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신선식품 구매가 어려운 지역을 ‘음식 사막’이라고 부른다. 미국인의 12% 이상이 ‘음식 사막’에 산다. 신선식품이 빈곤층을 나누는 잣대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 소득 하위 20%도 물가 상승으로 식료품에 쓰는 지출이 늘면서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대신 가공식품 소비를 늘리고 있다. 신선식품의 경제학을 알아봤다. 채소, 과일, 신선한 수산물과 육류를 먹는 것이 언제부터 고소득자의 특권이 됐을까. 「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은 1936년 영국 북부 탄광촌에서 겪은 체험을 담은 르포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이렇게 쓰고
# 거대 양당이 의회 권력을 거머쥔 지금, ‘제3지대’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예민한 이슈가 충돌했을 때 ‘캐스팅 보트’를 할 수 있어서다.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이, 21대 국회에선 정의당이 그 자리에 있었다. # 하지만 때론 특정정당의 2중대란 도마에 올랐고, 때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22대 총선에서 등장한 제3지대 정당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해낼까. 위성·비례정당은 다음 파트에서 분석했다. [※참고: 총선이 끝나면 공약은 이내 잊힌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정당이든 새로운 정치지형을
「전라도 사람 전봉준」김희정 지음 | 어린작가 펴냄「전라도 사람 전봉준」은 김희정 시인이 25년간의 구상 끝에 선보이는 역사적 인물, 전봉준 장군의 연작 시집이다. 동학농민운동의 핵심 인물인 전봉준 장군의 삶과 이념을 담아 그가 꿈꾼 세상을 향한 시인의 깊은 성찰을 담았다. 시집은 지역적 특성을 넘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역사의 교훈과 가치를 전달한다. 101편의 시는 역사를 통해 현재를 반추하고 미래를 조망해 문학을 통해 역사와 대화하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한다.「음악집」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음악집」은 이장욱
진보와 보수.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크게 느낀 사회갈등 항목이다. 정치적 견해 차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사회갈등 중 하나다. 중요한 건 이 항목이 다른 사회갈등을 압도한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다른 사회갈등이 줄어드는 동안 진보‧보수의 갈등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살펴볼 만한 이슈다. 그럼 사회갈등을 풀어야 하는 건 누구일까. 지난 3월 26일 통계청이 ‘2023 한국의 사회지표’를 발표했다. 여기엔 한국행정연구원이 전국 19세 이상 남녀 8221명을 대상으로 몇가지 사회갈등 항목들을 전제로 두고, 갈등 정도가 얼마나
조동진세상 사람들 지치고길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나이제슬픔도 지치고그래도 나는 혼자 이 해변에 남아야 했고바람도 지치고10년이 지치고내가 불던 하모니카도 끝나고누가 언제까지 이 지상에 있나나만 홀로 바다에 가고바람만 홀로 세계에 남고그 언젠가 눈물도 메마른 안개 낀 대지이제아픔도 지치고그래도 나는 혼자 이 저녁에 남아야 했다 「21세기 전망 제5집-시의 몰락, 시정신의 부활(1996년)」가수 조동진을 좋아해 카세트테이프가 있던 시절에는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들었다. CD가 나오자 당연히 구입해 듣고 또 들었다. 행복한 사람, 언제나 그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내려갔다. 출산율 0.6명대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출산율은 0.72명으로 0.7명대에 턱걸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적으로 0.7명대 출산율을 기록한 국가는 한국 외에 2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뿐이다.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출산율 0.8명대에 진입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0.7명대로 떨어진 출산율은 다시 2년 만인 올해 0.6명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으로 기
여자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서울의 한 연립주택 단지로 이사를 했다. 1987년 준공했다는 이곳은 시간이 멈춰있다. 주택 단지를 지키는 경비실과 3층을 넘지 않는 낮은 건물들. 편의점이나 대기업 마켓 대신 금고를 열고 계산해주는 작은 슈퍼마켓이 있다. 15개동의 건물에 338세대가 모여 산다는 이곳은 서울에서 한발짝 떨어져 나와 시간을 비껴간 것 같았다.이곳에는 유난히 노인들과 초등학교를 아직 가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봄이 돼 날씨가 풀리자 노인들은 밖에 나와 빛을 쐬고 있었다. 높은 건물들이 주변에 없어 단지에는 언제나 볕이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정당들의 후보 공천과 이를 둘러싼 잡음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또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사단체와 정부 간 마찰,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병원 근무 중단으로 사회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정치·사회 분야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 다툼이 노골화하고 관련 뉴스가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세상의 이목이 총선과 치킨게임 양상의 의정醫政 충돌에 집중하는 사이 민생은 고달프고 멍들어가는 형국이다.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연 3.5%인
젊은이들이나 일부 특정 취향의 관객들로부터 ‘숭배’에 가까운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독특한 영화를 ‘컬트 무비(cult movie)’라는 장르에 묶어 집어넣는 모양이다.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의 ‘파이트 클럽(Fight Club·1999년)’은 가장 성공적인 컬트 무비 중 하나로 손꼽힌다.컬트 무비는 기존의 지배적인 주류문화와 사회질서에서 이탈하거나 저항하고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주류문화의 관점에서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불온한’ 영화일 수도 있다.대학을 갓 졸업하고 무기력증에 빠진 한 남자가 자기 애
# 직장인 김소망(가명ㆍ28)씨는 얼마 전 반려식물을 집 안에 들였다. 창가를 볼 때마다 외로운 마음이 들어서였다. 여인초와 금전수를 키운 소망씨는 외로움이 부쩍 줄어들었다. 화창한 날엔 반려식물과 함께 햇빛을 품으며 ‘조용한 행복’을 즐겼다.이는 소망씨만의 얘기는 아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2 반려식물 보급사업 결과 보고’에 따르면, 이 사업에 참여한 1400명 중 94.1%가 반려식물을 키우며 생활에 활력을 얻는다고 답했다(표➊).바야흐로 1인 가구의 시대다. 국내 1인 가구는 2017년 561만9000가구에서 2023년
미국의 2021년 연봉 순위 1~18위는 모두 의사다. 미국 의사들은 전공의를 줄이고, 전문의를 늘리는 방식으로 고연봉을 유지했다. 2010년대 들어 의사보조(PA) 등 대체 직군이 늘어나자 미국 의사들은 전공의 수를 스스로 늘리기 시작했다. 한국 의사들이 인력 부족을 주장하면서도 의대 정원 증가에는 반대하는 속내를 알아봤다. 미국의 고임금 직업 1~18위는 의사다(2021년 노동통계국 자료). 미국 심장 전문의 평균 연봉은 35만3970만 달러로 1위, 마취과 전문의가 33만1190달러로 2위다. 18위는 연평균 23만1500달러
# 4ㆍ10 총선을 앞두고 지하철 무임수송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지하철 무임수송 제도의 폐지와 존속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면서다. 이 대표는 무임수송으로 인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제적 손실을 강조했고, 김 회장은 무임수송이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제적 손실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인신공격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감정이 격해질 정도로 예민한 이슈란 방증이다. # 그런데 지하철 무임수송 논란에서 핵심이 빠졌다. 무임수송에서 발생하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제적 손실을 메워야 하
박일문 작가가 지난 16일 죽었다. 자살로 알려졌다. 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책으로 알려진 작가다. 1992년에 발간된 이 소설은 ‘후일담 문학’으로 분류된다. 그는 민주주의가 이뤄진 1990년대에 자신이 관통해온 운동권 세대의 방황을 그렸던 작가였다.그래서 나에게 박일문 작가의 죽음은 한 세대의 마침표처럼 느껴졌다. 글이 발표되고 10여년 뒤 그는 성범죄로 교도소에 갔다. 그가 운동권 성폭력 실명공개의 대표 사례로 뽑혔음을 생각했을 때 그의 삶은 어떤 면에서 ‘클리셰(clich·진부한 틀)’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주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쓰는 소설들이 많아졌다. 거대한 참사나 사건을 쓰면서 피해자들이 기억하고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변인들의 사생활을 재현하는 문제가 생겼다. 2024년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재현의 윤리는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동아일보 2024년 중편 신춘문예 당선작이 논란에 휩싸였다. 중편 당선작 ‘호모헌드레드(이상민 작가 作)’가 오토픽션(auto fiction)이라는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토픽션이란 자신을 뜻하는 그리스어 ‘auto’와 허구를 뜻하는 ‘fictio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위태롭다. 그러자 ‘보험료율을 올리자’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자’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 국민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정부가 한발 뺀 채 국민에게만 부담을 요구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현행법상 정부는 국고에서 일정 비율의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을 위해 써야 하는데, 이를 지킨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너무나 복잡해서 우리가 잘 몰랐던 ‘건보의 비밀’을 파헤쳐봤다.“국민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26년부터 적자로 돌아선다. 그해 재정수지는 3072억원 적자를 기록한다. 이후 적자폭은 매년 늘어 2
자신이 일하는 자동차대리점 정비부에서 일하는 인디언 ‘빅 풋’에게서 소개받은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를 만나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못내 찝찝하다. 게어는 영혼이 가출한 듯한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죽어라 담배만 피워댄다. 과묵한 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반대로 쇼월터라는 인물은 입에 모터라도 달아놓은 듯 쉬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아무리 짧은 문장도 f***이 안 들
[러시아 물가 고공행진]저게 달걀이야 캐비어야 물가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러시아에선 “달걀이 캐비어냐”는 비아냥이 SNS를 타고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러시아의 달걀 가격은 1년 전보다 60%가량 치솟았다. “러시아 소비자는 달걀 가격을 보고 인플레이션을 체감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렇게 달걀 가격이 치솟은 건 햇수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크다. WSJ는 “달걀값이 급등한 덴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면서 “러시아 루블화가 약세를 띠면서 사료와 동물
[찬바람 부는 실리콘밸리]AI가 열어젖힌 빅테크 ‘해고 시대’미국 실리콘밸리에 찬바람이 분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주요 테크기업이 인력을 줄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구글이다. 최근 이 회사는 하드웨어 개발부서에서 일하는 직원 수백명을 해고했다.구글 측은 “앞으로 다가올 중요한 기회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일부 조직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구조조정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만이다. 구글은 2023년 1월 1만2000명을 해고했다.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구글 말고도 인력을 감축하는 회사는 여럿이
정부의 올해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을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존재한다. 예산 조기 집행은 하반기 물가 하락과 금리 인하라는 두가지 전제를 충족할 때만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아서다. 동유럽과 중동에서 두개의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점, 팬데믹 기간에 풀린 예산이 물가를 자극했던 경험도 고려해야 한다. 조기 예산 집행의 두 견해를 살펴봤다.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 집행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상반기 중에 역대 최대인 (올해 예산의) 65% 이상의 재정을 집행하
통상 전년도 12월 말에 해온 새해 경제정책방향 발표가 2024년이 밝은 지 나흘째인 1월 4일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신분인 경제부총리를 교체하고, 경제부처 장관들을 대거 총선용으로 차출하는 정치 과열이 새해 경제정책 추진 일정을 꼬이게 만들었다. 예년보다 늦게 나온 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 방향을 제대로 제시해야 할 텐데, 현실 인식은 안이하고 처방은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얼룩졌다.한국 경제는 사면초가 복합위기 상황이다. 미국·중국 간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장벽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냈다. 국내총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