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을 낚는 사람들」박태일 지음 | 소명출판 펴냄박태일 시인의 첫 시선집이다. 1980년부터 지금까지 삶과 죽음, 개인과 역사를 탐구한 210편을 수록했다. 토박이말과 율격으로 시인은 정신의 지향을 형상화한 시를 써 왔다. 표제시에서 말하는 용은 강, 두만강이다. 그렇기에 시에는 재중겨레의 삶이 담겨있다.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일지 모르지만 그 존재 너머에는 평화로운 삶 또한 함께 있다. 그런 믿음 때문에 박태일의 시는 우리 문학의 든든한 지표다.「새우에서 고래로」라몬 파체코 파르도 지음 | 열린책들 펴냄세계 최빈국에서 강대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작품들은 지금 읽어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가 최초로 사용한 단어인 ‘로봇’과 인간 같은 곤충들, 인간에 의해 강제로 대량 증식된 도롱뇽, 전염병을 권력 수단으로 이용하는 독재자는 세계대전 당시의 세계와 지금 우리의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1984년)’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 대표적인 영화다. 자원을 낭비하고 서로 갈등만 일삼는 인간들이 쓸모없다고 판단한 ‘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디스토피아 영화의 고전이
때아닌 상속세 논란에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주는 상속세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법의 개정을 두고 의견이 오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국가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도는 고려해야 한다. 그런 논의도 없이 선거를 앞두고 상속세 완화나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포퓰리즘일 뿐이다. 상속세는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세금보다 비장하다. “상속은 사망으로 인해 개시된다”란 민법(제997조) 조항처럼, 상
언젠가부터 경쟁에서 이긴 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구조가 자연스러워졌다. 이긴 자들은 그 승리를 공정ㆍ합리ㆍ효율이란 이름으로 포장했다. 어쩌면 이 포장술은 19세기 말 유럽에서 펼쳐졌던 우생학적 논리의 연장선일지 모른다. 이런 사회는 괜찮은 걸까. 새 기획물 ‘전쟁과 문학’ 첫번째 편 ‘나치의 혈통관리로 본 우생학의 위험성’을 펼쳐보자.19세기 말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팽창주의 저변에는 특정 종족이 다른 종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유럽 제국은 이 사고를 ‘과학’으로 포장했다. 우수한 유전자를 보존하고 열등한 유전자를
민주당이 횡재세를 부과한다며 ‘일시적’이란 기한을 두지 않고, 정부는 독과점기업의 동조적 가격 인상 가능성을 공정거래법이 아닌 ‘○○사무관'으로 통제하려 한다. 횡재세를 횡재가 발생한 부분에만 일회성으로 부과하고, 독과점기업들의 동조적 가격 인상이 의심되면 공정거래법으로 처리해 바로잡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정부는 11월 초 빵·우유·과자·커피·라면·아이스크림·설탕·식용유·밀가루 등 9개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관리하겠다고 발표했고, 곧이어 28개 품목으로 개수를 늘렸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금융소비자보호법과 부담금관
# 고금리 세상의 단면은 두개다. 한면에선 고통스런 비명이, 다른 한면에선 즐거운 비명이 흘러나온다. 전자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 취약차주借主들의 몫이다. 이들은 고금리 탓에 필연적으로 불어난 원리금에 짓눌리고 있다.# 돈을 빌려준 은행의 상황은 다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받을 돈’이 더 생기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이 역대 최대 이자이익(20조4906억원)을 거둬들이고, 1조원이 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인 건 ‘고금리 바람’에 거저 날아온 혜택 덕분이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를 법도 하다. # 이 때문
고금리를 틈타 은행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자 유럽 몇몇 국가가 ‘횡재세’를 부과하면서 맞섰다. 바람처럼 날아온 이득을 끌어들여 나라곳간을 채우겠다는 포석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에 횡재세를 매기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정부와 집권여당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면 고금리에서 기인한 횡재를 누린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해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역대급 실적잔치 = 역대급 실적을 이번에도 경신했다. 대부분의 기업과 서민들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시대를 힘겹게 버티는
부천시가 세계적인 문학 도시 네트워크의 멤버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한국 작가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제공되었다. 유네스코는 영국 에든버러, 아일랜드 더블린, 체코 프라하와 같은 세계적인 문학 도시들과 함께, 부천시를 21번째 문학 창의 도시로 지정하였다.유네스코는 2004년부터 여러 분야의 창의 도시를 선정하며, 문학, 디자인, 영화, 미디어아트, 음식, 공예, 음악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에는 프라하에서 2024년 2달 동안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진행할 한국 작가 및 번역가를 모집한다.모집 내용 및 지원 조건: 지원 기간: 202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서 작성해 발표하는 주가 지수. 선진국, 신흥국,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유럽 등 각 지역ㆍ국가별 주식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뛰었는지 살펴보는 지표라고 생각하면 쉽다. 투자자들은 MSCI 지수를 통해 지역별, 국가별 주식시장의 특성과 위험성을 가늠할 수 있다. MSCI 지수는 크게 ▲월드 인덱스(선진국시장지수), ▲이머징 마켓 인덱스(신흥국시장지수), ▲프런티어 마켓 인덱스(신흥개발도상국지수) 등으로 나뉜다.우리나라는 24개국 증시에 분포한 1422개의 중대형주로 구성한 MSCI 신흥국시장지수에 속
12일(현지시간), 체코 공영방송에 따르면,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별세했다. 94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쿤데라는 공산 체제였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소설 '농담'과 희곡 '열쇠의 주인들'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68년 '프라하의 봄'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나, 저서를 압수당하고 집필과 강연 활동에 제한을 받는 등의 억압을 겪었다. 결국 197
# 바리스타가 커피머신을 잘 사용해야 하듯 전세계 컴퓨터 공학자들이 능숙하게 다뤄야 할 운영체제(OS)가 있다. 리눅스(Linux)다. 이 OS를 창시한 이는 리누스 토발즈인데, 핀란드 출신이다. # 스위스는 시계를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정밀공학으로 명성을 쌓았다. 동시에 전세계를 대상으로 은행업을 진행해 글로벌 이슈가 터질 때면 언급되곤 한다. # 체코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나라다. ‘프라하의 봄의 철학적 선언’으로 평가받는 「구체성의 변증법」을 저술한 철학자 카렐 코지크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유럽의 나라들은 나름
2022년 한 해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곽효환, 이하 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27개 언어권 150여 종에 이르는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출간되었다. 한국문학을 처음 출간하는 출판사 또는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출판사를 통한 출간이 확대되는 등 해외 문학·출판시장에서 한국문학의 인지도가 상승한 한 해였다. 판타지, SF,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번역 출간이 활발히 이뤄지고 전년도(2021년)에 출간된 시, 소설,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작품이 국제 문학·번역상에서 수상하거나 후보에 오르는 성과도 이어졌다. SF, 판타지, 미스터리 등 해외
밀란 쿤데라는 소련의 프라하 침공 전후를 배경으로 한 영화 ‘프라하의 봄’의 원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으로 ‘프라하의 봄(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자유화운동)’이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던 쿤데라는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등 수모를 겪은 후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해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신간 「납치된 서유럽-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은 밀란 쿤데라의 사상적 원점을 보여주는 에세이 모음이다. 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최근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이 잇따라 문학․번역 관련 상을 수상하고,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문학한류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정보라의 『저주 토끼』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로 선정되었고, 일본에서는 손원평의 『서른의 반격』이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하였다. 체코에서는 김금숙의 『풀』이 뮤리엘 만화상 최우수 번역 부문을 수상하며 SF와 그래픽 노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한국문학이 주목받고 있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정보라 『저주 토끼』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라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산하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 전시회가 4월 2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는 오늘날 중요한 영상예술로 자리 잡은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맥락을 조명하고, 20세기 초반 애니메이션 고전작품과 제작기법도 함께 살펴본다. 애니메이션은 여러 장의 화면을 연속으로 촬영하고, 이를 조작해서 화면 속 대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촬영기법을 말한다.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100년 이상으로 영화만큼이나 오래됐다. 그동안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지금이야 컴퓨터그래픽으로 뚝딱뚝
단순한 덴털장비업체가 아니다. 판매량, 점유율은 물론 기술력까지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엔 치과보철소재 시장에도 진출했다.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이미징 업체 바텍은 이런 기업이다. 저가형 모델, 고가형 모델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무기로 세계시장 곳곳을 공략하고 있다.글로벌 치과용 진단장비기업 ‘바텍’은 제품 라인업이 다양하다. ▲치아 진단 및 충치 발치용 2D 구강외外 엑스레이 제품 ▲임플란트 및 교정용 3D 제품 ▲구강내內 방사선 촬영장치까지 풀 라인업을 갖췄다. 기술력도 탁월하다.2003년 국내 최초로 디지털 파노라마 장
요즘 커피전문점은 커피와 함께 케이크를 팔고, 연말이면 너나 할 것없이 굿즈 상품도 선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머그잔ㆍ텀블러ㆍ간이의자 등 굿즈상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그렇다면 커피만 파는 전문점과 이것저것 다 파는 복합커피전문점 중 어떤 게 유리할까. 독일 최대 커피체인점 ‘치보(Tchibo)’를 통해 답을 찾아보자.우리나라 커피전문점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는지.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2019년 11월 발표한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0세기 현대문학의 거장 카프카의 유작반환소송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창작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의 주인공은 78세 노인 에바 호프다.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은 호프가 평생을 지켜온 현대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 소유권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인다. 요제프의 미발표 원고는 그의 친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베르트가 친구의 유언을 들어주지 않으면서 세상에 남았다. 요제프는 자신의 원고를 태워달라는 말을 남기고 요절하지만 베르트는 절망 속에서 피어난 요제프의 재능을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검찰 vs 오너 ‘글래드 갑론을박’“어떤 지시도 없었다.”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가족의 개인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해욱(52) 대림산업 회장 측이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날 이 회장도 공판에 참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2014년 말 옛 여의도 사옥을 ‘여의도 글래드호텔’로 바꾸고, 계열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 운영을 맡겼다. 앞서 오라관광은 ‘에이플러스디(APD)’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수입맥주에 밀려 고전하던 국산 맥주시장이 오랜만에 뜨겁다.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맥주시장이 성수기를 맞은 것도 있지만, 시장을 뜨겁게 만든 건 초록병 맥주 ‘테라’다. 2011년 이후 맥주시장 1위를 오비맥주에 내준 하이트진로의 1위 되찾기가 머지않았다는 분석들이 나오는 것도 테라가 등장한 이후의 일이다. 오비와 하이트진로의 오랜 1위 전쟁.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속에 숨은 전략을 들여다봤다. 19세기 초, 독일은 낮은 온도에서 보리를 숙성하는 ‘하면발효법’으로 맥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방식으로 만든 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