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기간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공급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는 대통령직에 오르면 27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그 약속을 얼마나 지켰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착공한 공공부문 주택 수가 너무 적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 탓을 하기도 어렵다. 전체 착공물량에서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건설경기가 꺾이면 부동산 사업자들은 몸을 웅크린다. 손해를 최소화해 침체기를 순조롭게 넘어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그럴 수
여자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서울의 한 연립주택 단지로 이사를 했다. 1987년 준공했다는 이곳은 시간이 멈춰있다. 주택 단지를 지키는 경비실과 3층을 넘지 않는 낮은 건물들. 편의점이나 대기업 마켓 대신 금고를 열고 계산해주는 작은 슈퍼마켓이 있다. 15개동의 건물에 338세대가 모여 산다는 이곳은 서울에서 한발짝 떨어져 나와 시간을 비껴간 것 같았다.이곳에는 유난히 노인들과 초등학교를 아직 가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봄이 돼 날씨가 풀리자 노인들은 밖에 나와 빛을 쐬고 있었다. 높은 건물들이 주변에 없어 단지에는 언제나 볕이
해외에 최초로 소개된 한국문학은 미국에서 1889년에 출판된 구비문학작품집 「한국민담집 Korean Tales」이다. 그 이후로는 1892년 프랑스에서 나온「Le Printemps Parfumé 춘향전」이 있다. 당시에 한국문학은 동방의 신비로운 이국 문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동양을 향한 서구의 호기심이었을 뿐 존중은 없었다.2016년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여한 대만 작가 퉁 웨이거는 “나는 전통 한자라고 알려진 마이너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내가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언어의 심미성이나 독창성이 뛰
한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네이버와 카카오가 2023년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6% 증가한 9조6706억원이었다. 2022년 처음으로 8조원 돌파에 성공한 네이버는 이듬해 곧바로 ‘매출 9조원’ 벽을 넘어섰다.오는 15일 실적 발표를 앞둔 카카오도 사상 첫 연 매출 8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2023년 연간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8조1625억원이다.■ 매출 vs 영업이익 = 매출만 보면 네이버와 카카
컬리가 지난해 12월 사상 첫 월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컬리가 창업 이후 적자의 늪에서 단 한번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희소식임에 분명하다. 업계에선 컬리가 뒤늦게 도입한 ‘컬리멤버십 서비스’가 흑자를 일구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한다. 관건은 로켓와우멤버십을 발판으로 ‘흑자 시대’를 열어젖힌 쿠팡의 길을 걸을 수 있느냐다.이커머스업체 컬리가 모처럼 ‘실적 희소식’을 알렸다. 2023년 12월 창사 이래 첫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
중국은 3세기부터 목판 인쇄를 했다.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나라는 고려다. 그럼에도 15세기에 개발된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의 인쇄기가 ‘혁신의 산물’로 꼽히는 건 여러 장을 한번에 인쇄할 수 있는 ‘압축기술’ 때문이다. 구텐베르크의 기계식 인쇄 방법을 오프셋인쇄(offset printing)가 출현하는 20세기까지 그대로 사용했다는 건 더 놀라운 일이다. 15세기 서양의 지식 혁명에 불을 지핀 주인공인 그는 포도주를 짤 때 사용하는 압착기를 개조해 근대적 인쇄기계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를 ‘근대
“가맹점과 본사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심사숙고하겠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치킨이 2023년 12월 14일 가맹점 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고정비와 각종 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가맹점주들의 요구에 “가맹점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간담회의 내용이 알려지자 업계 안팎에선 “가격 인상을 위한 수순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치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가맹점주 수익성 개선’ ‘가맹점주의 지속적인 요청’을 명분으로 내세워 가격을 인상해왔기 때문이다.
심우장 가는 길 김유조마음 답답한 날은심우장 오르던 길을되새긴다저 기억의 꼬불꼬불 힘든 언덕길선종 깨달음의 경로처럼소를 찾아 떠나는 험로삶이 그렇듯 어찌 넓고 곧기만 하랴옛 총독부를 뒤로 하고 앉은팔작지붕 민도리 일자 집은만해 대선승(大禪僧)의 항일 독립의지의 표상일진데거기 닿는 비좁고 가파른 길을 예지한 데에는수행의 깊은 뜻 서려삼 년 기거의 마지막 흔적은오도송(悟道頌) 친필에 담아 벽에 걸고손수 심은 마당의 향나무도이제 백년을 헤아리는데모진 속세의 인연이런가일본 대사관이 저 아래 건너편에다시 따라와 앉아 있고부자 동네가 된 성북
시와 정치문봉선시와 정치는 닮은 점이 많다고?닮은 게 아니라 한 몸이라고?먼저 말만 먹고 산다고?냄새도 피우면 안 된다고?개보다 사람 위하는 일이라고?가장 낮은 곳에서 섬겨야 한다고?가장 높은 곳에서 이상을 가져야 한다고?보편적인 마음을 얻어야지,고루고루 감동을 주어야지.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으로 쓰는 언어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몸으로 비비는 언어몸으로 웃는, 몸으로 우는 언어긍지로 배부르다.수시로 몸을 바꾸어 입는 옷.넣었다 뺐다 조석으로 바꿔입는 사람 맘붙들어 맨 뒤엔 광대짓을 해야 한다.정치에 등불을 거는 직업을 천형으로 알고 쓴다
첫눈이승하 세상에 처음 아기가 태어난 날첫눈이 펑펑 내립니다.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기가 우는 날첫눈이 녹아 눈물이 흐릅니다. 눈물이 흘러내려 따뜻한 세상입니다. 눈물이 녹아 낙숫물이 떨어지고눈물에 씻겨 한결 고운 세상입니다. 눈물처럼 가슴 후련케 하는 세상입니다. 세상에 처음 아기가 태어난 날 눈물을 펑펑 흘립니다. ㅡ『제2회 KBS 방송문학상 수상작품집』(KBS, 1987)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밖으로 나와 처음 하는 일이 펑펑 우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한자로는 고고지성(呱呱之聲)이라고 한단다. 10개월 동안 엄마의 따
쪽이창규쪽방에 든 순간에 길은 다시 열리나쪽창을 열지 않고도 내다보는 서편에쪽달은 반쯤 기울어 생각을 쏟고 있네네 쪽은 거기 있고 내 쪽은 여기라며쪽 진 머리 풀고서 울고 있는 당신은기억의 방에 갇혔나 절반 녹은 반쪽에저 달, 가는 길에 쪽빛으로 나앉아서애저녁에 놓쳐버린 쪽배 다시 부르나쪽물 든 포구를 향해 빈손 펼쳐 흔드네ㅡ『시조21』(2023년 겨울호) 3수로 이뤄진 연(連)시조인데 ‘쪽’이란 글자가 제목을 포함해 11회 나온다. 그런데 쪽방이든 쪽물이든 무리하게 억지로 갖다 쓴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순우리말을 이용
빵값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국제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는데도 국내 빵값은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그러다보니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 빵값은 비싸기로 손에 꼽힌다(표➊).통계청에 따르면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해마다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2분기 9.1%(전년 동분기 대비)였던 상승률은 3분기에 기어이 두자릿수로 오르더니, 4분기 15.3%까지 치솟았다. 이런 기세는 올해까지 이어져 2분기까지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3분기에 한자릿수 상승률로 기세가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소비자물가상승률(3.1%)의
세계 반도체 시장에 유독 혹독했던 2023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다가올 새해엔 반도체 시장에도 봄바람이 불어올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반도체 반등 사이클이 내년이 될 거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반도체 회복론을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함정과 변수들이 여전히 많아서다.새해를 앞두고 각 기관의 경기 전망 보고서가 쏟아지던 지난해 말. 시장조사기관들은 2023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업황을 이렇게 내다봤다. “4년 만의 역성장.” -12%라는 처참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혹독한 겨울을 보냈던 2019년의 악몽이 다시
남북한 문인이 한자리에 모여 작가로서의 삶을 공유했다. 남북하나재단이 주최한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 문학관 기행’은 11월 4일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진행됐다. 망명 작가들은 공모사업 선정 작가 및 등단작가가 참여했으며 남쪽에서는 망명 작가를 위한 멘토링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작가들이 함께해 10여명의 문인들이 모였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남과 북이 갈라지기 직전의 근대 문학 역사를 되짚은 문인들은 이후 남과 북에서 경험했던 작가로서의 삶과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망명 작가들은 북한을 떠나서 중국을 거쳐 한
삼성전자가 올해 첫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이 3분기 연속 두자릿수 이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수익률을 개선했다는 건데, 삼성전자 갤럭시가 4분기에도 실속 있는 장사를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7조4047억원, 2조4336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2%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77.6% 줄었다. 언뜻 형편없는 성적표 같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르다. 시장 관계자들은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3% 증
# 물적분할에 나선 기업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핵심 사업을 키우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하지만 이 말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대주주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기업분할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핵심 사업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최대주주의 지배력만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전과 달리 주주들이 기업의 물적분할 계획에 반기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스쿠프가 가상인물 최고집씨가 운영하는 ‘최씨네 제과점’을 통해 물적분할에 숨은 위험요인을 쉽게 살펴봤다. 더스쿠프 새 연재 ‘경제학 스터디카페
# 20‧30대 젏은층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 빚을 지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생활비가 부족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등등. 문제는 그 심각성이다. 젊은층의 자산 대비 연체율이 높아지고 연체율도 심각한 수준이라서다.# 직장인 황은영(가명‧36)씨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빚을 졌다. 10년 넘게 가족을 책임져온 황씨는 최근 허무함에 시달리고 있다. 오랜 직장생활에도 남은 건 2000만원 안팎의 빚뿐이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앞으로 ‘나를 위한 삶’을 살 수 있을까.20‧30대 젊은층의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
# 지난 9월 15일 SK디앤디가 부동산·에너지 사업을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SK디앤디 측은 "이번 분할을 통해 각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온전히 인정받고 기업가치, 나아가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8월 16일엔 STX가 물류·해운사업을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인적분할 소식 후 두 기업의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인적분할이 주주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 반면 물적분할에 나선 기업들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최근 물적분할을 예고한 HLB생명과학과 반도체 기업 알에프세미 등은 물적
# 국내 금융회사는 매년 100여종에 이르는 신용카드를 경쟁적으로 론칭한다. 치열하게 경쟁 중인 모바일 뱅킹앱에도 다양한 금융상품을 넣기 위해 힘을 쏟는다. 이는 전통의 시중은행이든 지방은행이든 인터넷전문은행이든 똑같다.# 그럼 어떤 은행이 가장 많은 상품군을 선보이고 있을까. 더스쿠프가 서경대 MFS 연구팀과 함께 국내 뱅킹앱의 다양성을 분석했다. 국내 뱅킹앱의 대세는 ‘슈퍼앱’이다. 하나의 앱에서 예ㆍ적금, 대출, 보험, 증권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다룰 수 있어야 시장에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다. 각 금융회사도 자신들의 앱이
예전에 뉴욕에서 프리즈아트페어의 전시, 크리스티경매장의 현장을 볼 때면 부러움이 밀려오곤 했다. 모마미술관 PS1처럼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이 하나의 도시 안에 공존하는 뉴욕은 필자에게 ‘도가니(melting pot)’라는 새로운 관념을 제공하기도 했다. 실제로 뉴욕엔 세계자본주의와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가 있다. 그 속에 전세계 미술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술관이 있고, 다양한 전시공간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한자리에 있기엔 조화롭지 않지만 제법 어울리기도 한다. 뉴욕에 경제력과 다양성을 감당할 수 있는 문화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