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온열질환, 물, 그늘, 휴식만 지키면 된다.” 고용노동부가 여름철만 되면 강조하는 슬로건이다. 실제로 물, 그늘, 휴식은 여름철 실내외 모든 사업장이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이자, 가장 좋은 온열질환 예방책이다. 그런데도 매년 폭염 속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허술한 정부의 관리·감독과 법안만 쏟아낸 채 처리할 의지는 없는 국회의 ‘나쁜 컬래버’다. “지구 온난화 시대가 지나가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 지난 7월 2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
폭염기 건설 현장은 ‘위험의 도가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한 채 쓰러지는 노동자가 숱하게 생겨서다. 이 때문에 정부는 35도가 넘는 날 가장 뜨거운 오후 2~5시엔 옥외작업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한다. 건설사들은 매년 정부의 권고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왜일까. 날씨가 더우면 기계가 아닌 사람은 멈출 수밖에 없다. 근무 시간 내내 태양 아래서 일해야 하는 옥외 노동자들은 더 그렇다. 그중에서도 더위의 위험을 가장 크게 겪는 건 건설 노동자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8
# “‘우수 단체’로 선정된 국회의원연구단체의 보고서 대부분이 표절이나 짜깁기한 거였다. 지난 10년간 114억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 2018년 각종 보도를 통해 드러난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의 민낯이다.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이 깜깜이로 이뤄진 탓이었다. #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은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걷어낼 수 있을 만큼 바뀌었을까. 더스쿠프가 국회의원연구단체들의 ‘2022년 연구활동결과보고서’를 살펴봤다. 우리나라는 국민을 대표해 일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한다.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정부와 여당(국민의힘)이 ‘근로자 대표제’를 손볼 예정이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6월 15일 열린 6차 회의에서 근로자 대표의 활동을 법으로 보장하고,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개입이나 방해를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자 대표제 개선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얼핏 보면 근로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근로자 대표제 개선 방안을 두고, 일부에선 우려를 내놓는다. 왜일까. ‘근로자 대표제’가 노동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노동계와 대립관계를 형성해온 정부와 여당이 갑자기 친노동 정책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근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해달라.” 최근 재계가 정부와 여당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망사고가 터지면 사용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재계가 산업재해를 막을 다른 방도를 내놓지 않은 채 ‘책임 회피’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래도 될 만큼 산재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도 않았다. 1993년 5월 10일 태국.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인 ‘심슨가족’의 주인공 ‘바트’를 비롯해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인형으로 만들던 한 봉제공장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188명이 목숨을 잃고, 4
HDC현대산업개발이 두차례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도 버젓이 영업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자체가 내린 영업정지 처분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건데, 이는 HDC현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5년간 건설사들의 영업정지 처분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건설사는 집행정지 가처분 제도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영업활동을 계속했다. 법망 안에서 영업권을 기술적으로 유지했다는 건데, 태영건설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분석해 봤다. 먼저 상황을 요약해보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터뜨린 대형 사고는 두건이다. 하나는 광주 학동 재개발현장 철거
“HDC현대산업개발에 내려진 행정처분에 실효성이 없다.” 최근 서울시가 HDC현산에 내린 2건의 영업정지 처분을 두고 쏟아져 나온 지적이다. 1건은 HDC현산이 신청한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돼 행정처분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게 됐고, 다른 1건은 과징금 4억원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서울시와 법원이 대기업을 봐주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여기엔 다른 허점이 숨어 있다. 서울시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에 내린 행정처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현장
#반년 만에 같은 도시에서 두번의 중대 건설 사고가 발생했다. 두 사고 현장의 시공사(HDC현대산업개발)마저도 같았다. 이 때문인지 해당 건설사의 건설업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 ‘건설업 등록’을 취소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이 답을 찾기 위해선 우리나라가 어떤 제도를 택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건설업을 하려면 건설업 등록을 해야 한다. 일정한 기준만 충족하면 건물을 만들 수 있다. 1999년 시장 활성화를 취지로 건설업 면허제를 등록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문턱이 낮아진 만큼 문
광주광역시 보수 노후주택 붕괴(4월 4일), 서울 성북구 철거 주상복합아파트 붕괴(4월 30일), 광주광역시 해체건물 붕괴(6월 9일)…. 올 4월 이후 100여일 새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줄줄이 터졌다. 그러자 정치권은 부랴부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골자는 ▲건축물 해체 시 착공신고 의무화 ▲위험 수준이 높은 공사 진행 시 상주 감리자 배치 의무화 등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만으로 건설현장에서 시시때때로 터지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전예방시스템이 미비할 뿐만 아니라 돌발
지난 6월 광주광역시에서 해체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속전속결로 건축물관리법이 개정됐다. 개정된 법에는 건축물 해체공사의 착공신고 의무화, 상주 감리자 배치 의무화 등이 담겼다. 하지만 A 중견건설사 이지훈(47) 건설·토목 부문 안전관리자는 “그런 규정들을 신설한다고 현장이 안전해질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건설안전관리자로 15년가량 일한 베테랑이다.✚ 지난 6월 광주에서 해체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건축물관리법이 개정됐다. 이를 통해 건설현장이 좀 더 안전해질 것 같은가. “없는 것보다
자! 쉽게 접근해보자. 대표든 팀장이든 상사든 아님 주주의 친척이든, 힘 있는 누군가가 평범한 직장인인 날 괴롭혔다고 치자. 그 신고를 회사, 그것도 회사의 인사 담당자에게 해야 한다면 실효성이 있을까. 이는 애먼 누명을 쓰고 가해자로 몰린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부 파벌에 의해, 또는 개인적 감정에 의해 회사에 신고됐다면 그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을까. 2019년 7월 제정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근본적 결함이 있으니,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건 등 국민을 공분케 한 산업재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때문인지 최근 국회에서도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21대 국회가 재계의 반발을 뚫고 법 제정에 성공할 수 있느냐다. 19대 국회 이후 발의된 관련 법안 30개 중 국회를 통과한 법은 2개밖에 없었다. 법안통과율은 6.6%에 불과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중대재해법 뒤에 숨은 이야기를 취재했다. # 2016년 5월 28일, 스
비정규직은 ‘자본의 탐욕’과 맞닿아 있다. 노동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싼값의 노동자’를 양산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폭력’에 가까운 행위였지만, ‘노동의 유연화’란 대전제 앞에 희석됐다. 문제는 꼬일 대로 꼬여버린 ‘비정규직 이슈’를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느냐다. 냉정하게 말하면 쉽지 않다. CEO의 인식,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 등 난제가 숱하게 많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본질이 사라진 비정규직 문제를 진단했다. “정규직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우리와 달리 비교적 손쉽게 정규직이 되는 건 사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생뚱맞은 보도자료를 냈다. “2019년 산재사고 사망자가 지난해에 비해 116명(-11.9%) 감소했다.” 산재사고 사망자가 줄었다는 걸 홍보한 셈이다. ‘사망자 제로’를 목표로 삼아야 할 정부 부처가 ‘사망자 감소’를 자화자찬한 것도 민망하지만, 이들이 정말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나라살림연구소가 공동으로 이 문제를 짚어봤다.2020명. 지난해 각종 산업재해로 생을 마감한 노동자 숫자다. 하루 평균 5.5명꼴이다. 올해 1분기에 산재로 사망한
고경쟁 저매출치킨집의 위기국내 치킨전문점의 시장 규모는 4조원대(전체 매출 기준)에 달하지만, 가맹점당 매출은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업종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2018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치킨집 가맹점당 1년 매출액은 1억6900만원으로 12개 주요 프랜차이즈 업종 중 최하위였다.생맥주ㆍ기타 주점이 1억7400만원으로 11위, 김밥ㆍ간이 음식점이 1억8800만원으로 10위였다. 연간 매출이 가장 높은 프랜차이즈 업종은 자격증이 필요한 약국이었다. 약국 가맹점 1년 매출액은 10억450
지난 9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동생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김민식군이 과속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이후 어린이 안전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민식이법’이 발의됐다. 이 법은 지난 11월 29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었는데, 야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발이 묶였다. 국회 정쟁에 아이들의 안전이 볼모로 잡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야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금배지들의 정쟁에, 게으름에, 무관심에 사그라진 법안이 숱하다. 그중엔 민식이법처럼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도 적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 간 문제로 치부돼 왔다. 괴롭힘을 당해도 마땅히 도움 받을 곳이 없으니, 괴롭힘을 그저 견디는 직장인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일부 피해 근로자들이 용기를 갖고 목소리를 내 피해사실을 알린 덕분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정착하는 데도 피해 근로자가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노윤호 변호사의 기록記錄, 두번째 편이다. 얼마 전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제목의 TV 드라마가 방영됐다. 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내 곁에 있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12월 27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185명중 165명 찬성으로 산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작업 중 외주업체 직원이 사망한 지 2년 7개월만이다. 이번엔 과연 허술한 외양간을 고칠 수 있을까.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논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많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위험의 외주화와 속빈 법안들을 취재했다. 또 한명의 안타까운 청춘이 목숨을 잃었다.
화학성 유독물질이 함유된 ‘도배풀 방부제’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유통됐다. 문제의 제품은 벽지 도배풀에 넣는 방부제 ‘벽지지키미’로, 2011년 가습기 사태를 일으킨 CMIT(1.12%)와 MIT(0.38%)가 함유돼 있다. 더 큰 문제점은 ‘벽지지키미’의 제조업체는 실체가 없고, 판매업체는 아무런 허가절차도 밟지 않았다는 점이다. GS건설 등 관련 업체들은 “벽지지키미를 본 적도, 사용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지만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유독물질 도배풀 방부제’의 진실을 단독 취재했다.유독물질(C
73세 아파트 경비원 허모씨. 수년간 일했어도 근로계약서는 쓴 적이 없다. 작업을 할 때는 제대로 장비를 지급받지도 못했다. 결국 그는 안전장비 없이 정화조 청소 도중 바닥이 붕괴되면서 질식사했다. 산업재해다. 하지만 책임을 질 만한 사람이 없다. 왜일까. 지난 4월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H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허모(당시 73세)씨가 2인 1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