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개의 정류소를 지나 나는 살아 있고, 나는 충분히 젊어 보았고, 아버지는 출발하셨고, 나는 그 정류소에 그대로 서 있고,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았고, 내려야지 내려야지 다짐만 하다가 아버지는 먼저 출발하셨고, 이미 예순 번의 정류소를 놓쳤고, 어쩌면 급히 지나쳤고, 어쩌면 조는 척 눈을 감고 있었고, 나는, 드디어, 마침내, 반백이고, 구부정해졌고, 가팔라졌고, 헉헉거리고 있고, 그때 그 정류소 앞에 그대로 서 있고, 번쩍거리고 있고, 눈물이 나오지 않아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고, 이따금 발을 동동 구르며 저편 고갯길을
Book Review
하린 시인
202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