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을 확 줄였다. 그 바람에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R&D 예산도 함께 쪼그라들었다. 그중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은 전년보다 84.6%나 줄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다시 소부장 R&D 예산을 늘리고 있다. R&D 예산 삭감에 따른 반발이 커지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오락가락 R&D’ 정책이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500억원 이상의 규모로 반도체 소부장(소재ㆍ부품
총선 공약은 언제나 ‘빈말’에 그쳤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국민 앞에 내건 약속 대부분이 ‘현실성 없는 공약空約’이었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내놓은 경제 공약은 과연 어떨까. ‘22대 4ㆍ10 총선 기획: 공약의 기록’, 이번엔 ‘4년 후를 위한 기록’ 편이다.[※참고: 총선이 끝나면 공약은 이내 잊힌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정당이든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겠다면서 출사표를 던졌던 제3지대 정당이든 그들의 공약은 대부분 공언空言에 그쳤다. 더스쿠프가 통권 591호(4월 1일 발간)에서 기록
숱한 정책의 이름 앞머리엔 ‘청년’이 붙는다. 청년 창업, 청년 취업, 청년 사업을 돕겠다는 말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청년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청년 일자리를 위한 공약은 청년의 미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비교적 ‘젊은층’이 선호하는 민주당 계열 정당도 다르지 않았다.[※ 참고: 22대 4ㆍ10 총선에서 가장 어린 유권자는 2006년 4월 11일생이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 정당은 이들이 첫 선거권을 가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공약을 내걸었고, 또 얼마나 지켰을까. 답을 찾기 위해 더스쿠프는 ‘22대
# 약속은 신뢰다. 약속을 허투루 다루면 ‘사적 관계’도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왜 못 지켰는지” “언제쯤 지킬 건지”를 설명하는 건 약속을 어긴 이의 채무다. # 하물며 사적 관계도 이런데, 공적 약속을 습관처럼 잊는 사람들이 있다. 여야 금배지들이다. 때만 되면 ‘공약의 성찬盛饌’을 늘어놓지만, 그걸 지켰는지 지키지 않았는지 분석조차 하지 않는다. 혹여 지키지 않았더라도 성찰 따윈 없다. 다음 선거 때 모른 척 ‘재탕삼탕’ 공약만 내놓으면 그만이다. 이들에겐 공약 이행도를 알려야 할 법적 의무도 없으니 ‘고질병’은 갈수록 심해진
서울지하철 5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는 사업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선심성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로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고 싶은 거다. 주목할 건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할 이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법론의 차이만 있을 뿐, 여야 모두 예타 면제에 동의하고 있어서다. 정치권이 예타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건데, 그 실태는 더 갑갑하다.“기획재정부 장관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 중 ▲건설공사가 포함된
# 우리는 더스쿠프 통권 587호에서 시총 50대 기업의 ‘법인세 인하 후’의 상황을 분석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당기순이익 41.1% 줄었지만, 사내유보금은 8.4% 더 쌓았다.” 윤석열 정부가 기대했던 ‘법인세율 인하 효과’와는 거리가 먼 결과다. # 하지만 반론도 나온다. 사내유보금으로 기업의 투자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이번엔 무형자산 투자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봤다. 2022년 12월 23일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2%포인트 인하를 추진
#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곧 발표한다. 이 프로그램엔 일본을 벤치마킹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이 주가 부양책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 그런데 일본과 우리 정책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일본 닛케이 지수가 연일 고점을 갱신하는 건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향한 기대감이지 단순한 주가 부양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2년 아베노믹스가 공개됐을 때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세번째 화살에 주목했다. 통화정책 완화,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기업지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아 법인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소득세도 줄어들 것이다. 소득이 감소하면 소비가 줄어 부가세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 국세수입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2023년 초, 세무 전문가들이 내놨던 우려다. 2022년 8월 윤석열 정부(기획재정부)가 2023년도 예산을 전년보다 4조1000억원 늘어난 400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는데, 국세수입이 그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거였다.그해 1분기가 지나면서 전문가들의 우려는 더 커졌다. 기재부가 발표한 1분기 국세수입을 보니 남은
대전은 ‘노잼도시’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대표하는 아이콘이 빵집 성심당뿐이라고 꼬집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전은 심심한 도시가 아니다. 풍부한 R&D 인력과 산업단지를 보유한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도시다. 이런 장점을 잘 살리면 대전은 노잼도시에서 K-실리콘밸리로 ‘극적인 변신’을 꾀할 수 있다. 포도밭이 실리콘밸리가 된 것처럼 말이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는 혁신의 성지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 메타 같은 글로벌 빅테크의 본사가 모조리 이곳에 몰려있다. 하이테크의 요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태동
통상 전년도 12월 말에 해온 새해 경제정책방향 발표가 2024년이 밝은 지 나흘째인 1월 4일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신분인 경제부총리를 교체하고, 경제부처 장관들을 대거 총선용으로 차출하는 정치 과열이 새해 경제정책 추진 일정을 꼬이게 만들었다. 예년보다 늦게 나온 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 방향을 제대로 제시해야 할 텐데, 현실 인식은 안이하고 처방은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얼룩졌다.한국 경제는 사면초가 복합위기 상황이다. 미국·중국 간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장벽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냈다. 국내총생산
#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파고들고 있다. 거대 공장을 운영하는 AI 솔루션부터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생성형 AI’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이젠 드물다. 기업에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란 얘기다.# 정작 국내 기업들은 이런 AI를 쉽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더 그렇다. 시장에서 버티는 것도 벅찬데 AI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에 적용할 여력이 있을 리 없어서다. 이런 기업들을 위한 AI 솔루션을 개발해 차근차근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AI 머신 비전 전문기업 ‘하이퍼놀로지’다.# 더스
농업은 기후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업이다. 그만큼 이상 기온이나 자연재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금 세계 각국의 농업은 역대급 기상이변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곧바로 세계 식량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식량 위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와 우리를 위협한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마지노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가 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지구 환경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 말한다. 더 강력한 기상이변이 전 세계 식량 생산에 영향을 미칠 거
# 롤투롤(Roll To Roll) 공정을 알고 있는가.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린 강판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롤투롤 공정은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쓰인다. 우리가 입는 옷의 원단,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꼭 먹는 라면의 봉지, 하루종일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붙이는 보호필름을 만들 때도 롤투롤 공정을 거쳐야 한다. # 단순히 제품을 말아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롤투롤 공정에는 다양한 기계설비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제품을 말아주는 힘(장력·張力)을 컨트롤하는 ‘장력 제어 인버터 시스템’은 가장
#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증가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중요한 건 이제 RE100을 충족하지 않으면 무역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RE100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원전으로 RE100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원전이 포함된 무탄소 에너지 캠페인인 ‘한국형 CF100’로 시장을 돌려놓
우리는 ‘2024년 예산안 쉽게 보기 1편’에서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아울러 2024년 예산안이 세수 부족에 따른 적자예산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예산안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건전재정’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목표와는 어울리지 않은 듯합니다. 이를 의식했는지 정부는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말은 사실일까요?“모든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재정 누수 요인을 차단하고자 노력했다.” 지난 8월 2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가 656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보다 18조2000억원 많다. 증가율이 2.8%로 재정통계를 정비한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직전 문재인 정부 시절 증가율(8.7%)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평균치(5% 중반)에도 못 미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하게 배격했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선거의 해에 긴축예산을 편성한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22년 10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올 상반기 국
# 미국이 한·일 캠프 데이비드 회의, 대만과의 무역 이니셔티브로 칩4 동맹을 완성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국은 신냉전 체제의 최전방이 됐다. 신냉전 경제는 군비 확장과 전략물자 통제가 핵심이다. #. 우리는 신냉전시대 1편 ‘칩4 vs 중·러 … 신냉전과 중국의 섣부른 낙관론’에서 냉전의 시작과 끝, 중국의 오판을 알아봤다. 2편에서는 신냉전 경제 체제에서 한국의 득실을 따져봤다.미국은 지난해 3월 ‘칩4 동맹’을 제안했다. 미국‧일본‧한국‧대만이 전략물자인 반도체 공급망을 형성하자는 제안이었다. ‘칩4 동맹’의 목적은 중국과
2차전지 산업은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업종 중 하나다. 코스닥 시총 1ㆍ2위 기업이 모두 2차전지 관련 기업이다. 2019년부터 이어진 제약ㆍ바이오, 반도체 ‘양강체제’를 종식한 업종이기도 하다. 그럼 코스닥 시총 300대 기업(2019년 기준) 중 2차전지 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2020년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치자 시장 관계자들은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산업의 업황에 영향을 받는 2차전지 산업이 당분간 주춤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생산 차질과 소비 위축이 없
지방시대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가 10일 출범했다. 이는 기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한 조직으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꾀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이행이 핵심 업무다. 수도권 초집중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북적댄다. 상장회사의 72%, 예금의 70%, 1000대 기업의 75.2%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 지방소멸론은 이미 2010년대 중반에 대두됐다. 2015년 80곳이었던 ‘소멸위험지역’이 올해 118곳으로 늘어났다. 22
2020년부터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의원정책개발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의원정책개발비란 의원연구단체에 정책개발 연구용역을 의뢰할 때 쓰라고 만든 예산이다. 그런데 예산을 편성했지만 한푼도 집행하지 않은 지방의회가 4곳 중 1곳이다. 그렇다고 이 예산을 집행한 곳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이들 역시 투명성에서 문제를 드러냈다.‘지방의회 의원정책개발비(이하 의원정책개발비)’라는 걸 들어본 적 있는가. 2019년 7월, 행정안전부가 ‘2020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 기준’에 새롭게 신설한 예산 항목이다. 지방의회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