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난 여론과 심판대 ‘쾅~’. 굉음과 함께 석유 파이프에 구멍이 뚫렸다. 유정油井은 순식간에 파괴됐다. 넓어진 틈새로 석유가 쏟아져 나왔다. 바다엔 거대한 ‘검은 띠’가 둘렸다. 2010년 4월 멕시코만에서 벌어진 석유시추장비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침몰 사태는 이렇게 시작됐다. 세상의 눈은 이 장비를 운영하던 다국적 에너지기업 BP에 쏠렸다. 이 회사의 CEO 토니 헤이워드는 성난 여론에 밀려 대중의 심판대에 섰다. # 최소한의 사과 재앙은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었다. ‘검은 바다’로 돌변한 멕시코
“수도관 파손 때문에 공업용수가 유입됐다.” 지난 10월 안양시 일대에서 발생한 탁수 현상을 두고 한국수자원공사는 안양시에 이렇게 설명했다. 거짓말이었다. 1년 전 한국수자원공사 측이 공업용수 수도관을 생활용수 수도관에 잘못 연결했던 게 탁수의 원인이었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자 수공 측은 “주민 피해 보상이 완료된 이후에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스쿠프가 한국수자원공사의 황당한 거짓말 논란을 단독 취재했다.지난 10월 24일 경기도 안양시 갈산동과 호계3동에선 큰 소란이 벌어졌다. 맑은 수돗물이 흘러야 할 수도꼭지에서 혼탁한
기술도 좋고, 테스트 반응도 좋았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면 이내 성공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에 모든 건 물거품이 됐다. 부푼 꿈을 안고 부식억제기기 시장에 뛰어든 양슬기(37) ㈜코비프코리아 대표의 얘기다. 날개를 펴기도 전에 접어야 했던 그의 우여곡절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 ㈜코비프코리아는 ‘물이 바뀌면 생활이 바뀐다’는 모토로 부식억제기기 ‘체인지워터’를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물, 그중에서도 수돗물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궁금합니다.“우리는 반복적으로 수돗물 관련 뉴스를 접합니다. 2019년에는
40대 직장인 김건강씨는 요즘 재채기를 하느라 정신없다. 봄바람에 몸을 싣고 날아온 꽃가루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동료들은 때때로 마스크를 벗고 봄바람을 맞지만, 건강씨에겐 언감생심이다. 재채기 말고도 거친 기침이 나거나 눈이 가려울 때도 있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봄의 불청객, 꽃가루 알레르기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 앓이를 하고 싶다…(이해인 수녀 · 시인의 ‘봄이 오면 나는’ 中)봄에는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인 꽃들이 고
휴대전화 엔지니어로 30년을 살았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그건 전문분야일 때만 해당하는 얘기다. 퇴직 후 낯선 공기청정기 시장에 발을 들인 박재선(59) 이스트썬텍 대표는 모든 게 낯설다. 수많은 논문을 뒤적이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창업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첫 창업이신가요? 창업 전엔 어떤 일을 하셨어요?“첫번째 창업입니다. 삼성전자에서 휴대전화 엔지니어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임원으로 퇴직 후엔 성균관대 산학협력 교수로 활동했고요. 그러다 그동안 쌓아온
영화 ‘미나리’에서 5살짜리 꼬마 데이비드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데이비드가 등장하는 분량이나 영화를 이끌어가는 역할 모두 할머니 순자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을 능가하는 듯하다. 나이 어리다고 조연상 자격이 안 된다면 조금은 억울한 일이다.데이비드의 존재감은 영화 포스터에서도 나타난다. 남녀 주연배우들을 모두 제치고 포스터에 단독으로 등장한다. 포스터에서 데이비드는 대형 성조기가 벽면을 덮은 농장 건물 배경의 풀밭 위를 나뭇가지를 들고 걸어오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나뭇가지다. 데이비드가 소중
흔히 ‘고전古典’이라 하면 ‘옛것’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오래되고 새롭지 않은, 그래서 진부한 의미를 담고 있을 거란 선입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고전의 진정한 가치는 끊임없이 영향력을 미친다는 데 있다. 단순히 ‘옛날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많은 이에게 가치를 인정받으며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작된 언택트 세상은 기술적으로 많은 발달을 불러왔다. 사람이 있던 곳에 기계가 배치되고, 인간의 손길이 필요했던 작업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하는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앞당겨 정착시키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넥스트 갤럭시와 넥스트 노멀“다섯 가지 갤럭시 신제품으로 모바일 경험의 혁신을 제공하겠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노태문(52) 사장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차기 모델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노 사장은 지난 21일 ‘넥스트 노멀 시대, 모바일이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넥스트 노멀(코로나19 이후 나타날 새로운 현상) 시대를 맞아 모바일 기술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새로운 소통ㆍ연결 경험ㆍ업무방식을 제안하기 위해 고민해 왔는데, 그 결과물을
#인천 서구 주민들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지난 여름 발생한 ‘인천 적수 사태’의 피해보상 처리 문제 때문이다. 현금보상액이 가구당 1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이 돈을 받으면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잃는다. 도시의 기본적인 인프라인 수돗물이 오염됐던 건 지자체의 무능함 때문이었는데, 억울하단 생각이 몰려온다. #LG전자 의류건조기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100만원대의 고가제품인데도 먼지가 끼고 악취를 내뿜었다. 소비자들은 환불을 요구하며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위자료 10만원 보상’ 결정이 났
인천시민이 둘로 쪼개졌다. ‘붉은수돗물’ 사태로 인한 시의 보상책 때문이다. 애꿎은 시민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지자체 보상금을 받고 시와 화해를 선택한 쪽과 소송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는 쪽으로 갈라섰다는 거다. 보상금 규모 역시 소송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명백히 지자체의 실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다. 한국에도 미국과 같은 ‘집단소송’ 제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붉은 수돗물 사태와 집단소송을 취재했다. 인천 서구 지역의 시민들은 최근 시가 보낸 한통의
배관재 시장의 앞날이 밝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노후 배관의 교체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금속 배관을 염화비닐수지(CPVC) 배관으로 교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배관재 판매제조업체 정산애강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지난 5월 인천에서 시작된 붉은 수돗물 사태는 노후 배관에 숨어있던 문제를 눈으로 확인한 사건이었다. 낡은 배관의 위험성을 깨달은 지자체는 교체 작업을 부랴부랴 시작했다. 정부도 6월 노후 배관을 교체하는 데 국비 2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공
집을 고를 때 어떻게 하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외관을 보고, 부동산 업자의 설명을 듣는다. 배관은 어떤지, 붉은 수돗물이 나올 일은 없는지 등은 재수다. 사실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리스크다. 해외에선 다르다. 정부가 보증한 전문가들이 나서 집의 잠재적 위험요인을 설명해준다. 해외에선 이들을 홈 인스펙터라고 부른다. 더스쿠프(The SCOOP)의 새 연재물 「3人3色의 잡학다식」 첫번째 편 ‘홈 인스펙션 경제학’을 공개한다. 이번엔 제시카정 국제 경영 컨설턴트가 기고했다. 리모델링했다고 해서 믿고 샀는데 난방이 안 된다면 어떨
붉은 수돗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천 서구에서 시작된 적수 사태가 서울 문래동, 경기도 안성으로 확산하는 양산까지 감지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수도배관뿐일까. 그렇지 않다. 주택용 도시가스배관에도 문제가 숱하다. 특히 매립형 도시가스배관은 한번 설치하면 점검을 할 수 없는 약점까지 안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도시가스 배관의 문제점을 짚어봤다.5월 30일 시작된 인천 ‘붉은 수돗물(赤水·적수)’ 사태가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사태가 발생한 지 한달여가 흘렀음에도 뚜렷한 원인조차 찾지 못
“무리한 수계전환ㆍ미흡한 후속 대응 등이 빚어낸 총체적 관리 부실이다.” 18일 정부가 발표한 인천 붉은 수돗물(赤水ㆍ적수) 사태의 원인이다. 문제는 적수가 발생한 지 20여일이 흐른 뒤의 발표라는 점이다. 그간 원인미상의 붉은 수돗물을 쓰며 공포에 떨던 시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력에 한탄할 수밖에 없다. 적수의 원인은 인재人災라는 발표 자체가 인재이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인천 적수 사태를 그래프로 정리해봤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붉은 수돗물이 옆 아파트에서 나왔다. 다행히 우리 집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맑아 보였다. 엘리베이터엔 ‘수질 검사 결과 적합’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보름 동안 안심하고 썼다. 그런데 이게 웬걸. 5만원짜리 필터를 껴보니 금세 붉게 변했다. 우리 집 수돗물의 정체도 붉은 수돗물(赤水ㆍ적수)였다. 민원을 넣었더니 인천시 관계자는 “수질 검사는 괜찮다고 하는데, 찝찝하면 먹지 말라”는 엉뚱한 소리만 늘어놨다. 정부와 지자체가 고개를 숙였지만 달라진 게 없다. 그래, 우리 집엔 지금도 붉은 물이 흐르고 있다. 더스쿠프(The SC
담당자는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당국은 골든타임을 놓친 채 ‘헛말’만 남발했다. 그 사이 문제는 더 심각해졌고, 사람들은 분노했다. 그렇다고 소 잃고 외양간을 잘 고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관련 대책은 구멍이 뚫려 있기 일쑤고, 계획은 번번이 비틀어졌다.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를 두고 너무도 뻔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붉은 수돗물에 숨은 고질병을 취재했다. 5월 말부터 20일 넘게 이어지는 인천 붉은 수돗물(赤水ㆍ적수) 사태의 피해 현황은 생각보다 더
‘후원을 위한 미덕美德’은 따지고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일부 높으신 양반들처럼, 약간의 위선만 떨면 얼마든지 미덕을 뽐낼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을 내건 미덕’은 함의含意가 다르다. 누군가를 위해 내 삶과 욕구를 포기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건 헌신이다. 조성태(46) 카페풍경 사장. 월 매출 1억원이 넘는 ‘카페 체인’을 미련없이 팔았다. 그 돈으로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카페’를 차렸다. 많은 이들이 “왜 실속도 없는 길을 스스로 걷느냐”며 핀잔을 주곤 하지만 그는 꿋꿋하다. “꿈이 없다는 건 가슴 아픈
먹는샘물 시장이 1조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안전하고 깨끗할 것 같다’는 믿음으로 생수에 손을 뻗친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는샘물은 소비자의 믿음을 번번이 배신한다. 그 배경에는 환경부와 제조업체의 안일함이 숨어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먹는샘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취재했다. 국내에 먹는샘물이 처음 등장한 건 1988년 서울올림픽 때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편의 위해 한시적으로 판매했던 먹는샘물은 1995년 다시 등장했다. 먹는물관리법이 제정되고 먹는샘물 판매가 허용되면서 ‘물 사먹는 시대
환경을 지키는 일은 흔히 돈이 드는 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 지구를 살리면서 돈도 벌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지구를 살리는 쿨한 비즈니스」를 저술한 김성우(50)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겸임교수다. 기후변화ㆍ환경에너지 전문 경영컨설턴트로 30여년간 활동하고, 한국인 최초의 세계은행 미래사회 외부 자문위원도 역임한 그에게 그 주장의 근거를 물었다. ✚ 15년 전 전세계를 1년 넘게 돌면서 환경과 에너지 관련 산업의 시장조사를 하신 걸로 압니다. 이를 통해 무얼 발견했는지요.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부족해 에너지 수입
단정한 유서 나는 아버지가 남긴 말을 천천히 되뇌어본다. 유언이 주문처럼 입속을 맴돈다. ‘세상 무서운 줄 알고 살아라.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주면 고맙겠다. 부디 남은 형을 잘 돌봐주길 바란다.’ 아버지는 죽기 전에 정말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아버지의 유언을 다시 보니, 아버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 종이를 들여다볼 사람이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라는 걸 말이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정작 나에게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아버지가 내게 남긴 건 엄마에게 대신 사과를 해달라는 염치없는 부탁과, 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