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 노스’는 올해 초 “한반도 상황은 1950년 6월 초 이래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상황은 냉전시대만큼이나 위태롭다. 이응준 작가의 「국가의 사생활」과 장강명 작가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흡수통일을 가정하며 우리가 전쟁의 비극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일깨운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다. 이듬해 독일이 통일에 성공했고, 소비에트연방이 해체했다. 서독의 헬무트 콜(1930~2017년) 총리는 붕괴 직전인 소비에트연방의 혼란을 놓치지 않고 고
“어서 차라리 어두워 버리기나 했으면 좋겠는데, 벽촌의 여름날은 지리해서 죽겠을 만치 길다.” 폐결핵 요양차 잠시 벽촌 시골마을에서 지내던 이상의 단편 수필 「권태」의 도입부 문장이다. 아무런 변화도, 할 일도 없는 벽촌에서의 무료함에 이상은 진저리친다.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마을 아이들은 논두렁에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누구 ×이 더 굵은지 ‘×싸기 시합’을 하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무료함과 싸운다.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의 무대는 아일랜드에 인접한 ‘이니셰린’이라는 가상의 작은 섬이다. 그 분위기는 문득 이상의 수필 「권태」를 떠올리
#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신냉전 체제를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칩4 동맹(미국·일본·한국·대만)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칩4 동맹을 중심으로 중국·러시아와의 본격적인 대립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군비 확장과 전략물자 통제가 핵심인 신냉전의 경제학을 알아봤다. 그 1편, 벼랑에 몰린 중국이다. 냉전의 시작은 이념 문제였을지 몰라도 그 끝은 경제 문제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트루먼 독트린’이 발표됐다.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은
영화 ‘다우트’ 속에서 감독은 2개의 상반된 식사 장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진보적’인 플린 신부가 사제관에서 다른 신부들과 식사하는 장면이다. 또 하나는 ‘보수적’인 알로이시우스 수녀원장이 수녀원에서 수녀들과 식사하는 장면이다.플린 신부는 피가 철철 흐르는 고깃덩어리를 가운데 두고 신부들과 술을 마셔가면서 ‘너절한’ 수다를 떨고 킬킬대면서 식사를 한다. 사제복을 입은 건달들의 회식장면 같다. 반면에 알로이시우스 수녀원장과 수녀들은 사관생도들처럼 경직된 자세로 완전한 침묵 속에서 엄숙하게 ‘깨작’거린다. 사형수들의 마지막
일본인 사업가 코지는 휴가차 떠난 모로코에서 사냥을 즐긴 뒤 사냥총을 자신을 열심히 도와준 현지 가이드에게 선물로 주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 사냥총이 ‘나비효과’처럼 야기할 파문을 그 일본인과 현지 가이드는 짐작조차 할 수 있었을까. 일본인 사업가 코지가 모로코 가이드에게 선물한 사냥총은 양치기의 손에 흘러가고 양치기 소년은 호기심에 방아쇠를 당긴다. 어처구니없게도 총알은 관광버스에 앉아있던 미국인의 어깨에 박힌다. 9·11테러를 겪은 미국 CIA는 발칵 뒤집힌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미국인 부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부부는
[트럼프의 경고]EU 무역협상 다음 타깃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무역협상 타깃으로 유럽연합(EU)을 지목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비즈니스 회의에서 “유럽 경제연합은 우리를 매우 나쁘게 대했다”며 “다음 무역협상 대상은 유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칼끝이 이번엔 유럽을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은 미국산 제품에 믿을 수 없는 장벽을 부과한다”며 “그들과 매우 진지하게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EU의 무역 갈등은 지난
글로벌 상위 기업 순위가 5년 단위로 바뀌는 초경쟁 시대다. 격차를 뒤엎을 수단으로는 ‘기술 혁신’이 꼽힌다. 하지만 섣부르게 기술 투자를 감행했다가 되돌아올 리스크는 걱정이다. 신기술엔 늘 부작용이 있어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치열한 경쟁 대신 협력하라”고 조언한다.기업의 생존 화두는 ‘디지털 혁신’이다. 거의 모든 기업이 인공지능(AI)을 외치고 빅데이터를 강조한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가 혁신에 다다르는 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신기술엔 부작용이 있다. 예컨대, 무인차는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 공방을 두
로저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서방세계를 향한 이슬람의 무차별적인 테러와의 전쟁 최전선에 투입된 CIA 정예요원이다. 적진 한가운데 투입된 페리스는 이슬람의 문화에 ‘유창(Fluent)’하다. ‘문화적 유창성(Cultural fluency)’은 분명 현장요원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 요소이지만, 현장요원 페리스에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대테러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