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는 보육시설을 떠나 홀로 서는 이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 부른다. 사회적 안전망이 촘촘하진 않은 탓에 자립준비청년이 정작 ‘자립’에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다행히 그중 몇몇 사례가 이슈를 불러일으키면서 최근엔 이들을 돕는 지원 시스템이 튼튼해지고 있다. 그런데 자립준비청년과 상황이 비슷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도 있다. 바로 ‘쉼터 퇴소 청년’이다. 둘은 왜 다른 길을 걷고 있을까.여기 두명의 청년이 있다. 둘 다 청소년 시절 가정에서 학대를 받아 집을 나왔다. 불우한 유년시절을 겪고 온전한 가정의 돌봄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을 못 버는 직업은 무엇일까.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가난한 직업의 2위와 3위는 수녀와 신부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각각 1262만원, 1471만원쯤 되니 한달로 치면 대략 100만원 버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200만원을 버는 세상에 너무 적게 버는 것 아닌가 싶다가도, 수녀와 신부의 의식주를 성당에서 해결해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저히 납득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그럼 가장 돈을 못 버는 직업은 무엇일까. 바로 시인이다. 시인은 1년 평균 542만원을 번다. 한달에 50만원도 못 번다는 것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서울의 한 연립주택 단지로 이사를 했다. 1987년 준공했다는 이곳은 시간이 멈춰있다. 주택 단지를 지키는 경비실과 3층을 넘지 않는 낮은 건물들. 편의점이나 대기업 마켓 대신 금고를 열고 계산해주는 작은 슈퍼마켓이 있다. 15개동의 건물에 338세대가 모여 산다는 이곳은 서울에서 한발짝 떨어져 나와 시간을 비껴간 것 같았다.이곳에는 유난히 노인들과 초등학교를 아직 가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봄이 돼 날씨가 풀리자 노인들은 밖에 나와 빛을 쐬고 있었다. 높은 건물들이 주변에 없어 단지에는 언제나 볕이
#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일을 마쳤습니다. 날도 풀렸겠다 싶어 집까지 천천히 걸어가 봅니다. 밤공기마저 춥지 않은 걸 보니 봄이 동네 문지방을 넘으려나 봅니다. 저 멀리 편의점이 보입니다. 문밖까지 불을 환히 밝히고 가판대에 무언가를 잔뜩 쌓아놨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 밸런타인데이구나.”# 이벤트를 잘 챙기는 편도 아니고 ‘초콜릿은 몸에 좋지도 않다’는 생각에 가판대 앞을 무심히 지나갑니다. 그러고 보니 밸런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주는 것이란 걸 편의점을 한참 지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혹시 아내가 초콜릿 하나
컬리가 지난해 12월 사상 첫 월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컬리가 창업 이후 적자의 늪에서 단 한번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희소식임에 분명하다. 업계에선 컬리가 뒤늦게 도입한 ‘컬리멤버십 서비스’가 흑자를 일구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한다. 관건은 로켓와우멤버십을 발판으로 ‘흑자 시대’를 열어젖힌 쿠팡의 길을 걸을 수 있느냐다.이커머스업체 컬리가 모처럼 ‘실적 희소식’을 알렸다. 2023년 12월 창사 이래 첫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
#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12년 만에 사라질 듯합니다.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죠.# 찬성하는 여론도, 반대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의 당사자 격인 소상공인이 ‘의무휴업’ 폐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점입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단말기유통법’ ‘도서정가제’와 함께 대형마트 영업
고물가 국면에선 가벼워진 지갑으로 할 수 있는 게 점점 줄어든다. 5000원에 김밥 두줄을 사먹는 건 이제 옛말이 됐다. 자장면은 7000원을 넘었고, 비빔밥은 1만원으로도 사먹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뜨거운 김을 후후 불며 넘겨야 하는 라면뿐이다.라면 열풍이다. 각종 라면 먹방과 라면 조리법 영상이 국경을 넘나들며 유튜브와 SNS에 넘쳐난다. 그 덕에 라면 판매액은 2021년 1조8268억원에서 2022년 2조2737원으로 증가했고, 라면 수출 실적도 훌쩍 뛰어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 때만 되면 시장을 찾는다. 어김없이 떡볶이를 먹고, 어묵 국물로 쇼잉의 종지부를 찍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6일 대기업 총수들과 부산 깡통시장을 찾아 ‘떡볶이 먹방’을 시연했다.# 그런데, 높으신 나리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떡볶이는 이제 ‘서민음식’이 아니다. 1인분 값이 평균 4000~5000원에 이르고, 순대라도 곁들이면 1만원에 육박한다. 과연 그들은 ‘떡볶이의 애환’을 알고 먹방을 펼쳤던 걸까. 그들이 택한 음식은 역시나 떡볶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부산 깡통시장을 찾았다. 앞서 오전 부
수능이 끝났다. 수험생들은 시원섭섭한 기분이겠지만, 내년 수능을 앞둔 예비 수험생들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고1·고2 연년생 자녀를 둔 이번 상담자 부부가 그렇다. 학원을 하나라도 더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출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한국은 완전히 망했다(Korea is so screwed).” 지난 7월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가 들은 지난
대형마트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쿠팡 등 이커머스에 밀리고, 이젠 편의점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를 보자. 올 상반기 유통업체의 업태별 매출 비중에서 대형마트는 13.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절반에 가까운 49.8%는 온라인, 그다음은 백화점(17.6%) 차지였다. 3위는 빠르게 성장세를 이어온 편의점으로, 매출 비중은 16.6%였다(표➊). 대형마트는 매출 증감률에서도 부진했다. 편의점과 온라인 매출이 각각 9.5%, 7.2% 증가할 때 대형마트는 겨우 1.0% 성장했다. 유통채널 업태 중 가장 낮
10월 1일부터 원유 기본가격이 인상되자 시중에 판매되는 우유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주요 우유업체가 가공유와 흰우유 가격을 끌어올렸고, 편의점 PB도 GS25가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L당 996원에서 1084원으로 88원(8.8%) 끌어올린 원유 기본가격을 10월 1일부터 적용했다. 그러자 서울우유ㆍ남양유업ㆍ매일유업 등 유업계도 흰우유를 포함한 유제품 가격을 평균 4~9% 인상했다(표➊). 그 결과 서울우유의 흰우유 ‘나100%’의 편의점 가격이 3050원에서 3200원으로 올랐다
# 우리는 심층취재 추적+ ‘대형마트-소상공인 11년 논쟁’ 첫번째 편에서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을 둘러싼 무용론을 분석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어느덧 시행 11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뜨거운 논란 속에 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골목상권을 살리는 실효성은 떨어지고, 대형마트만 옥죄는 규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으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할 최소한의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개혁’을 기조로 삼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기업의 유통업체들
# 지난해 6월 전국에서 시행할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그런데 환경부가 이 제도의 시행을 12월로 돌연 연기하더니, 12월엔 다시 제주도·세종시에 한해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 그후 10개월여가 흐른 지금 환경부는 이 제도를 각 지자체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정책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내용의 SNS 챌린지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란 비판이 나온다.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일회용품 제로 챌린지(일회용품 없애기 도전)
도시의 작은 공장들이 사라지고 있다. 주택도 부족한 시기에 공장을 없애고 고층 공동주택으로 개발하는 건 어쩌면 탁월한 선택일지 모른다. 문제는 작은 공장들이 이렇게 뿔뿔이 흩어지면 제조업의 ‘밑단’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의 새 視리즈 ‘아무도 말하지 않는 작은 공장’, 그 첫번째 편이다.혼자서 일하거나 소규모 인원으로 일하는 개인사업자를 우리는 자영업자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정권의 이념이나 색채를 가리지 않고 자영업자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취업자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19.
유럽에서 에어컨을 보유한 가정은 5% 내외다. 일찌감치 80%를 넘긴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믿을 수 없는 숫자다. 그렇다고 유럽 국가들을 가난하다고 볼 수 있는가. 아니다. 그들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는 대신 환경과 문화를 지키는 쪽을 택한 거다. 어딜 가나 빵빵한 에어컨 바람을 누리는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지난여름, 방학을 이용해 유럽에 다녀왔다. 여행이 주목적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유럽의 소비자와 소비시장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약 한달 동안 필자는 자동차 한대를 렌트해
“역대급 물갈이 인사다” “이명희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 20일 발표한 정기 임원인사에 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전체 계열사 40%가량(25곳 중 9곳)의 대표를 한꺼번에 물갈이한 데다, 백화점(신세계)과 이마트 대표를 동시에 교체했기 때문이다.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백화점 대표를 동시에 교체한 건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신세계그룹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참고: 2019년에도 백화점과 이마트 대표를 동시에 교체했지만, 당시엔 백화점(장재영 대표)과 또다른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차정호
“더 이상 경쟁자가 없다.” H&B스토어 올리브영(CJ올리브영)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함께 경쟁을 펼쳤던 랄라블라(GS리테일), 롭스(롯데쇼핑) 모두 지난해 사업을 철수했기 때문이다(표➊). 신세계가 운영하는 ‘시코르’,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 그룹이 운영하는 ‘세포라’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점포 수가 23개, 5개에 불과하다.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전국 1320개(2023년 2분기 기준)에 이른다. 올리브영은 경쟁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1조7966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국제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치솟았던 곡물가격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하향세로 돌아섰고, 최근까지도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3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이 전분기 대비 7.9%, 전년 동기 대비 16.4% 하락할 것”이라며 “미국 옥수수·콩 생육 개선, 밀 재고량 증가 등으로 공급량 부족 우려가 완화했다”고 설명했다(표➊). 사료원료 가격지수도 하락하고 있다. krei에 따르면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는 지난해 3분기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타고 있다
더스쿠프는 최근 ‘천원의 아침밥 한철 장사였나(통권 559호)’란 기사를 내보냈다. 고물가로 밥값을 걱정하는 청년들을 위한 좋은 정책이지만, 대학 측 부담이 점점 가중되면 언제 사업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러자 “왜 세금으로 대학생들 밥까지 줘야 하냐”는 댓글이 달렸다. 세금으로 대학생들에게 밥을 주는 건 정말 문제일까. 정부와 금배지는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댓글에 답하다’ 천원의 아침밥 편이다. 한끼 식사비가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하는 외식 메뉴 8개 중 1만원이 넘지 않는 건 절반에 그친다
지난봄, ‘천원의 아침밥’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스컴에 오르내렸다. 학생이 단돈 1000원만 내면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천원의 아침밥’은 2017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 그러던 올해 고물가로 밥값 걱정을 하는 청년들이 증가하면서 다시 높은 관심을 받았다(표❶).이 사업이 등장한 배경엔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청년 둘 중 하나는 주린 배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아침식사 결식률(2021년 기준 19~29세 결식률 53.0%·질병관리청)을 해결하고, 해마다 줄어드는 쌀 소비량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언급했듯 고물가 영향으로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