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야심 차게 론칭한 제로페이가 출시 5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정부가 제로페이에 투입한 예산은 4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서울시가 제로페이에서 사실상 발을 빼면서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착한 결제시스템” “몇몇 아는 사람만 사용하는 반쪽짜리 간편결제”…. 올해로 출시 5년차에 접어든 제로페이를 향한 엇갈린 평가다. 2018년 12월 시범사업을 시작한 제로페이는 당시로선 생소했던 ‘QR코드’를
지난해 12월 20일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선보였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에서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몸소 제로페이를 사용하면서 서비스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로부터 두달여, 제로페이는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시의 제로페이 시범상가 10곳 중 1곳인 영등포역 지하상가를 찾아가봤다.올해 최악의 미세먼지가 서울을 뒤덮었던 지난 5일 오후 영등포역 지하상가. 인적이 드물게 느껴지던 바깥과는 달리 지하상가에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의류·속옷·가방·액세서리 등을 파는 작은
한 상인은 이렇게 말한다. “손님이 제로페이를 많이 쓰면 장사꾼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시스템을 만든다. 그게 시장이다.” 금융권 관계자의 논리도 비슷하다. “제로페이 사용이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제로페이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애쓰는 서울시의 생각은 180도 다르다. 서울시 제로페이총괄팀 관계자는 “제로페이 가맹점을 더 늘려야 한다”면서 “그래야 제로페이 사용이 늘어나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용처가 많아지면 당연히 사용률도 높아질 것이란 계산인 듯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