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의 시간임동윤오십 평생 땀 흘렸던 누이아지랑이같이 모락모락 흔적 없이끝내 하늘나라에 든 누이자식에게 시간 다 빼앗기고 남편의 일 틈만 나면 도와주다가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불치의 병을 앓다가너무 짧게 이승을 마감한 누이함부로 가볼 수 없는 이국에서한 줌 뼛가루로 흩뿌려진 누이나도 모르게 먼 하늘만 바라보다가흐르는 구름에 안부를 물어보네살아서는 다시 보지 못하다가서천으로나 떠도는 누이를 불러보네오빠, 오빠 부르는 누이를 보네ㅡ『야만의 습성』(소금북, 2023) 시인과 시적 화자가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 시인은 누이의
일본의 근대소설은 한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한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는 누구인가?”를 묻는다면 심심찮게 나오는 이름이 있다.바로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1948)다.「달려라 메로스」, 「사양」, 「유다의 고백」등 그의 모든 저서들이 한국어로 번역, 출판되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유명한 작품은 바로 1948년에 출간된 「인간실격(人間失格)」이다.인간실격이라는 작품을 여는 도입부는, 일본 문학사뿐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으로 시작한다.「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きました。自分には、人間の生活というものが、見当つかな
아버지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죽이고 ‘셀프 황제’ 자리에 올라 돌아온 코모두스를 맞은 로마의 ‘민심民心’은 변덕이 죽 끓듯 한다. 민심은 천심天心이라는데, 민심이 그리도 변덕스러운 것이라면 천심도 그렇게 변덕스러운 것인가 보다. 로마로 입성하는 코모두스를 시민들은 침묵 속에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못마땅한 얼굴로 맞는다. 찬바람이 싸하다. 그랬던 로마 시민들은 코모두스 황제가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폐지해버렸던 콜로세움 검투경기를 부활시켜 신나는 ‘즐길거리’를 제공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을 펴고 환호한다.손을 흔들며 콜로세움 경기장에
서언 가치는 그 무엇이 옳다, 좋다, 바람직하다 할 때에 있어서의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관념적 실체입니다. 절대적인 가치와 주관적인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가치는 더불어 나오는 것이지 혼자 나올 수 없는 것이 사회적 모럴로서의 가치의 기본 특징입니다. 그런데 ‘한국적’이라 하먼 가령 한국의 대표 음식Korean staple food인 김치를 말할 때처럼 한국 사회 내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통용되고 있는 일반적이고 관습적인 요소를 지닌 것을 의미하는 만큼 우리가 '한국적 가치The Korean Value'를 논하고자 하먼
서언2-1, 김수영 사유의 내적 기원2-2, 김수영 사유의 외적 기원마무리 서언세상에 혼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관계의, 상호작용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더 말할 것도 없이 자기 시대의 아들1)이라고 했거니와, 현존재인 나는 세계 속의 존재라는 하이데거의‘세계-내-존재’ 또한 같은 말이 아닌가 말입니다. 철학은 말할 것도 없고 문학예술도 마찬가지고, 김수영의 시적 성취와 사유의 열매 또한 갑자기 돌출한 것이 아닙니다.김수영의 시작 초기 이력을 자세히 보니,‘묘정의 노래’(‘45)에 이어‘공자의 생
서언 자, 나는1) 이미 김수영을 “서구의 합리적 이지와 동양의 고전적 소양, 송곳style같이 날카로운 모던한 감각을 지녔으면서도 고유의 민중적 전통의 뿌리를 깊이 있게 의식했던 한국의 보기 드문 문화 검투사a cultural gladiator”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결코 그냥 한 헛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나의 연륜과 학문과 철학적 예지라 할까요, 머 그런 이미지의 연쇄작용에서 어느 날 운이 닿아 터져 나온 것입니다. 이것은 머 음악의 황제 베토벤이“짜자자 잔~”하고 ‘운명’이 지닌 영웅적 삶의 본질에 대한 음악적 리듬을 읽
나는 지난 회에 ‘인류사는 문체투쟁사다’라는 문제제기를 통해 ‘시인은 왜 철학자를 고발하였나’를 풀어갈 것을 약속하먼서 이걸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양철학사에서 하나의 패턴pattern으로 서로 부딪치고 차이와 반복을 드러내며 강물처럼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은 시와 소설이라는 문체의 역사와 함께 흘러왔음을-그러니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를 대변하는 철학자이고, 플라톤은 소설을 옹호하는 철학자로서-좀 장황하게 늘어놓으먼서 대서사로서의 서곡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먼서 나는 시리즈가 이어지기
흔히 ‘고전古典’이라 하면 ‘옛것’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오래되고 새롭지 않은, 그래서 진부한 의미를 담고 있을 거란 선입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고전의 진정한 가치는 끊임없이 영향력을 미친다는 데 있다. 단순히 ‘옛날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많은 이에게 가치를 인정받으며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작된 언택트 세상은 기술적으로 많은 발달을 불러왔다. 사람이 있던 곳에 기계가 배치되고, 인간의 손길이 필요했던 작업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하는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앞당겨 정착시키고 있다
문학수첩이 반연간지 “문학수첩”의 창간호를 발간했다. 오는 31일 발행 예정인 “문학수첩”은 출판사 문학수첩에서 올해부터 새로이 선보이는 문예지로 소설과 산문을 중심으로 채워진다.문학수첩은 2001년 창간한 이래로 “해리포터”시리즈를 비롯하여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등을 출간한 출판사이다. 문학수첩은 2011년부터 계간지 “시인수첩”라는 이름으로 문예지를 펴내기 시작했지만 “시인수첩”이 지난해 겨울호를 끝으로 출판사 여우난골로 양도됨에 따라 잠시 중단되었다.“시인수첩” 발간을 맡게 된 ㈜여우난골의 편집자 김병
# 오랜만에 산자락을 찾았습니다. 주차장으로 쓰이던 공터가 웬일로 텅 비었더군요. 다가가 보니 눈 덮인 땅에 어린 나무들이 빼곡했습니다. 한겨울에도 생명은 힘을 내고, 희망을 키웁니다. # “내일 종말이 와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가 말했다는 설도 있고, 마틴 루터가 주창했다는 설도 있지만 의미는 같습니다.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희망을 키우자는 겁니다. 문득 사과나무와 어린 나무가 오버랩됩니다. # 나무는 일년에 한개씩 나이테를 가집니다. 봄과 여름은 빠르게 성장합니다. 가을과 겨울엔 더디게 성장해 세포벽이 두껍고
1. 문제제기‘한국 문단의 노벨상’이라 자처한다는 (오창은, 문학평론가,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 세미나 자료) 동인문학상(조선일보 주관) 수상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령, 제 아무리 교육적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12살 어린이에게 성인영상물을 틀어주는 것이 적절할 수 없는 것처럼, 꼭 그처럼 반민족친일부역행위가 명백한 문인의 행적과 작품을 기리는 행위가 신뢰성과 정당성을 지닌 것인지 간단없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 어떤 행위가 적절한가의 문제는 무엇이 정확하고 옳
살다 보면 사람 때문에 속 터지는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어리석고 둔하며, 눈치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어디에든 존재하는 멍청이들은 만날 때마다 새롭고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힌다. 정말 순진해서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이가 있는가 하면, 단순히 상식이나 지식이 없는 멍청이도 있다. 지능만 높고 센스 부족인 멍청이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만 그럴싸하게 늘어놓는 멍청이도 종종 만나게 된다.신간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하찮은 멍청이부터 세상의 종말을 불러올 만큼 절망적인 멍청이까지, 우리 주변의 모든 멍청이들
“우리가 막역한 사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놀라워했다. 마치 어떻게 낙타와 펭귄이 친구가 될 수 있냐는 듯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듯 표정을 짓곤 했다.” 작가 임경선과 뮤지션 요조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아는 사이’였다가 편의상 ‘친구’로 소개하던 시간을 거쳐 ‘진짜 친구’가 됐다. 어느덧 스무권의 책을 쓴 베테랑 작가 임경선과 뮤지션이자 작가, 팟캐스트 진행자, 책방 주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요조가 도전에 나섰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완연한 어른으로서, 또한 여자로서, 세상을 살며 보고 느끼고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은 관객들에게 ‘죄악(sin)’와 ‘범죄(crime)’의 의미를 묻는다. 존 도(John Doe)는 기독교가 가르치는 ‘7가지 죄악(탐식·나태·시기·교만·욕정·탐욕, 분노)’을 범한 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연쇄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다. “이 세상에서 ‘죄악’을 몰아내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 존도에게 범죄는 이런 거였다.기독교의 가르침에서 7가지 ‘죄악’은 분명 ‘7가지 죽을 죄(seven deadly sin)’로 명기돼 있다. 말 그대로 ‘죽어야’ 한다. 알아서 죽어주지 않으면
한국 정치사에 발을 맞춘 한국 문예지의 100년 역사 이승하(시인ㆍ중앙대 교수)*이 글을 쓰는 데 참고로 한 책은 아래와 같다. 애당초 발표했던 발제문에는 각주를 붙여 일일이 출처를 밝혔지만 각주를 달 수 없는 인터넷 환경이라 책명만 서두에 밝혀둔다. 김근수, 『한국잡지사연구』, 한국학연구소, 1992. 정진석 외, 『한국 잡지 100년』, 사단법인 한국잡지협회, 1995. 최덕교 편저, 『한국잡지백년』 1, 2, 3, 현암사, 2005(재판). 1. 최초의 문예지 『創造』 등장의 의의 한국 잡지의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시 : 2019년 8월참석자 : 김지윤(인터뷰어, 문학평론가, 시인), 최종천(시인)인간과 달리 고통도, 피로도, 죽음도 알지 못하는 기계는 생명이 없는 대신 영원을 얻을 수 있다. 대신 기계는 사색하지 않는다. 죽음이 없으니 삶을 성찰할 필요가 없고 끝이 없으니 지나간 시간과 현재를 사유할 필요가 없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했다. 인간은 갈대처럼 약하고 유한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귀하다고. 최종천 시집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반걸음, 20
1938년에 당대 최고의 수필을 모아 국내 최초로 수필 선집 형태로 간행한 "현대조선문학 전집-수필 기행집"에 수록된 41편의글 중 27편을 이민희가 번역, 주해한 춘풍천리가 "지식을만드는지식" 수필선을 통해 출간됐다. 원본에는 총 열여섯 명의 작가에 총 4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열네 명의 작가가 쓴 총 27편의 작품을 선별, 수록했다. 제외된 작가는 김동인과 노자영이다."춘풍천리"의 특징이라면, 첫째, 원문 표기를 최대한 살리고 원문이 주는 글의 묘미를 해치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현대어로 쉽고 친근하고 이해하기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대표 서점 예스24(대표 김석환)가 1,500만여 명에 달하는 누적 회원들의 지난 20년 간의 도서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의 달라진 도서 판매 동향을 살펴봤다. - 20년 동안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 받은 도서 분야는 ‘국내문학’예스24의 1999년과 2018년의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를 분석한 결과, 20년 전과 현재 모두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도서 분야는 국내문학으로 나타났다. 1999년에는 25권, 2018년에는 17권의 국내문학 도서가 베스트셀러 100위에 올랐고,
마포구립서강도서관은 1월 31일과 2월 7일, 2회에 걸쳐 동아시아 철학을 연구하는 고전 인문학자이자 ‘장자강의’의 저자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를 초청하여 집중인문학 강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기원전 770년부터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는 ‘춘추전국시대’라 불리는 고대 중국의 분열기이자 혼란기였다. 각 나라의 제후들은 부국강병을 위해 신분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며 인재를 등용했고 그로인해 다양한 학문이 발달하고, ‘제자백가’라 불리는 다양한 학자와 학파가 등장하게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은평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관장 신남희)은 서울자유시민대학 ‘2018년 네트워크시민대학’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서울에는 일상에서 철학하는 시민이 산다’ 주제로 7월 31일부터 11월 29일까지 철학 강좌 및 토론이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총 21회 진행했다.김선욱 교수의 한나 아렌트 강연, 허경 교수의 스피노자와 푸코 강연, 백상현 정신분석학자의 프로이트와 라깡 강연을 15회 진행했고 이현우 서평가, 함돈균 문학평론가, 노명우 사회학자를 초청, 문학과 철학, 사물의 철학, 사회철학으로 6회 진행하여 총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