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유물은 신석기 시대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나온다. 기원전 1750년께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엔 맥주 법률도 있다. 그런데 맥주 양조법을 유행시킨 건 중세 수도원이었다. 당시 수도사들은 금식 기간에 기분 좋은 맛을 내는 음료를 마시길 원했는데, 맥주가 1순위 음료였던 모양이다.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는 트라피스트회 수도사들이 빚는 맥주다. 벨기에 2개소, 네덜란드 2개소, 오스트리아ㆍ이탈리아ㆍ잉글랜드ㆍ프랑스ㆍ미국 각 1개소 등 세계 13개 수도원만이 트라피스트협회가 인정하는 트라피스트 맥주를 만들고 있다. 맥주병
남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가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에게 발주한 ‘아내 납치’ 청부는 비교적 단순한 일이다. 수임료 4만불도 그럭저럭 적당해 보인다. 이 미션이 분명 북한 영변에 침투해 플루토늄을 탈취해 오라는 톰 크루즈급 ‘미션 임파서블’은 아닐 텐데, 이 간단한 ‘미션’이 6명이나 죽어나가는 ‘블록버스터’급 범죄액션물이 되는 것이 황당하다.‘납치 청부’라는 일을 하다보면 누구든지 게어와 쇼월터처럼 그토록 폭력적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게어와
1420억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큰 선거를 두차례 치른 2022년, 정당들에 지급한 국고보조금 규모다. 사상 최대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대 정당이 각각 600억원 넘는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정의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도 수십억원에서 수천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없는 민생당에도 18억원을 지급했다. 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국가가 정당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지급하는 것이다(정치자금법 제3조 6호). 정당 보조금은 1980년 제정한 제5공화국 헌법에 처음 명문화한 이후 정당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가
지난해가 올해 같고, 어제가 마치 오늘인 것처럼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이니셰린’ 섬. 조용한 마을에서 경천동지할 변고가 발생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똑같을 것만 같았던 ‘절친’ 파우릭과 콜름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다.콜름이 어느 날 ‘절친’ 파우릭에게 던진 절교 선언은 황당할 정도로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는다. 황당하긴 하지만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자동차끼리 충돌하면 대개는 ‘쌍방 과실’이지만, 운전자들은 결코 자기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당사자끼리 해결하라고 내버려둔다면 몸싸움까지 벌어질지
영화는 뉴욕시 브롱크스 교구에 주임 신부로 새로 부임한 플린 신부의 첫 강론으로 시작한다. 모두 새로 부임한 주임 신부의 첫 강론에 귀를 기울인다. 플린 신부는 “하늘의 별자리를 의심하지 말아야 하듯 하나님의 말씀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연하면서도 훌륭한 말을 남긴다. 경청하고 있던 신도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만, 유독 한 사람만 다르게 행동한다. 다름 아닌 알로이시우스 수녀다.알로이시우스 수녀는 플린 신부의 강론을 듣지 않는다. 그저 예배석을 돌아다니며 자세가 불량하거나 딴짓하는 학생들을 단속하고 쥐어박을 뿐이다. ‘진보적인
알로이시우스 수녀원장은 플린 신부가 ‘남아 소아성애자’라고 의심한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 ‘비행非行’ 했다는 플린 신부의 자백도 없고, 증인과 증언도 없다. 정황 근거라고 해봤자 ‘플린 신부를 만나고 돌아온 흑인 학생 도날드의 입에서 술 냄새가 났다’는 게 전부다. 그 정도만으로 플린 신부를 ‘소아 성애자’로 단정하려면 판타지 소설이나 막장드라마 작가급의 상상력이 필요하다.알로이시우스 수녀원장에게 수사권이 있다면 아마도 플린 신부 주변 수십 수백 군데를 ‘압수수색’해서 없는 증거를 만들어내기라도 할 텐데, 안타깝게도 그녀에겐 압수
청년주거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2020년.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쓸모가 줄어든 호텔이나 빈 건물을 리모델링해 청년에게 제공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맹그로브는 그 발상을 실현한 곳 중 하나였다. 맹그로브는 다세대 주택이던 숭인 지점, 호텔이던 동대문과 신설 지점을 거쳐 ‘신촌’에 새 지점을 열었다. 3개 지점의 노하우를 담아 설계와 시공도 직접 관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코리빙 하우스가 ‘공동주택’이 됐다는 거다.올해로 4년째다. 2020년 종로구 숭인동에서 30여명의 입주민과 함께 시작한 ‘맹그로브’ 코리빙(Co-living
# 지난 7월 22일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51일에 걸친 파업이 끝났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와 고된 협의 끝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다. # 그로부터 한달이 흐른 지금, 대우조선해양은 제자리를 찾았을까. 그렇지 않다. 회사 내부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파업의 불씨로 작용한 근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데다, 파업이 남긴 숙제도 숱해서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경영진과 산업은행 수뇌부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더스쿠프(The SCOOP)가 숙련공 임금문제, 손해배상소송,
만사가 맘에 안 드는 듯 언짢아 보이는 한 여성이 뉴욕 거리를 걷는다. “타임스퀘어 시멘트 바닥을 다시 까는 데 4000만 달러가 든다니!” “지하철역 예술작품 설치 공사가 5개월이나 걸린다고? 예술품들이 지하철 타는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준다 생각하는 건가?” “이 도시에서 스마트폰 안 보며 앞을 보고 걷는 이는 나 하나뿐이야.”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다큐 시리즈 ‘도시인처럼’에서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인 프랜 리보위츠는 뉴욕이란 대도시의 일상과 문화를 향해 끊임없이 불만을 드러낸다. 프랜과의
“1980년대 여공들과 2020년대 콜센터 상담사가 다른 게 무엇인가?” 10여년간 콜센터 현장을 연구해온 김관욱 덕성여대(문화인류학) 교수는 이같은 의문을 품었다. 그가 대면한 콜센터 상담사의 현실이 1980년대 구로동 여공들의 현실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콜센터 상담사를 ‘감정노동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를 만났다. “콜은 언제나 밀려 있다.” 콜센터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고용주가 밀려드는 고객의 콜을 처리할 만한 충분한 인력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낙원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물과 산이 일렁이는 곳, 구름과 돌이 서로 다정한 곳. 하늘은 높은 곳에서 흐르고 웃음소리는 낮게 깔린다. 바람과 햇살이 번갈아 피부를 어루만진다. 낙원에 가까운 미술관, ‘뮤지엄 산’에 다녀왔다. 미술관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다. 강원도 원주에 도착해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30분, 산 위에 있는 뮤지엄 산에 도착했다. 입장료를 보고는 마음 속도 험난했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어 있는데, 기본관과 명상관, 설치 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전시까지 모두 관람하면 일반 성인이 39,000원. 그럼에도 외
1921년은 유독 한국문학의 거장들이 많이 태어난 해이다. 소설가 김광식과 류주현, 이병주, 장용학 등이 있으며 시인 김종삼, 박태진, 조병화, 그리고 자유와 사랑을 외쳤던 참여시인 김수영이 있다. 지난 5월 13일,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는 이들 거장들의 100주년을 맞이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2001년부터 매년 한국문학 거장들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개최해왔다.식민지 시절을 지낸 이들 거장들은 태평양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8.15해방, 한국
“당장 내 몸에서 손 떼세요.”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송경동 시인과 그의 동료들을 둘러쌌다. 외마디 비명에도 양복을 입은 이들은 시인의 팔다리를 붙잡았고 국회 밖으로 끌어냈다. 송경동 시인은 지난 6일 한진중공업 측의 교섭 불가 통보를 받은 이후 국회 비서실에서 단식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국회 관계자들은 그들을 강제로 붙잡아 퇴거시켰다. 이 과정에서 송경동 시인은 실신하고 말았다.송경동 시인이 지난 6일을 기점으로 약 47일간의 단식 투쟁을 끝냈다. 단식 투쟁은 한진중공업으로부터 해고당한 김진숙 민주노총 위원장의 복직을 위한
농심이 신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계열사인 태경농산에서 생산하는 비건푸드 브랜드 ‘베지가든’을 정식 론칭했다. 지난해에는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건강기능식품과 다이어트 식품도 출시했다. 농심은 신시장에서 ‘라면 체질’을 바꿀 수 있을까. 라면·스낵 분야의 강자 농심이 비건푸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농심은 비건푸드 브랜드 ‘베지가든’을 공식 론칭했다. 베지가든은 대체육·HMR·소스·식물성 치즈 등 다양한 종류의 식물성 제품을 취급하는 브랜드다. 베지가든은 론칭과 함께 ‘숯불향 떡갈비’ ‘바삭 탕수육’ ‘치폴레
포레스트 검프의 정신의학적 상태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는 애매하다. 일반지능은 통상적인 경계선인 80에 조금 미달하는 모양이다. 거기에 더해 자폐증 증상도 보이고,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도 보인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대표적 특징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특정한 일이나 주제에만 몰두한다는 점이다. 오스트리아 소아과의사였던 한스 아스페르거(Hans Asperger)는 일반적인 자폐증상과는 차별화한 특징을 가진 그룹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그 특징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교우관계 형성능력이 없다. 대화는 한곳으로만 쏠리고, 특정한
낡은 계단을 올라간다. 얽히고설킨 계단과 골목길은 구불구불 기차게 연결돼 있다. 집이나 건물을 만난 골목길은 접히고 꺾이면서 또다른 계단과 연결된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층층이 쌓인 계단과 골목길을 바라본다. 소소한 계단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길이 얼마나 유연한지 건축가와 사진가는 새삼 깨닫는다.천국의 계단을 내려와 지봉로를 따라 동묘앞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창신초등학교가 보인다. 그 뒤편엔 좁은 골목과 시멘트계단이 있다. 먼저 옛 항공사진을 통해 이곳 마을이 생긴 시기를 추측해본다. 1947년 항공사진을 보면 흥인지문에서 동묘앞역
최근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둘러싸고 각계의 논쟁이 거듭되고 있다. 기업 내 관리 체계 부재 등으로 중대 재해 발생 시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해당 법안은 여러 유예 규정과 함께 통과되어 ‘보완입법’을 요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희생 이후 약 50년, 우리는 아직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사회와 노동을 이야기하는 문학은 여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 중요한 국
2020년 초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이토록 길게 이어질지 몰랐다.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도 “곧 끝난다”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정부가 테이블을 빼라면 빼고, 가게 문을 닫으라면 닫았던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란 몹쓸 바이러스는 1년 내내 수그러들지 않았다. 시장은 툭하면 멈춰섰고, 자영업자는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그 수준이 ‘괴멸壞滅’에 가깝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자영업자의 한탄과 통곡이 담긴 ‘2020년 51주 매출 데이터’를 단독입수했다.한국 경제의 실핏줄인 자영업계가 생기를 잃었다. 내수침
2년 전 우리 곁을 떠난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시낭송회 모습입니다. ‘김용균 2주기 추모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 노래극단 기다림 등 문화예술단체가 주관한 이 행사는 12월 12일 오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야외공연장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하라!” 이 같은 슬로건 아래 치러진 이날 행사는 양순모 문학평론가의 사회 아래 송경동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과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의 인사말,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들의 추모시 낭송, 노래극단 기다림의 낭독노래극
11월 30일은 호텔형 임대주택 안암생활의 입주가 시작된 날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호텔 현장을 직접 확인하라”고 말한 날이기도 했다. 바로 다음날 안암생활이 세상에 공개됐다. 기다렸다는 듯 좁고 주방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3~4인 가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안암생활은 셰어하우스다. 개인실에 주방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아직 평가하기 이르지만 시도만큼은 나쁘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안암생활을 셰어하우스 관점에서 살펴봤다. 120명의 청년이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보금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