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의 간판, 기업의 로고…. 이런 표식表式들은 대체 언제부터 유행한 걸까. 관련 서적을 살펴보면, 중세시대부터 현대식 ‘마크(Mark)’가 나타났다. 물론 로마시대에 술집 가게들이 ‘관목가지’를 문 앞에 걸어두긴 했지만, 그걸 현대식 마크의 기원으로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마크는 어디서 나왔을까. 답은 ‘길드(Guild)’에서 찾을 수 있다.11~16세기 유럽에서 번성한 길드는 경제적ㆍ사회적 구조의 핵심을 차지했다. 장인匠人의 집합체였던 길드는 지역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왕의 허가를 받고 거래의 독점체제를 수립하는 한편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은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러시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도덕적인 러시아는 가능한가?” 솔제니친은 ‘제국’의 환상에 빠진 러시아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분리한 국가들을 힘으로 지배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질 비극을 예견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1918~2008년)은 1918년 12월 11일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아버지는 솔제니친이 태어나기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박노식 지음 | 삶창 펴냄시인은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다. 인간이 아닌 것들이 우는 소리.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시인의 가슴 역시 울음이 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울음은 자기 감성에 빠져버려 나온 것이 아니다. 삶이라는 것을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설움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그 설움을 남을 설득하거나 남에게 주장하는 데 쓰지 않는다. 그의 설움은 스스로에게 말하는 ‘독백’으로 완성한다. 「8월에 만나요」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민음사 펴냄노벨 문학상 수상
하와이 열대우림에 사는 거미 ‘테리디온 그랄레이터’는 배 쪽에 특이한 무늬가 있습니다. 그 모양이 마치 웃는 사람의 얼굴 같습니다. 그래서 ‘웃는얼굴거미’란 별명이 붙었죠. 생김새가 독특한 녀석이지만 마주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로 나뭇잎 아래에 붙어 생활하는 데다 크기가 5㎜밖에 안 되거든요. ‘웃는 얼굴’을 제대로 보려면 돋보기를 들고 다녀야 할 판이네요.이윤주·조창원 눙눙이 친구들nungnunge8@gmail.comhttp://instagram.com/nungnungehttp://www.nungnunge.com글 = 이혁기 더
신기한 생물로 가득한 섬 마다가스카르의 열대우림엔 독특한 생김새의 도마뱀이 살고 있습니다. 사탄잎꼬리도마뱀붙이(Uroplatus phantasticus)는 시든 나뭇잎을 쏙 빼닮은 모습을 하고 있죠. 단순히 모양만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시든 나뭇잎의 얼룩덜룩한 색상과 질감까지 그대로 표현합니다. 이 모습을 이용해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기는 방식으로 포식자의 눈을 피한다고 합니다. 가히 ‘변장의 명수’라고 불릴 만하네요. 이윤주·조창원 눙눙이 친구들nungnunge8@gmail.comhttp://instagram.com/nungnun
테이블 위에서 치러지는 ‘협상’은 피상적이다. 진짜 싸움은 테이블 밑에서 이뤄진다. 누가 속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이득을 취하느냐가 싸움의 핵심이다. 명나라와 왜나라는 1593년 6월의 2차 진주성 전투 이후 4년간 강화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둘 모두 딴생각뿐이었고, 제3국인 조선은 손해만 봤다. 그만큼 대외 협상은 중요하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외국과 맞닿아 있는 한국은 지금 현명한 외교 전술을 펴고 있을까. 4년간 지루하게 이어지던 명나라와 왜나라의 강화협상은 외견상으론 풍신수길의 ‘일본 왕 책봉’이 화두였다. 명나라는
친환경 바람은 화장품 업계에도 거세게 몰아쳤다. 성분은 물론 패키지까지 환경을 염두에 둔 제품들이 속속 시장에 등장했다. 용기를 가져가면 내용물만 구입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Refill Station)도 생겼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재활용’ 인식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친환경을 강조한 ‘클린 뷰티(Clean beauty)’ 이슈가 화장품 시장을 여전히 뜨겁게 달구고 있다. 클린 뷰티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하고 환경보호에 중점을 둔 화장품을 의미한다. 클린뷰티 이슈가 본격적으로 떠오른 2020년엔
# 무더운 여름날,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은 폭염에도 제대로 된 노동 환경을 보장받지 못해 늘 생명의 위협에 시달린다. 여름만이 아니다. 겨울 현장에서도 건설 노동자의 안전이 ‘사각지대’에 놓일 때가 빈번하다. # 왜일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법적ㆍ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는데도, 건설현장이 ‘위험한 곳’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까닭은 뭘까. 더스쿠프가 가톨릭대와 함께 기획한 클래스 ‘ESG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통해 이 질문의 답을 찾아봤다. 視리즈 ‘위험한 산업’ 건설이 변하지 않는 이유 첫번째 편이다. 더스쿠프 취재진은 2
# 부동산 투기부터 철근 부족 아파트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국민적 불만과 질타가 쏟아지자 국토교통부는 12일 ‘LH를 혁신해 주택 품질을 높이고 투명한 경영을 하겠다’면서 혁신안을 내놨습니다. # 크게 4개로 구분할 수 있는 혁신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공공주택 사업자에 민간건설사를 포함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주택도시기금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공공주택 사업자의 자격을 민간건설사에도 주겠다는 건데, 과연 정부의 생각대로 공공주택의 품질이 높아질까요? 더스쿠프가 이 질문에 펜을 넣어봤습니
#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건설업계는 해외수주를 크게 늘렸다. ‘제2의 중동 건설 붐’이 일면서였다. 건설사들의 수주경쟁도 치열했다. 하지만 몇년 후 건설사들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저가수주를 앞세워 벌인 출혈경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탓이었다. # 최근 건설업계가 다시 해외수주를 늘리고 있다. 그러자 일부에선 또다시 해외수주가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괜찮을까.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사업을 늘리고 있다. 국내 경기 부진으로 내수건설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금리까지 올라 자금조달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여
# 쿠팡은 18일(미국 현지시간) 온라인 명품 패션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자사 대주주 중 한 곳인 그린옥스캐피털과 합자회사 ‘아테나’를 설립해 파페치에 5억달러의 대출을 실시했다. 쿠팡은 2020년에도 싱가포르 훅(hooq)을 인수해 자체 OTT인 쿠팡플레이를 출범했다. #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거대 독과점 기업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해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를 시정하려는 노
플랫폼 대표 기업들인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의 독과점 규제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공정위는 18일 하루 동안 보도 해명문을 세차례나 게시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유럽과 달리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규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살펴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세차례나 해명 자료를 냈다. 전날 “공정위가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을 추진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과 달라 대통령실이 제동을 걸었다”는 등 보도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해명문에서 “플랫폼 갑을관계(플랫폼-입점업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노란봉투법을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란봉투법이 다시금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관련 기사들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 그런데 노란봉투법을 다룬 기사들이 나올 때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라는 댓글이 빠지지 않습니다. 더스쿠프가 지난 2월 노란봉투법을 다루는 기사를 썼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과연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일까요? ‘반론에 반론: 댓글에 답하다’ 노란봉투법 편을 살펴보시죠.“노란봉투법은 노조가 자신
한화오션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일부 투자자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화오션의 수주 실적이 경쟁사에 비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한쪽에선 한화오션이 특수선 부문에 집중하느라 상선 시장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과연 투자자들의 기우일 뿐인 걸까.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3분기 한화오션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3% 증가한 1조9168억원, 영업이익은 74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론 2020년
직職에 연연하지 않는 이는 직을 받든 그렇지 않든 ‘제 일’을 해낸다. 반면 직에 연연하는 사람들은 통상 ‘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직’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명하신 분들은 지금 어떤가. 직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가 그 반대가 많은가.류성룡은 이순신이란 사람이 작위의 진급 여부에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조선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지라 이순신의 작위를 고민할 겨를이 류성룡에겐 없었다. 그는 「징비록」에 한산도 싸움을 이렇게 기록했다. “적은 본래
“상담사는 OO은행의 가족입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들려오는 안내 멘트다. 하지만 정작 상담사들은 “OO은행은 우리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객과 최전선에서 일하고, 기업의 중요 업무를 다루지만 처우는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 콜센터 상담원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위기가 닥치면 늘 ‘약한 고리’에서 먼저 탈이 난다. 코로나19 공포가 덮친 2020년 3월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사태가 발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좁은 공간에서 수백명의 상담사가 붙어 앉아 ‘콜’을 받는
건설업계에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8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월보다 19.3포인트 떨어진 70.5를 기록했다. [※참고: 건설업 경기실사지수는 건설업체가 체감하는 건설경기 지표다. 100을 넘을수록 긍정적이고 100 이하면 부정적이다.]지난 1월 63.7포인트를 기록했던 CBSI는 7월 89.9포인트로 연내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8월 들어 급감했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한 탓이 크다. 올해 7월 전체 건설 수주액은 10조원으로 지난해 7월(18조2000억원)과 비교해 44.9% 감소했다.
# 우리는 지난 562호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1~3편에서 테슬라가 친중親中 노선을 걷는 이유를 살펴봤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넘어 에너지 산업, 위성통신 분야의 1인자가 되기 위해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번에는 관점을 달리해, 중국 정부가 테슬라를 환대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따져봤다. 테슬라와의 파트너십이 중국에 가져다준 성과는 무엇일까.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3편 중국과 테슬라의 윈윈 전략이다.외국 기업은 중국을 ‘비즈니스 장벽’이 높은 나라로 손꼽는다. 자국 기업 육성에 주안점을 둔 산업 정책과 까다로운 규제 탓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교보생명의 후원 아래 창비(대표 강일우)와 함께 제22회 대산대학문학상 작품 공모를 시작한다. 이 상은 국내외의 모든 대학 및 휴학생을 대상으로, 시, 소설, 희곡, 평론, 동화의 5개 부문에서 활력 있는 창작물을 찾아낸다.전통적으로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에너지와 실험 정신을 불어넣는 신진 작가 발굴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대산대학문학상은 올해도 많은 관심을 기대하고 있다. 공모 작품은 2023년 9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접수되며, 수상자는 상금 700만 원과 해외문학기행 기회 등의 부상을 받게 된
폭염기 건설 현장은 ‘위험의 도가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한 채 쓰러지는 노동자가 숱하게 생겨서다. 이 때문에 정부는 35도가 넘는 날 가장 뜨거운 오후 2~5시엔 옥외작업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한다. 건설사들은 매년 정부의 권고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왜일까. 날씨가 더우면 기계가 아닌 사람은 멈출 수밖에 없다. 근무 시간 내내 태양 아래서 일해야 하는 옥외 노동자들은 더 그렇다. 그중에서도 더위의 위험을 가장 크게 겪는 건 건설 노동자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