 미묘하게 겹치며 연결되는 사진과 시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게끔 만든다. 내 안에 남은 아픔과 힘겹게 싸우고 있을 ‘나’들에게 에세이는 위로를 건넨다.「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 황금가지 펴냄봉
「장미의 문화사」사이먼 몰리 지음|안그라픽스 펴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장미 인문학’이다. 미술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를 지식의 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장미가 단순한 식물이 아닌 인류에게 예술적, 종교적 영감을 제공한 문화적 아이콘”이라고 강조한다. 문화, 회화, 종교, 정신분석학, 철학 등 모든 분야에서 장미와 관련한 이야기를 펼쳐 낸다. 장미가 인류사에 남긴 놀라운 역사를 알 수 있다. 「창조적 시선」김정운 지음|아르테 펴냄 “창조적 인간이 돼야 한다”고 흔히 말하지만 ‘창조’라는 개념이
『살인의 추억』, 『괴물』, 『기생충』...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들이다.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영화의 감독이 봉준호임을 알 것이다. 그만큼 봉준호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꼽힌다.그런데 올해 2022년 8월, 봉준호 감독이 차기작 제작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차기작의 장르는 SF영화로써, 제목은 「미키7」이다.「미키7」의 원작은, 미국의 에드워드 에슈턴이 지은 동명의 SF소설이다.먼 미래, 전 우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인류는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을 개척하려 한다.그러나 토착 생명체인
지난 5월 28일 있었던 칸 영화제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두 개나 들려왔다. , 등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신작 으로 감독상을, 국민배우 송강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 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이다.봉준호 감독의 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한 이후, 세계인들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작년 한 해 전 세계를 휩쓸었던 열풍에 이어, , 등 한국인을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2021년 10월 9일 토요일 1시 인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해시’에서 7명의 문인들이 ‘지금, 이 순간 동물을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좌담은 세부적으로 1부 동물과의 만남, 2부 반려문화와 자본, 중성화수술, 안락사, 3부 동물에 대한 자유로운 발언으로 나누어진다. 뉴스페이퍼에는 1부 만을 수록한다. 2부와 3부는 ≪인천문화현장≫ 45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잡지는 2021년 12월 31일에 발행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김정현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서 황인찬 시인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2019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만 1000만명 이상이 본 영화다. 그런데 일부 관람객은 영화를 보고 나서 불쾌감을 느꼈다고 개인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영화 ‘기생충’에선 고급 주택가의 2층 단독주택에 사는 IT기업 CEO 박 사장 가족과 반지하 집에 사는 김기택 가족의 집이 선명하게 대비되는데, 관객 중 일부가 한동안 살았던 반지하 집에서의 좋지 못한 경험을 떠올렸다.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스타는 단연 윤여정이었다. 그녀는 톡톡 튀는 말로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빛난 K-콘텐츠는 또 있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미메이션상을 받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해’가 BIAF를 통해 자동 추천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도, 대중도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시상식)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해(If Anything Happen
AI 성우와 함께 귀로 듣는 뉴스페이퍼! 자동 읽기를 원치 않을 시 일시정지를 눌러주세요. 현대 과학이 숨 가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요즈음, 하루아침에도 새로운 개념들이 쏟아진다. 무언가를 이해하기는커녕, 접해보기도 전에 또 다른 것들이 넘쳐흐른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를 제대로 쓰기도 전에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 같은 암호 화폐가 흥망을 거듭하고, 5G 폰을 사기도 전에 인공지능이 병을 진단하고 있다.새롭게 쏟아진 것들 중 하나가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이다. 얼마 전 바둑 기사 이세돌 9
여러 장르의 예술은 서로 맞닿아 있다. 우리는 잘 그린 그림을 보면 사진 같다고 하고, 멋진 사진을 보면 그림 같다고 말한다. 명작 영화는 영화 음악이 함께 있지 않으면 재미가 없고, 동화책은 글과 그림이 함께 만나야만 진정한 동화가 된다. 그런 만큼,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도 서로 통하는 것들이 많았다. 프랑스의 시골 풍경과 사과가 있는 정물을 그렸던 폴 세잔과 을 쓴 사회주의 작가인 에밀 졸라는 평생을 함께 한 친구였다. 2016년에는 둘을 소재로 이라는 영화도 나왔다. 또, 를 그린
영화 도입부 우크라이나 오페라 하우스에서 작전을 펼치는 CIA 요원들은 혼란스럽고 긴박한 상황 속에서 피아我간의 식별을 위해 암구호를 사용한다. 한쪽이 ‘We live in a twilight world’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And there are no friends at dusk’라고 대답해야 ‘같은 편’임을 인증받는다. 어쩌면 이 암구호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인버전(inversion)’이라는 영화의 소재와 영화의 결말까지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테넷 속 CIA 요원들이 피아 식별을 위해 사용하는 암구호를 다시 보자.
우리에게 거장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을 다툰 작품으로 더 알려져 있는 듯하다. 이 영화는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가 어린 멘데스에게 들려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병사 2명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들려준 ‘옛날이야기’답게 무척이나 단순한 서사구조를 띠고 있다. 프랑스에서 독일군과 대치 중이던 영국군은 독일군이 퇴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총공세를 준비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영국군을 유인하기 위한 독일군의 계략이었다. 뒤늦게 총공격 중지 명령을 내려
“에세이는 그만의 고유한 표현과 문체를 요구한다. 에세이의 문체는 현란한 글재주가 아니라 지성적 사유의 표현이다. 지성의 출발은 성찰이고 자기 응시다. 이런 것들이 빠질 때 에세이는 역겨운 자기 자랑이나 감상주의에 물든 글로 전락한다. 요약하면 에세이는 단지 감각의 글쓰기가 아니라 지성의 표현이다.”[뉴스페이퍼 = 문종필 에디터, 평론가] 오길영 선생님의 에세이집 『아름다운 단단함』을 읽는 행위는 모종의 징후를 경험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왜 하필 ‘징후’인가? 이 개념은 사후성을 담보로 정신분석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개념
새로운 아이템이 인기를 얻으면 비슷비슷한 가게들이 줄지어 창업한다. 그 과정에서 원조는 사라지고, 미투(me too) 가게들이 활개를 친다. 제품이든 레시피든 상호든 베껴서 만든 탓에 경쟁력이 있을 리 없다. 미투 가게들은 금세 힘을 잃고, 시장에서 사라진다. 문제는 원조업체마저 무너지는 경우가 숱하다는 점이다. 미투 창업, 그건 ‘공멸’의 무서운 서막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미투창업 잔혹사를 살펴봤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외식업계 역사는 ‘미투(me too) 창업사’와 맞닿아 있다. ‘뜬다’ 싶으면 순식간에 해당
문화교양지 사상 최초로 창간 50주년을 맞는 월간 《샘터》 4월호가 나왔다. 1970년 4월 창간호를 낸 《샘터》는 창간 50돌을 맞아 올 3월 역사적인 ‘창간 50주년 기념호’를 발행했다. 햇수로는 무려 반세기, 통권 602호째 만에 달성하는 국내 잡지 역사상 전인미답의 기록이다.샘터는 1970년 4월 故 김재순(1923~2016) 국회의장에 의해 창간됐다. 지식과 교양에 목말라 있던 산업화 시대, 샘터는 70년대 후반 50만 부 이상의 발행 부수를 기록하며 명실공히 ‘국민 잡지’로 불리던 전 국민의 애독서였다. 샘터가 이렇게 독
비영어권 영화가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서울시는 빠르게 영화의 배경이 됐던 촬영지를 공개했다. 주인공 가족의 동네로 묘사된 골목길과 가게ㆍ계단 등이다. 그러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골목길 관광이 주민에게 고통을 준 게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이를 보완할 기준이 나온다지만, 관광객들이 강제성 없는 기준에 나름의 ‘선線’을 지킬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골목관광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들춰봤다. 2020년 오스카는 역설적으로 ‘로컬(지역적ㆍLocal)’이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기생충이
[뉴스페이퍼 = 유승원 기자] 지난 11일,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적폐청산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블랙리스트 사태와 계원예대 송수근 총장을 중심으로 한 블랙리스트 인사의 미해결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최근 블랙리스트 주범인 김기춘, 조윤선 등에 대한 ‘직권남용죄’ 판결이 원심으로 되돌아간 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강요죄’ 역시 원심으로 파기환송 되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거듭 목소리를 모으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다.
한국SF어워드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국립과천과학관이 주최하는 SF어워드가 지난 1일 개최됐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참석인원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행사장은 가득 찼다. SF어워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SF 상으로 국내 최초의 SF 작품 시상식이다. 웹툰으로는 김성민, 이기호 작가의 ‘나이트 런’. 영상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 장편 소설은 노희준 작가의 ‘깊은 바다 속 파랑’. 중·단편 소설 대상은 김보영 작가의 ‘얼마나 닮았는가’ 등 유수한 작가들과 감독들이 상을 받았다.영상 부문의 대상은 신대용 감독의 ‘이브’였다.
박사장 가족이 바캉스를 떠난 날 밤, 기택네 식구는 박사장 집 거실에서 술을 곁들인 가족 파티를 연다. 기택이 박사장의 아내가 의외로 순진하고 착한 구석이 있다고 평한다. 기택의 아내는 남편이 남의 아내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것에 심사가 상했는지 반론을 제기한다. “그게 다 여유 있으니까 착한 거야.”박사장 아내의 ‘착함’이 여유로움의 결과에 불과한 것인지 천성인지 혹은 교양인지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박사장 아내가 착하다는 것에는 기택네 식구 모두가 동의한다. 박사장 아내는 기택네 식구들의 평가처럼 순진한 구석이 있고 기본적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대립과 갈등은 영화나 소설, 드라마의 질리지 않는 레퍼토리다. 부자는 악이고 가난한 자는 선인 명확한 선악 구도가 설정된다. 봉준호 감독은 전작 ‘설국열차’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계급의 대립과 갈등을 그려냈다. 그러나 ‘기생충’은 빈부나 계급의 문제를 다루는 전형적인 방식에서 많이 벗어난다. 많은 작품 속에서 대개 부자들은 속물 근성에 찌들어 있고,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이중성을 보이며, 누리고 있는 부와 지위에 비하여 터무니없을 정도로 지적 능력이 부족하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놈’들이다.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