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형제 감독은 영화 속에 그들다운 매우 짧지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시퀀스를 배치한다. 미네소타주의 브레이너드(Brainerd)라는 작은 시의 여자 경찰서장 마지(Marge)는 고속도로 살인사건을 추적하면서 용의자들과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2명의 나이 어린 창녀를 찾아가 용의자의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데 그 장면이 매우 신선하다 못해 코믹하기까지 하다.군더손(Gunderson)이란 성姓을 보면 마지는 노르웨이계 이민자다. 통통한 어린 창녀들도 영화 속에서 성을 밝히진 않지만 특유의 억양으로 짐작건대 노르웨이계임이 분명하다.
한국인들의 행복점수는 몇점일까.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23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스스로가 매긴 행복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5.951점이었다. 전 세계 137개국 중 57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과 비교하면 한국보다 행복도 점수가 낮은 곳은 그리스(5.931점), 콜롬비아(5.630점), 튀르키예(4.614점)뿐이다.보고서는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 자유’ ‘공동체 나눔(관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제임스 길리건 지음|교양인 펴냄 “보수가 집권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더 많이 죽는다.”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다. 수십년간 폭력 문제를 연구해온 저자는 정치와 죽음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를 살핀 그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공화당이 집권할 때마다 온 나라가 살인과 자살로 고통받았다는 거다. ‘보수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은 왜 불평등과 폭력을 키우는 정책을 추구하는지’ ‘사람들은 왜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지’ 등의 질문에 답한다. 「더티
창비와 세교연구소는 14일 서울 창비서교빌딩에서 '대전환의 한국 사회, 과제와 전략: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계간 『창작과비평』의 200호(2023년 여름호 발간 예정)를 기념하여 열렸으며, 국내외 주요 인사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실린 특별호를 출간하는 계기로 삼았다.심포지엄에서는 먼저 백영서 세교연구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며 『창작과비평』이 지난 60년간 전통을 이어오며 '문명전환'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논의를 펼쳐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현재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 37.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 1위….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아픈 자화상이자 불명예다. 사회 뒤편으로 밀려나 언젠가부터 ‘노인’이라는 보통명사로 불리는 그들에겐 그들만의 역사는 없을까. 그 역사를 방치해 놔도 괜찮은 걸까. 주름은 삶의 곡선이다. 색이 빠진 머리카락은 모짊의 흔적이다. 흔히 ‘노인’이라 불리는 사람들. 그들에게 삶의 역사가 없으랴. 옆집 할머니는 동네 제일 미녀로 오르내리며 미스코리아를 꿈꿨을 수도 있고, 그 옆에 옆집 어
여름은 누군가에게는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시원한 바다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우리는 같은 계절을 공유하면서도 저마다 다른 감정과 감각을 불러 온다. 정지향 소설가에게 여름은 10대 후반에서 20대를 닮았다,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의 의미를 다 알지 못하는 때’, 그렇기에 정의되지 않은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때다. 정지향 작가는 2014년 장편소설 ‘초록 가죽 소파 표류기’로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지난 해 10월에 첫 소설집 ‘토요일의 특별활동’을 발
한 국가의 경제성장 지표를 나타낼 때 우리는 흔히 국민총생산(GDP)을 활용한다. GDP를 통해 국가의 경제 규모를 파악하고 국가경쟁력도 평가한다. 그렇다면 GDP가 높은 나라의 국민은 반드시 행복할까. 꼭 그렇진 않다. 세계 GDP 순위와 세계 행복지수 순위는 큰 차이를 보인다.우리나라만 해도 GDP 순위는 매년 올라가는데 행복도 순위는 점점 내려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각종 삶의 질(자살률ㆍ노인빈곤율ㆍ산재사망률 등) 수치에서 최하위권을 차지하는가 하면, 젊은이들은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채 미래를 설계
“엄마ㆍ아빠가 내 엄마, 아빠여서 좋아….” “내 가족이어서 고마워.” 자녀의 뜬금없는 고백을 들은 부모는 어떤 기분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날만큼 행복한 날을 손으로 꼽긴 어려울 거다. 하지만 그게 자살의 암시였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드라마 속 이야기’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그런 일은 실제로 숱하다. 그렇다면 부모가 아이들의 슬픈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한국의 부끄러운 민낯 중 하나가 높은 자살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2018년 발표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24.6명(인구 10만명당)으로 가장
100여명이 훌쩍 넘는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있다. 단상 앞에 선 강사의 목소리는 학생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수년째 들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서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예방교육의 민낯이다. 그래서 김일숙 이사장은 2017년 강사협동조합 ‘세움’을 설립했다. “한번을 교육하더라도 제대로 된 방식으로 하자”는 취지에서였다.2015년 8월, 청소년 자살예방교육 강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1년여간 96개 학교를 돌았다. 뜻깊은 시간이었다. 의미 있는 일이었기에 힘든지도 몰랐다. 하지만 보람을 느끼는 것도 잠시. 학생들의 반응은 생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또 인생이다. 넬슨 안(Nelson An·48) 앵커로직스 대표의 인생도 그렇다. 어느 날 아내가 듣도 보도 못한 희귀병에 걸렸고, 그런 아내를 위해 그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였다. 아내를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더 많은 이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는 그의 창업기를 들어봤다. 아내는 특수학교 교사였다. 아픈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 일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그런 아내가 언젠가부터 이상해졌다.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걸을 때마다 온몸이 비틀거렸다. 처음엔 이석증인 줄만 알았다.
세계는 ‘사람이 필요치 않은 경제’로 이동 중이다. 사람들은 직접 시장에 가서 구매하는 것보다 온라인 주문 후 문 앞의 물건을 수신하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가 더 높은 수익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시스템과 맞물리면서 이러한 인식이 더 확산하고 있다. “인간은 효율적으로 계산하는 합리적 개인이다.” 경제학자들이 오랫동안 내세워온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인)’는 자신의 이익을 효율적으로 추구하는 합리적 개인을 의미한다. 완전경쟁의 이론 속에서 가격기구를 매개로 이뤄지는 경제인들의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70대 이상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3년간(2016~2019년) 고독사한 독거노인 수는 56%가량 증가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건만 바뀐 게 없다. 왜일까. 가톨릭대 학생 3명이 정부도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그들은 해답을 ‘관계’에서 찾았다.119.4명. 지난해 우리나라 전국 평균 노령화지수다. 노령화지수는 유소년인구(0~14세) 100명당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을 말한다. 노령화지수가 100명을
#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다. 20%를 넘겼을 땐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올해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비율은 15.7%다. 2018년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가 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대두되는 사회문제도 숱하다. 우울증ㆍ자살ㆍ고독사 문제가 심각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살률이 높고, 홀로 사는 노인들이 우울증에 시달릴 위험도 크다. 우리나라 고령인구 5명 중 1명이 독거노인이라는 걸 감안하면 잠재적 위험성이
공적연금수급자유니온(위원장 이재섭, 이하 연금유니온)은 7일 창립 1주년에 즈음하여 공적연금 제도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비극적 노인자살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재정적 보수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연금사각지대를 해소할 근본적 개혁기구를 즉시 설치하라”는 내용이다.연금유니온은 성명에서 “산업사회에서 국민들의 퇴직 후를 대비해 국가가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재정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도리”라고 강조하고, “우리나라는 국민들을 위해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불필요
커피처럼 연구결과가 상반되기 일쑤인 기호식품도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이 마시면 병을 만드는 음료처럼 묘사되다가도 병을 치료하는 식품이란 평가도 받는다. 커피는 대체 어떤 기호식품일까. 더스쿠프(The SCOOP)의 「3人3色의 잡학다식」 에스프레소 경제학의 첫 장을 연다. 문경진 그린빈월드 대표가 기고했다. 커피는 수십년 전만 해도 의과대학 교재에 발암물질로 기록돼 있었다. 최근엔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어 인체에 유익하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한세기도 되지 않아 이렇게 극단적인 평가를 오간 식품이 또 있을까.
근로자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생겼고, 결국 자살을 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업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인정해주는 게 옳다. 문제는 그동안 판례들이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잘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과연 타당한 판결일까. 지난 9월 3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겠지만 우리나라엔 중요한 날이었다. 한국의 자살률이 워낙 높아서다. 참고로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3명(2017년 기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난 7월 11일,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의 특강이 열렸다. 자리에는 뉴스페이퍼 시민기자단과 서포터즈가 함께했다.언론사 뉴스페이퍼는 신경숙 표절 사태를 계기로 대학생들이 만든 문학 전문지다. 그간 문학계 크고 작은 이슈들을 다루며 김경주 시인 대필 사건, 문단 내 성폭력 작가회의 징계 없음, 하일지 교수 성폭력 등 중요한 사건을 폭로하기도 했다. 강연을 맡은 이민우 대표는 “당시의 나처럼 젊은 사람이 언론사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라며 SNS를 토대로 한 정보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2019년 교육프로그램 '인문학이 있는 저녁-죽음, 소멸이 아닌 옮겨감'이 3월 13일 시작된다.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총 8회에 걸쳐 진행되는 인문학 특강은 인간이면 누구나 한 번은 맞을 수밖에 없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작년 비문학 분야로는 처음으로 실시한 르네상스 미술사 강의로 큰 호응을 얻었던 한국근대문학관은 2019년 첫 강좌로 ‘죽음학’ 강의를 개설해 또 한 번의 파격을 예고하고 있다.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터부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뉴스페이퍼 = 송진아 기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동네 잡화점 주인인 나미야 할아버지가 동네의 고민상담사 역할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별명을 사용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히 고민상담 편지를 작성해 잡화점의 우유통에 넣어두면, 할아버지가 마음을 담아 답장을 써 다시 우유통에 놓아두는 방식으로 고민상담은 이루어진다."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다보면 ‘소설에서처럼 나를 드러내지 않고 누군가에게 내 고민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 최다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부족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라 더욱 아름답다. 언어장애를 겪는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와 가까운 두 인물 중 한 사람은 흑인 청소부이고, 또다른 한 사람은 동성애자다. 그녀가 연구센터에 갇힌 괴생명체를 탈출시키려고 할 때 도와주는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