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스멀스멀 피어나던 우리의 희망이 ‘변이’로 명찰을 바꿔 단 바이러스의 기세에 눌려 다시 주저앉고 있다. ‘백신 주권’을 갖지 못했으니 대한민국과 한낱 외국 기업의 납품계약은 별 의미가 없다. 팬데믹을 종식할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갖지 못한 국가의 국민은 그저 매몰된 지하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조난자와 다를 바 없다. 얼마 전 백신을 예약하던 집사람의 예를 들어보자. 오후 8시에 예약이 시작됐는데, 컴퓨터 화면에 대기시간 1400분, 대기자 8만명이란 자막이 뜬다. “IT강국 맞네, 50대의 스마트폰 이용률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송구한 세월이 기약 없이 지나고 있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다소 장황하게 다음과 같이 말할 거다. “마스크로 얼굴의 3분의 2를 가린 채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팬데믹(사회적 대유행) 생존 전략을 배달 음식으로 지키며 버티고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돌림병은 어두운 터널과도 같아 그 끝이 어딘지 기약조차 하기 힘들다. 폐쇄·제한·봉쇄 등의 불쾌한 단어가 보편화하면서 우리의 일상은 제한을 받았고, 좌식 생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이로 인한 운동 부족은 향후 질병의 이환율罹患率(일정
회사에서 돌아와 보니 집 앞에 쌓인 택배 박스가 무려 4개다. 2박스엔 쌀이, 나머지 2박스엔 시금치·파 등 농산물이 가득하다. 보낸 이를 살펴보니, 쌍둥이 녀석들의 이름과 학교 주소 등이 적혀 있다. 상당 기간 학교급식이 중단돼 식자재를 공급하던 농가에 피해가 발생하자 당정 차원에서 지원한 사업임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자녀가 둘이니 같은 박스가 두개씩인데 ‘코로나19 같이 이겨냅시다’란 글귀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라고 적힌 커다란 글씨 밑에 쓰여 있다. 버섯·양파·피망 따위의 채소들을 냉장고에 정리하면서 필자는 생각에 잠
2월 중순께의 일이다. 강연 일정상 벨기에의 한 숙소에서 머물고 있던 필자의 눈에 50여명의 중국인이 보였다. 화들짝 놀란 우리 일행은 마스크를 찾느라 허둥지둥거렸다. 중국인과 같은 호텔을 쓰지 않는다는 사전 교감이 있었던 터라 일부 일행은 호텔을 예약한 이에게 원성을 쏟아냈다. 문제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조식을 먹던 필자는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러보니 식당에 한국인은 필자 혼자였다. 일행들이 중국인을 의식해 조식을 먹지 않은 거였다. 그런데, 조식을 혼자 먹고 버스에 오른 필자를 사람들이 피하기 시작했다. 버스 통로
지난 칼럼(더스쿠프 362호 식욕감퇴제와 부메랑)에 이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속성 다이어트 얘기를 이어가보자.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앞두고 날씬하고 멋진 몸매를 만들고 싶은 거야 누구든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넘치는 의욕에 있다. 식욕감퇴제를 택한 예비부부의 문제 역시 방법에 있었다.여기서 잠깐, 에너지 균형 방정식을 살펴보자. 인간이 1년 동안 섭취하는 음식의 양은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900㎏에 육박한다. 1일 열량 섭취량과 소비량이 균형적으로 조절됐다면 체중은 별 변화가 없다. 반면 유입
눈부신 드레스를 입어야 할 신부라면 다이어트를 결심할 것이다. 잘록한 허리로 하객 앞에 서야 한다는 절박함 탓에 굶는 것쯤은 두렵지 않다. 신랑은 어려운 결단을 내린 여자친구를 보면서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사실 주말 맛집 탐방으로 얼룩진 두 사람의 2년여 데이트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안겼다. 낭만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따질 수 있겠냐마는, 분명한 건 이들이 먹는 데 지출한 돈이 바로 ‘뱃살’에 안착했다는 점이다.실제로 신부만큼이나 신랑도 상황이 썩 좋지 않다. 폴더폰처럼 착착 접히던 허리는 녹슨 듯 뻑뻑하게 느껴진다. 복강
다이어트의 개념을 체중 감량에 국한해 보자. 이 경우 대다수가 굳건한 신념처럼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인다는 거다. 식욕을 참는 어려움과 인위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귀차니즘이 수반되겠지만 거의 맞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가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고 싶다는 거다.건강을 염두에 둔다면 소식다동小食多動이 맞을 텐데 말이다. 몸이 내 바람과 상반된 요구를 하므로 다이어트는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상처를 긁어 당장 가려움을 면하듯 우리 주위엔 욕구를 대신해 줄 조력자나 조력물이 널렸다. 인터넷 등엔 기다렸다
지난 칼럼(더스쿠프 351호 비에 녹지 않는 풀)에서 필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살이 빠질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전에 중국인의 식습관과 거기서 비롯된 오해를 살펴보자.혹시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을까 싶다. “중국인이 기름진 음식을 먹고도 날씬한 이유는 차茶, 양파 등을 많이 먹어서다.” 맞는 말일까. 기름진 음식을 무한정 먹은 후 양파를 먹거나 녹차를 마시면 살찔 우려를 확 덜 수 있을까.이 답을 풀기 위해선 따져야 할 경우의 수가 많다. 평균적으로 중국인이 날씬한지, 그들의 음식에 얼마나 많은 기름이 끼어있
필자의 단독주택 한편엔 작은 밭이 있다. 봄이 되면 거기에 상추나 토마토 따위를 심곤 하는데 어느 순간 작물보다 잡초의 성장 속도가 훨씬 빠름을 느낄 수 있다.잡초는 영양분을 독식하고 그 곁의 깻잎 모종은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후줄근하게 서있다. 농작물을 기를 때 토끼풀은 최악의 잡초라 할 수 있다. 일단 토끼풀이 출현하면 삽으로 주위를 도려내듯 넓게 파내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뿌리는 징그러운 혈관처럼 뻗치고, 잎은 우산처럼 해를 가리니 그 속에서 어떤 작물도 기를 펼 수 없다.작정하고 토끼풀을 잡아당기면 40~50㎝가량
강연 등 일정으로 필자의 외국 여행은 잦은 편이다. 중국·일본·베트남 등 최근 4개월 사이 여섯번이나 해외행 비행기를 탔다. 업무가 주목적이지만 비행기로 하늘을 날아 생경한 지역을 찾아다니므로 여행은 여행이다.가령 베이징北京의 왕푸징 거리를 걷다 보면 꼬치에 꿴 채 기름에 튀겨내는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좌판 위에 수북하다. 필자는 길에 서서 뭔가를 먹는 걸 즐기는데 위생이 완벽히 담보되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다. 꼬치는 오래된 중국의 먹거리다. 향신료를 뿌려 그들만의 독특한 향미를 즐기는데, 긴 막대기를 찔러 넣을 수 있는 모든 음식이
지난 칼럼(399호·그게 뭐든 많이 먹으면…)에 이어 특정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을 가진 이들의 얘기를 이어가보자. 과자를 못 끊는 남성, 떡으로 고민하는 여성 외 필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이는 채식을 고집하는 6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1m 줄자로 허리둘레를 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복부 비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즐기는 음식은 채소와 두부 등 사찰 음식류라고 했다.사찰식은 마늘·파·달래·부추 등을 넣지 않아 맛이 담백하고 정갈하며 영양이 우수하다. 여기에 음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기본적으로 소식을 고집하므로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
지난 칼럼(더스쿠프 337호·수박 한통 먹으면…)에 이어 강의 도중 필자가 받는 질문이 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좀 더 살펴보자. 언급했던 과자를 끊지 못하는 남자는 과자를 술·담배 등 기호품처럼 여겼다. 해악의 대명사인 음주나 흡연보다 차라리 과자를 먹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지론도 갖고 있었다.핑계를 즐기는 사람들의 특징은 퇴로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의 선함과 정당함을 악함과 부당함에 견주곤 한다. 과자를 즐기는 남성이 자신의 습관을 싱싱한 채소를 즐기는 여성 대신 음주·흡연에 비교했듯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덜 나쁜 것은
얼마 전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을 때의 얘기다. 다이어트 Q&A 시간을 별도로 할 것인가, 강연시간에 넣을 것인가, 협의 끝에 별도로 질의응답 시간을 강연 후 30분간 갖기로 했다.체중 감량이 대중의 관심 분야라 강연시 많은 질문이 쏟아지지만, 질문 내용은 대개 비슷하고 그 유형도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필자가 애를 먹는 질문도 있다. 다름 아닌 지극히 개인의 욕구에 관한 것들이다.술이 왜 건강에 해롭냐는 질문엔 답이 쉽지만, 어떻게 해야 음주나 흡연 욕구를 견딜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변이 궁색해진다. 게다가 “야식을
필자의 지난 칼럼(더스쿠프 333호 뇌 세포 속의 지우개·치매 노인 이야기)을 읽은 독자가 본인의 사연을 메일로 보냈다. 치매에 걸린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1년 전쯤 상태가 나빠져 결국 요양원에 모셨는데, 그 과정에서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엄청난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느꼈다는 이야기였다.많은 이들이 치매를 ‘공포의 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왜 이런 인식이 생겼을까. 먼저 고령사회(Aged society)부터 언급해보자.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90세를 넘긴 아버지를 봉양하는 여성은 현행법상 65세를 넘긴 노인이다.고령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니트(비운동성 활동 열 생성ㆍNEAT)의 목적은 지속이 어려운 운동에 의존하기보단 일상적 삶 속에서 조금 더 움직이는 것으로 열량을 소모하자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이 많이 움직이고 적게 먹는데도 체중이 줄긴커녕 늘어난다는 고충을 필자에게 털어놓곤 한다.운동으로 하루 평균 100㎉를 소모해 주 3회 운동을 한다면 일주일 총 소모 열량은 300㎉다. 우리가 즐기는 라면 한개의 열량이 500㎉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많이 움직이고 적게 먹는데…’라고 하소연하는 분들은 사실 조금 움직이고 많이 먹었을 가능
지난번에 언급했듯(더스쿠프 통권 325호 · 당뇨의 피곤한 길)., 우리가 운동하는 목적이 열량을 소모해 체중을 줄이는 것이라면 그 성적은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체가 에너지를 연소하는 세가지 방식 중 두가지는 대략 정해져 있다. 기초대사량과 음식을 섭취한 뒤 소화 · 흡수 · 저장에 쓰이는 대사 관련 에너지가 그 두개다.일반적으로 기초대사량은 일일 에너지 소모량의 60%, 대사 에너지는 10% 정도다. 두가지를 제외하면 우리가 운동으로 소모할 수 있는 에너지는 넉넉잡아 30%라는 계산이 나온다. 용쓰는 재주가 있어 날고
지난 칼럼(더스쿠프 통권 323호 부동이 곧 만병일지니)에 이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살면 초래될 일을 알아보자. 필자가 가장 경계하는 질병은 당뇨다. 당뇨를 정의하면 이렇다. “근육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절제하게 곡류 기반의 음식을 받아들여 혈당이 혈류를 채우는 일이 빈번해지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질환.” 이런 당뇨의 대표적 증상은 다뇨多尿·다갈多渴·다음多飮인데, 모두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혈당이 혈관에 잔류해 생긴 현상이다. 혈당이 혈관에 잔류해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면 순환계에 문제가 발생, 말초혈관까지 피가 제
몇해 전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던 필자는 강의시간에 다음과 같은 교수의 질문을 받았다. “인간의 동맥경화는 언제 시작될까요?” 많은 수강생이 다양한 답변을 쏟아냈다. “성인 이후” “완경 이후” 등등. 필자는 “연령과 관계없이 식이 및 운동 등 생활 습관이 잘못된 순간부터 동맥경화가 진행됩니다”라고 답했지만 교수는 만족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교수의 입에서 나온 답은 다소 뜻밖이었다. “태어나는 순간 동맥경화가 시작됩니다.” 인간을 상품에 빗대어 문제가 생기는 시점을 예상하자면 포장지를 벗긴 순간부터라는 논리다.필자는 가족력(일명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3개월가량 필자가 연재한 텐-텐 프로젝트를 독자께서는 기억하실 것이다. 10주간 체중의 10%를 덜어내는 계획이었는데 필자는 관찰과 통제가 쉬운(물론 필자의 생각이다) 아내를 대상으로 칼럼을 게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내는 10%가 아닌 10㎏ 정도를 감량했고, 생체 전기저항 분석법을 통한 체성분 검사 역시 바람직한 결과가 나왔다.이처럼 다이어트는 체지방은 줄이고 근육은 늘리는 것이다. 당연히 다이어트와 체중 감량은 동의어가 아니다. 다이어트는 ‘건강하게 균형 잡힌 영양’이라는 함의가 있지만, 체중
3대 영양소가 뭔가라는 물음에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이라는 답을 내지 못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럼 5대 영양소는 뭔가라는 난이도를 다소 높인 문제를 들이밀면 3가지 외 2개가 뭔지 헷갈리는 이들이 제법 많다. 물이나 칼슘 또는 당당히 소금을 외치는 이들도 있지만 정답이 아니다. 나머지 영양소 2개는 비타민과 무기염류(무기질)다. 식이섬유를 포함해 6대 영양소를 완성하는 이론도 있다.중요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6종의 영양소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매 끼니 때 6가지 영양소를 일일이 따지면서 식사를 하는 것은 거의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