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담금 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 도입 이후 최초의 전면 정비”라면서 “32개 부담금을 폐지ㆍ감면해 연간 2조원 수준의 국민ㆍ기업 부담을 경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부담을 줄여준다니 고마운 일이다. 문제는 세금이 모자라 고민인 정부가 펼 만한 정책이냐는 거다.‘특정한 공익사업에 필요한 경비(일부 또는 전부)를 해당 사업과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자에게 부담 지우는 금전적 의무.’ 부담금의 사전적 의미다. 책임 있는 이에게 부과하는 의무인 셈이다.예컨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는 운명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보여준다. 테베의 왕이 오이디푸스를 낳자 신전은 “그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놀란 왕은 양치기에게 아들을 죽이라 지시하지만 이뤄지지 않는다. 갓난아이인 오이디푸스는 이웃 나라 코린토스의 왕이 키우게 된다.훗날 성인이 된 오이디푸스는 신전에서 앞선 예언을 듣는다. 코린토스 왕을 아버지로 생각한 그는 운명에 저항하고자 코린토스를 떠나고 그 와중에 시비가 붙어 친부인 테베 왕을 살해한다. 이후 스핑크스를 무찔러 친모인 테베 여왕을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은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러시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도덕적인 러시아는 가능한가?” 솔제니친은 ‘제국’의 환상에 빠진 러시아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분리한 국가들을 힘으로 지배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질 비극을 예견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1918~2008년)은 1918년 12월 11일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아버지는 솔제니친이 태어나기
종교인의 의복이 단순한 건 ‘신神’과 연관돼 있다. 1960년대 패션 용어로 쓰였던 심플리시티(simplicity)는 사실 신의 단순성(divine simplicity)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이는 신이 그 자체로 궁극의 존재란 뜻인데, 종교 의복이 단순한 것도 신의 단순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흥미로운 점은 맥주에도 ‘신의 단순성’을 구현한 제품이 있다는 거다.맥주는 기원전 때부터 제조해 먹었던 기록이 남아있다. 다만, 양조기술이 본격 발달한 건 중세시대다. ‘교회 세속화’에 반대해 8세기 때 불붙은 수도원 운동이 발단인데, 양조기
맥주의 유물은 신석기 시대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나온다. 기원전 1750년께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엔 맥주 법률도 있다. 그런데 맥주 양조법을 유행시킨 건 중세 수도원이었다. 당시 수도사들은 금식 기간에 기분 좋은 맛을 내는 음료를 마시길 원했는데, 맥주가 1순위 음료였던 모양이다.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는 트라피스트회 수도사들이 빚는 맥주다. 벨기에 2개소, 네덜란드 2개소, 오스트리아ㆍ이탈리아ㆍ잉글랜드ㆍ프랑스ㆍ미국 각 1개소 등 세계 13개 수도원만이 트라피스트협회가 인정하는 트라피스트 맥주를 만들고 있다. 맥주병
#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런 주장이 나올 때면 국민 반응은 차갑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신년사에 “공기업이길 포기했느냐”는 비난 댓글이 쇄도한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전기요금 정상화’와 ‘전기요금 인상’의 혼동에서 비롯된 오해다. 과연 ‘전기요금 정상화’는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전기요금 인상 폭탄의 쳇바퀴 두번째 편이다. 제법 많은 국민이 ‘전기요금 정상화’와 ‘전기요금 인상’을 혼동한다. 그럴 만하다. 역대 정부든 한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상반기 전기요금을 동결할 뜻을 밝혔다. 물가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4월 총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기요금을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는 거다. 문제는 이런 경우 국민이 ‘요금 인상 폭탄’을 맞을 수 있고, 심지어 쳇바퀴처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랬던 전례前例도 숱하다.공공요금 인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폭탄’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요금 인상을 느닷없이 결정하거나 인상폭이 제법
고대 이집트 왕들은 사후세계를 믿었다. 후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자死者의 서書’는 고대인들이 기록한 사후세계 안내서다. 그럼 당시 사람들은 ‘사자의 서’를 어디에 어떤 형태로 기록했을까. 공병훈의 맥락 인류 최초 문자 미디어 마지막 편에선 ‘종이의 기원’ 파피루스(papyrus)를 살펴봤다.문자를 기록하는 ‘틀’ 점토판이 탄생한 것으로 알려진 수메르는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남쪽 지방으로 오늘날 이라크의 남부 지역에 해당한다. 수메르 사람들은 점토판에 문자를 새기는 작업을 2000년 동안 해온 것으로 여겨진다.현재까지 발굴된 대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이 있는 말을 문자로 남길 수 있었던 건 역사적 함의가 크다. 문자가 없었다면 고대문화도, 지금의 찬란한 문명도 없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 문자 미디어’ 1편에서 우리는 말이 문자가 된 경로를 짧게 살펴봤다. 2편에선 ‘책의 기원’으로 불리는 점토판이 만들어진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후 ‘책의 기원’이라 불리는 점토판과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만들어지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문자가 기록된 현존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유적은 점토판이나 석판에
어쩌자고 어쩌자고 어둠이 더 짙어지기 전에 너를 잊어버려야 하리 오늘도 칠흑 같은 밤이 되면 사라진 길을 길삼아 너 돌아오는 발자욱 소리의 모습 한결 낭랑하고 숨막혀, 숨막혀, 숨막혀, 숨막 혀를 깨물며 나는 자지러지지 산 자 필(必)히 죽고 만난 자 정(定)히 헤어지는데 어쩌자고 어쩌자고 너는어쩌자고 어쩌자고온몸에 그리운 뱀비늘로 돋아 발자욱 소리의 모습 내 목을 죄느냐 소리죽여 와서 내 목을 꽈악 죄느냐, 이 몹쓸 그립은 것아,「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민음사, 1992유사 이래 제일 많이 창작된 것이 연애시일 것이다.
찰스 다윈은 인류의 말의 기원을 “언어가 다양한 자연의 소리와 다른 동물들의 소리, 그리고 인간 자신의 본능적 울음소리들을 모방하고 수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디어는 ‘말(language)’이며, 인류가 영원히 사용할 미디어이기도 하다. 공병훈의 맥락, 이번엔 인류의 영원한 미디어 ‘말’을 논해보자.말은 인간이 지닌 최소한의 소통방식이자 최후의 소통방식이다. 인류가 사는 곳이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가 된다면 말은 더 이상 인류의 미디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말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
# 2023년 3월 눈을 감은 작가 오에 겐자부로. 일본인으로선 두번째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를 불편하게 여겼다. ‘제국 일본’의 잘못을 끈질기게 직시하면서 일본의 ‘재무장’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작가 오에는 역사를 숨기지 않고 바라보는 용기를 가져야 희망을 품을 자격이 있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보수든 진보든 집권만 하면 역사를 바꾸려 하는 우리네 권력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2023년 연말, 한 작가를 다시 기억한다. 지난 3월 3일,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사망했다. 오에는 가와바타
기도를 위한 기도허영자내가 함부로당신의 이름을부르지 않게 해 주세요쓰리고 고단한 삶 때문에당신의 이름을부르지 않게 해 주세요알 수 없는 궁륭穹窿어두운 죽음의 두려움 때문에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게 해 주세요운명의 굴레를 헤치고 헤쳐 나와만신창이 얼굴이 꽃같이 피어날 때신이여비로소 당신의 이름을부르게 해 주세요.ㅡ『허영자 시선집』(동학사, 2023) 오늘은 크리스마스날입니다. 중동지방의 시골 마을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태어난 날을 오늘로 잡아 전 세계에서 축하 행사를 갖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날이 경건한 기도의 날이 아니라 요란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꿈에도 스미는 그리운 이름」이시백 포함 78인 지음 | 더봄 펴냄한국 최초의 문예창작과였던 서라벌 예술대학교(현 중앙대) 문창과 70주년을 기념해 앤솔로지(작품집)가 발간됐다. 문창과는 그간 신춘문예와 신인상 등을 통해 문단문학에 데뷔하는 작가들의 양성소였다. 이번 앤솔로지는 전통적 문학관을 넘어, 웹툰 PD, 게임기획자 등 그간 문단을 벗어난 이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를 통해 일종의 문단문학 해체와 미래 문창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물론 문단문학 작가들의 글 역시 실려 있다.「에스메랄다와 춤을」조
공에의 의미ㅡ서정주에게황순원이 사람은 서라벌 한 절간 우물 속에다 용을 기르되 한갓 강고기나 다를 바 없이 기르고이 사람은 송도땅 깊은 산속 한 폭포에다 잉어를 기르되 폭포 위나 밑이 아닌 바로 폭포 줄기 한복판에서 살게 하고이 사람은 한성 한 선비집 사랑방 병풍 속에다 자짜리 붕어를 기르되 먹이 없이도 살찌게 하고이 사람은 서울 변두리 마을 자기 집 뜰 안 연못에다 비단고기를 기르되 있게도 기르고 없게도 기르고ㅡ『황순원전집 11/시선집』(문학과지성사, 1985) 소설가 황순원이 쓴 시인 서정주에 대한 인물론이기도 하고 서정
윤석열 정부는 2022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전기요금을 ㎾h당 40.4원 올렸다. 올해 4분기에는 산업용(을) 전기요금만 10.6원 더 인상했다. 문제는 윤 정부가 내년에도 전기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 세부사업설명서’를 분석하면 그런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인상한 전기요금 중 일부를 어디에 쓸 계획이냐다. 예산서는 어떤 사업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투입할지를 기록해놓은 일종의 계획이다. 예산서를 보면 정부가 뭘 하려고 하는지 유추할 수
# 재생에너지발전보다 원전으로 전력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들이 빼놓지 않는 주장이 있습니다. 바로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비싸다는 겁니다. 더스쿠프가 기사를 통해 ‘원전에 기반한 무탄소 전력 100% 사용’을 강조하는 ‘한국형 CF100’의 비현실성을 지적했을 때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습니다.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턱없이 비싸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는 거였죠.# 더스쿠프는 ‘댓글에 답하다: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의 비밀 1편’에서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비싸다는 주장이 숱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짚었습니
“지금처럼 재생에너지발전 생산단가가 너무 높다면 RE100은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 더스쿠프가 지난 10월 보도한 ‘RE100 대신 한국형 CF100… 尹의 전략 통할까(통권 567호)’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국내의 재생에너지발전 생산단가가 너무 높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만 사용하는 RE100에 동참하는 게 힘들지 않겠냐는 겁니다. 정말 국내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은 원전보다 비쌀까요? 그 댓글에 답해보겠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100% 사용’을 추구하는 RE100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습
「인류의 종말은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위래·유권조·천가연·이아람·김도연·백승화 지음 | 황금가지 펴냄세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망한다. 이 책은 여섯가지 종말 이야기가 담은 단편집이다. ‘제2의 종말 문학 공모전’ 당선작인 ‘죽이는 것이 더 낫다’는 살의를 느끼는 특정 사상이 책을 매개로 빠르게 전염되는 세계를 그렸다. ‘제4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이야기 부문 수상작인 ‘침착한 종말’은 인류의 종말이 인공지능의 투표로 결정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삼았다. 지구의 운명을 두고 외계인과의 한판 가위바위보 대결 이야기를 담은 ‘가위바위보 세이브
찬바람이 불면 주부들은 걱정이 하나 늘어난다.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라서다. 지역과 가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1월 중순부터 말까지 김장을 하니 대략 한달 남았다. 하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아 주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주부 김윤정씨는 매년 30포기씩 김장을 한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사이트(Kamis)에 따르면 17일 기준 배추 1포기 가격은 6587원이다(표➊). 지난해 5898원보다 11.7% 올랐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주부 윤정씨는 김장용 배추를 사는 데만 19만원가량 써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