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혁신을 강조하는 조직이 많다. 정치권과 정당, 국회와 정부는 물론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불신이 큰 곳일수록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여론을 살핀다. 내년 제22대 4·10 총선을 석달여 앞두고 각종 혁신 방안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상당수는 발표만 그럴싸할 뿐 이내 잊히고 만다. 혁신 방안이란 것도 진정 민생과 국민,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잠시 위기를 모면하거나 선거 때 표를 노린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것들도 적지 않다. 정부가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지난 9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4월 무너진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 대응으로 ‘전관예우’를 뿌리뽑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LH는 2021년에도 전관예우를 없애겠다는 혁신안을 내놨지만 변화는 없었다. 그렇다면 LH의 고질병을 없앨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무너져 내렸다. 1개월 조사 끝에 나온 사고 원인은 “설계ㆍ시공ㆍ감리 등 모든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거였다. 이 아파트 사업을 끌고 왔던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였고, LH 현장에 관여한 건설관
폭염기 건설 현장은 ‘위험의 도가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한 채 쓰러지는 노동자가 숱하게 생겨서다. 이 때문에 정부는 35도가 넘는 날 가장 뜨거운 오후 2~5시엔 옥외작업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한다. 건설사들은 매년 정부의 권고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왜일까. 날씨가 더우면 기계가 아닌 사람은 멈출 수밖에 없다. 근무 시간 내내 태양 아래서 일해야 하는 옥외 노동자들은 더 그렇다. 그중에서도 더위의 위험을 가장 크게 겪는 건 건설 노동자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8
주택 건설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모듈러주택이 등장하면서다. 이는 공장에서 방, 주방, 거실 등을 각각의 입방체(모듈)로 제조하고, 이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주택이다. 그럼 이쯤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이 주택은 건설 분야일까 제조 분야일까. 이 단순한 질문엔 많은 함의가 들어 있다.건축물을 몇몇 입방체(모듈)로 나눠 공장에서 제작한 후, 이를 현장으로 가져와 조립하는 주택. 법적으론 ‘공업화주택’으로 불리는 모듈러주택의 사전적 정의다. 장난감 ‘레고’처럼 모듈을 하나씩 결합해 만든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런 모듈러 주택사
국토교통부가 21일 법무부ㆍ고용노동부ㆍ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건설현장 불법ㆍ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내놨다. ▲불법ㆍ부당행위 점검ㆍ단속 강화 ▲불법ㆍ부당행위 차단ㆍ방지 ▲건설노동자 보호가 핵심이다. 우선 국토부는 경찰청ㆍ노동부와 협력해 건설현장 내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조직적인 불법ㆍ부당행위를 상시 단속한다. 불법ㆍ부당행위 적발 시엔 적극적으로 처벌하고, 부당이익은 환수한다. 원도급사, 감리자 등엔 불법행위 예방과 근절을 위한 관리책임ㆍ신고의무를 부여한다. 건설 유관 협회 소속 회원사들의 손해배상소송도 지원한다. 아울러 불법ㆍ
국토교통부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나섰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찰은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했다. 정부의 명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건설현장에 불법이 판을 치고, 그 중심에 건설노조가 있다’. 이 말은 사실일까. 건설현장의 모든 불법행위는 건설노조 혼자 저지르고 있는 걸까. 건설업체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걸까. 정부의 건설업계 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 때리기가 한창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규제개혁 민ㆍ당
모듈러 주택은 이른바 ‘레고형 공정’으로 이목을 끌었다. 미리 만들어놓은 자재를 건설 현장에서 뚝딱 조립만 하면 완성돼 경제성과 빠른 시공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모듈러 주택이 재난 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2022년 산불 재난 현장엔 모듈러 주택이 공급되지 않았다. 뜻밖에도 경제성이 좋지 않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2022년 봄 강원ㆍ경북 산불은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만들었다. 2만4523㏊의 산림이 불탔고 587명의 이재민이 322호의 집을 잃었다. 피해액은 2261억원, 계획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는 고질적 병폐다. 최근엔 한동안 잠잠하던 건설사의 부실시공 논란까지 겹치면서 ‘안전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건설현장의 고질병을 ‘처벌 강화’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적정 공사기간ㆍ공사비용 산정 의무화’란 근원적인 문제를 뒷전으로 미뤄놓고 보여주기식 대책만 양산하고 있다는 거다. # 사례❶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중대한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 가해지던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면 사업주가 현장의 안전에 좀 더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고다.” HDC현산의 신축 아파트 벽면 붕괴사고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그 때문인지 파문도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정몽규 HDC현산 회장은 이 사고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정치권은 건설업계의 반발에 묵혀놨던 건설안전특별법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렇다면 이를 계기로 건설현장은 뭔가 달라질까. 아니다. 건설현장이 안전할 수 없는 구조적 원인은 따로 있어서다. 건설사 CEO들이 취임식에서 한결같이 강조하는 말이 있다. ‘안전’이다. 그들이 사고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이번에야말로 건설현장을
“타워크레인서 펑펑”붕괴 전 굉음의 이유 짓고 있던 아파트 건물의 측면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39층)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외벽 일부가 무너졌다.그러자 해당 아파트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해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건물 붕괴사고 이후 재발방지를 약속한 지 고작 7개월 만에 HDC현산 현장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유병규 HDC현산 사장은 12일 서면을 통해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고,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문제 없이 인수할까. “여유자금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중흥이 “인수자금의 절반가량을 차입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을 바꾸자 ‘승자의 저주’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게다가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최근 중흥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까지 청구했다. 말 많은 중흥의 대우건설 인수과정에 탈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ㆍ합병(M&A) 작업이 한창이다.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인수가격 조정으로 논란을 빚었던 중
광주광역시 보수 노후주택 붕괴(4월 4일), 서울 성북구 철거 주상복합아파트 붕괴(4월 30일), 광주광역시 해체건물 붕괴(6월 9일)…. 올 4월 이후 100여일 새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줄줄이 터졌다. 그러자 정치권은 부랴부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골자는 ▲건축물 해체 시 착공신고 의무화 ▲위험 수준이 높은 공사 진행 시 상주 감리자 배치 의무화 등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만으로 건설현장에서 시시때때로 터지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전예방시스템이 미비할 뿐만 아니라 돌발
지난 6월 광주광역시에서 해체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속전속결로 건축물관리법이 개정됐다. 개정된 법에는 건축물 해체공사의 착공신고 의무화, 상주 감리자 배치 의무화 등이 담겼다. 하지만 A 중견건설사 이지훈(47) 건설·토목 부문 안전관리자는 “그런 규정들을 신설한다고 현장이 안전해질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건설안전관리자로 15년가량 일한 베테랑이다.✚ 지난 6월 광주에서 해체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건축물관리법이 개정됐다. 이를 통해 건설현장이 좀 더 안전해질 것 같은가. “없는 것보다
사람의 기술력이 중요하던 건설업 분야에도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기술자를 대체하는 ‘건설 로봇’ 수준이 아니다. 재료와 도면, 3D 프린터로만 건물을 만드는 건설용 3D 프린팅 기술이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도 건설용 3D 프린팅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건 쉽지 않다. 관련법이 없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건설용 3D 프린팅을 한국에서 못 하는 까닭을 단독 취재했다. 2019년 10월 3D 프린팅 건설업체인 APIS는 두바이에
행정안전부 국무총리 표창, 산업통상자원부 대통령 표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R52장영실상…. 방수 전문업체인 리뉴시스템의 수상 이력은 화려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1차 협력(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협력업체 의뢰를 받고 일한 일용직들도 돈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이다. 리뉴시스템이 발주한 공사에 참여했던 목수 최재범(57)씨는 “돈도 못 받았는데 신용까지 잃었다”며 한탄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의 울분을 들어봤다. 목수 최재범씨가 원청 리뉴시스템의 1차 협력업체인 ‘원
최근 10년간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지상 6층’의 벽이다. 2018년 모듈러 주택의 최고층이었던 ‘6층’을 넘어 ‘13’층을 만들겠다고 나선 회사가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다.2018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모듈러 주택은 ‘지상 6층’이었다. 같은해 일반 시공으로 만든 아파트는 ‘지상 39층’까지 올라갔다. 가장 높은 모듈러 주택조차 일반 아파트의 5분의 1 수준이었던 거다. 이 ‘지상 6층’이란 최고 기록이 3년 만에 꺾였다. 2021년 ‘지상 13층’ 규모의 모듈러 공동 주택
대문에 사자머리가 붙어있다. 용맹한 얼굴에 위협적인 갈기로 무장한 사자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버스 손잡이만 한 철고리를 물고있다. ‘밀림의 왕’ 사자는 대체 언제부터 대한민국 주택 대문에 붙은 채 그 집을 지키기 시작한 걸까. 이 땅에서 많이 사용해온 문양인 용, 호랑이, 새, 물고기, 도깨비도 아니고 왜 사자였을까. 살짝 검색해보니 1970~1980년대 양옥집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자연스럽게 서양식 대문에 사자머리 손잡이가 달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말이다. 이번 주제는 단독주택의 대문이다. 집과 바깥의 경계에 선 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 CFS 대표]청문회서 고개 숙인 쿠팡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둔 쿠팡 앞에 가시밭길이 놓였다. 열악한 노동자 처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 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는 지난 2월 2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고개를 숙였다.이날 청문회에서 네이든 대표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지난해 사망한 고故 장덕준씨와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2019년부터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장씨는 지난해 1월 12일 새벽 퇴근 뒤 숨졌다. 유족들은 “장씨가 정규직
건설사가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만들 때 ‘사전인정’을 받아야 할 게 있다. 층간소음을 막아주는 ‘완충재’의 성능이다. 문제는 사전검증을 통과해도 층간소음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껏 인정까지 받아놓고 시공을 부실하게 하거나 단가를 낮추기 위해 완충재를 바꿔치기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부는 2년 후 사후검증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기존 주택은 어떻게 하느냐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해결하기 힘든 층간소음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우리나라에서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얼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4월과 9월 서울대 문경 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에 연이어 음압 병동을 시공했다. 문경과 서울의 음압 병동 모두 현장에서 자재를 조합해 준공하는 모듈러 건축물이다. 새 사업 분야로 모듈러 건축을 고른 건 잘한 일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오롱글로벌의 신사업 모듈러 주택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3층짜리 건물을 짓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국토교통부의 공사기간 산정 기준에 따르면 평균 7개월이다. 전염병이나 재난이 발생해 급하게 건물이 필요할 때 이 기간은 너무 긴 시간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모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