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은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러시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도덕적인 러시아는 가능한가?” 솔제니친은 ‘제국’의 환상에 빠진 러시아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분리한 국가들을 힘으로 지배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질 비극을 예견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1918~2008년)은 1918년 12월 11일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아버지는 솔제니친이 태어나기
# 2023년 3월 눈을 감은 작가 오에 겐자부로. 일본인으로선 두번째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를 불편하게 여겼다. ‘제국 일본’의 잘못을 끈질기게 직시하면서 일본의 ‘재무장’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작가 오에는 역사를 숨기지 않고 바라보는 용기를 가져야 희망을 품을 자격이 있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보수든 진보든 집권만 하면 역사를 바꾸려 하는 우리네 권력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2023년 연말, 한 작가를 다시 기억한다. 지난 3월 3일,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사망했다. 오에는 가와바타
[고개 숙인 테슬라 오토파일럿]파격 리콜에도 신뢰 ‘급제동’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다. 테슬라를 대표하는 주행보조 기능 ‘오토파일럿’의 시스템 결함을 고치기 위해서다. 리콜 대상 차량은 테슬라가 2012년부터 올해까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전부다. 대수만 해도 200만대가 넘는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리콜 결정인데도 우려가 적지 않다. 테슬라가 안전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1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자동차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리콜 조치가 오토파일럿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 샤인머스캣은 풍부한 맛과 큰 알맹이, 높은 당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맛있는 품종을 개발한 나라는 사실 일본입 니다. 그런데 정작 최대 수출국은 우리나라입니다. 일본에 로열티를 내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샤인머스캣처럼 새 품종을 개발하면 6년 이내에 품종 등록을 해야 합니다. 이를 놓치면 로열티를 받을 수 없는데, 일본이 그랬습니다. 일본이 한국에 샤인머스캣의 품종을 등록하지 않아 우리나라로선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도 수출할 수 있는 셈이죠. 일본 입장에선 아쉽겠다고요? 뭐, 그럴 수도
“더 이상 경쟁자가 없다.” H&B스토어 올리브영(CJ올리브영)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함께 경쟁을 펼쳤던 랄라블라(GS리테일), 롭스(롯데쇼핑) 모두 지난해 사업을 철수했기 때문이다(표➊). 신세계가 운영하는 ‘시코르’,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 그룹이 운영하는 ‘세포라’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점포 수가 23개, 5개에 불과하다.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전국 1320개(2023년 2분기 기준)에 이른다. 올리브영은 경쟁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1조7966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이름’을 바꾸는 건 큰 결단이다. 이름은 곧 ‘정체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서비스명을 바꾼 두 기업이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옛 당근마켓)’과 새벽배송 업체 ‘컬리(옛 마켓컬리)’다. 공교롭게도 둘 모두 서비스명에서 ‘마켓’을 떼버렸다. 이름까지 바꿀 만큼 변화가 필요했다는 건데, 결과는 어떨까. “당근이세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플랫폼 중 하나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다. 집에 잠자고 있는 중고물품을 ‘동네 사람’에게 판매하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
#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실리콘밸리를 벌벌 떨게 했다. 대표적인 플랫폼 규제론자였기 때문이다. ‘저승사자’ ‘저격수’ ‘보안관’이란 별칭으로 불릴 정도였으니, 그의 성향을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을 듯하다. # 다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적은 없다. 현재로선 ‘MS-블리자드 M&A’에 제동을 건 게 유일한 업적이다. 메타가 추진하던 VR업체 위딘 M&A 작업에 제동을 걸었지만, 실패했다. 취임 초기부터 추진해 온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반독점 조사는 아직까지 뾰족한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 일부에선 칸 위원장의 규제론이 현
영화 ‘다우트’ 속에서 감독은 2개의 상반된 식사 장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진보적’인 플린 신부가 사제관에서 다른 신부들과 식사하는 장면이다. 또 하나는 ‘보수적’인 알로이시우스 수녀원장이 수녀원에서 수녀들과 식사하는 장면이다.플린 신부는 피가 철철 흐르는 고깃덩어리를 가운데 두고 신부들과 술을 마셔가면서 ‘너절한’ 수다를 떨고 킬킬대면서 식사를 한다. 사제복을 입은 건달들의 회식장면 같다. 반면에 알로이시우스 수녀원장과 수녀들은 사관생도들처럼 경직된 자세로 완전한 침묵 속에서 엄숙하게 ‘깨작’거린다. 사형수들의 마지막
한국과학문학상은 국내에서 유일한 SF 신인문학상으로, 김초엽과 천선란이 탄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2월 10일에 열린 제6회 시상식에서는 중·단편 대상에 이형동 작가의 「최후의 심판」, 장편 대상에는 청예 작가의 『삼남매는 뒤돌아보지 않는다』가 선정되었다.제6회에서는 중·단편 우수상 1편과 중·단편 가작 3편을 통합하여 총 4편의 중·단편 우수상을 선정하는 등 변화를 가져왔다. 중·단편 우수상에는 박민혁의 「두 개의 세계」, 조민현의 「삼사라」, 최재혁의 「제니의 역」, 허달립의 「우주에서 우울이 낫는 순간」이 선정되었다.중·단편
예로부터 우리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란 말을 인용해왔다. 과학적 지식을 오랜 시간 불변하는 진리인 양 여기며 어떠한 현상을 연구할 때나 사회적 문제를 논할 때, 미래를 예측할 때면 과학 이론을 찾아 등장시켰다. 여전히 우리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많은 걸 설명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근거를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새로운 과학 이론이 예전에 나온 이론을 뒤집는 일이 점점 흔해지고 있어서다. 혁신이라 평가받던 과학 이론들이 저문 자리를 또 다른 과학이 빠르게 채우면서 ‘과학적 근거’ 또한 바뀌고 있다. 과학의 비약적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컬리는 2015년 혜성처럼 등장했다. ‘샛별배송’이라는 전에 없던 서비스를 선보이면서다. 그 중심엔 창업자 김슬아 대표가 있었다. “먹을 것에 진심”이라는 그가 직접 고른 상품들은 3040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랬던 컬리는 지금 ‘컬리다움’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기업공개(IPO)까지 연기했다. 달라진 컬리는 어떤 길을 걸을까. 2022년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컬리’가 결국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컬리는 지난 4일 “글로벌 경제 상황 악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 꺾인 건 올해 6월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타던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1월 23일 기준 각각 배럴당 86.60달러와 80.95달러로 내려앉았다.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3월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럼 내년 국제유가는 어떤 흐름을 띨까.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요 요인을 분석해 2023년 국제유가를 전망해봤다.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1월 104.7(2020년=100 기준)이던 소비자물가지수는 10월 109.2로
우리나라는 여느 선진국보다도 훨씬 빠른 추세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의료 정책에 관심과 우려가 쏠리는 건 당연하다. 아직은 겨우겨우 돌아가고 있지만, 지금의 장년층이 의료 서비스 주요 이용 계층인 ‘노인’이 될 때쯤엔 인구구조 자체가 지금과는 판이해질 게 자명해서다. 생산가능인구보다 노령인구가 더 많아지는 역삼각형 구조가 자리 잡으면, 현재와 같은 의료 서비스 이용으론 어려울 거란 우려가 전반적이다.「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는 약사 출신 작가가 쓴 ‘한국 의료 정책 분석서’다. 간호사 태움(선배를
# 기업이든 구직자든 ‘매칭’이 중요하다. 기업의 철학과 구직자의 바람이 맞아떨어진다면, 둘의 발걸음은 지속가능할 거다. # 공익지식 전문가그룹을 지향하는 소셜밸런스도 그런 인재를 찾아왔다. 기업 가치와 맞는 인재와 함께해야 안정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성장을 담보할 수 있어서다. 올 9월에 돛을 올린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젝트에 참여한 까닭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영동(42) 소셜밸런스 대표와 이성림(23)ㆍ권수빈(22) 학생은 이렇게 만났다. 두 학생은 사회적 가치를 경험하기 위해 사회혁신 기업의 인턴십에 도전했고, 이
[英 준비하는 주4일 근무제]임금손실 없는 주4일제 ‘실험’ 영국에서 주4일 근무제 실험이 시작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70개 금융회사와 병원 등에서 근로자 3300명을 대상으로 임금손실 없는 주4일 근무제를 시행했다. 6개월 간 시행하는 이번 실험은 이른바 ‘100대 80대 100’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100%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80%의 시간 동안 근로하고, 100%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한지 점검하는 거다.싱크탱크 오토노미와 비영리단체 ‘주4일제 글로벌’, 케임브리지·옥스퍼드·보스턴 대학 연구원
[세계 각국 긴축 사이클]기준금리 3개월간 60회 인상 전세계 중앙은행이 최근 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인상한 횟수가 60회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월 29일(현지시간)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긴축 정책을 통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FT는 “주요국의 통화정책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횟수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많다”고 밝혔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선 이유는 가파른 인플레이션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두산중공업이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채권단으로부터 수혈받은 긴급운영자금 3조원을 내년 초엔 모두 상환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점으로 꼽혔던 재무건전성도 부쩍 좋아졌다. 한편에선 “더이상 떨어질 곳 없는 두산중공업이 반등할 일만 남았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반등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해 6월 두산그룹과 채권단이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특별 약정(MOU)’을 체결한 지 1년 6개월여 만이다. 당시 채권단은 유동성 위기를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중국발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쪼그라든 중국 현지 매출과 면세점 매출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올리브영을 필두로 한 H&B스토어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화장품 사업까지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후 5년이 흐른 지금 두 업체는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속 성장을, 아모레퍼시픽은 반전을 꾀할 수 있을까.설화수, 헤라, 라네즈, 아이오페…. 숱한 브랜드를 성공시키며 국내 화장품 시장을 이끌어온 아모레퍼시픽. 그런 아모레퍼시픽이 좀처럼 부진의
무더운 여름이 다녀간 것도 잠시, 독서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거리의 옷차림 역시 달라진 선선한 계절. 가을을 맞아 문예지들도 가을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저마다 색색의 빛깔로 찾아온 문예지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문학동네 가을호”올여름 숏컷으로 상징되는 ‘남현 밈’을 둘러싼 논란은 올림픽 선수도 피해가지 않았다. 안산 선수이 숏컷과 세월호 뱃지 등을 놓고 ‘페미니스트이므로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백래시에 놀란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백래시는 비단 올림픽 기간에 갑작스레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간 페미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