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마주할 때 우리는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란 사실에 안도한다. 비극의 주인공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통받는 자의 목소리를 껄끄럽게 여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린 슬픔에 무지한 사람이 돼간다. 타인의 고통을 완벽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무엇을 선택해도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전쟁은 인간에게 가혹한 선택을 강요한다. 미국 작가 윌리엄 스타이런의 「소피의 선택」은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 내몰린 자의 딜레마와 후유증을 그린 소설이다. 1947년 미국 남부 출신 청년 스팅고는 꿈에 그리던 뉴욕에 입성한다. 스팅고는
‘엄친아’ ‘엄친딸’이란 말이 유행처럼 나돈 지 오래다. 친구의 자녀와 내 자녀를 비교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타인과의 비교는 자녀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를 안긴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게 만드는 분위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는 10대도 가파르게 늘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엄친아’ ‘엄친딸’이란 말엔 이처럼 폭력성이 깃들어 있다.공부부터 인성, 외모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사람을 두고 ‘엄친아’ ‘엄친딸’이라고 부른다. 이런 말이 생긴 이유는 뻔하다. 많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내 친구 아들은
# 직장인 김소망(가명ㆍ28)씨는 얼마 전 반려식물을 집 안에 들였다. 창가를 볼 때마다 외로운 마음이 들어서였다. 여인초와 금전수를 키운 소망씨는 외로움이 부쩍 줄어들었다. 화창한 날엔 반려식물과 함께 햇빛을 품으며 ‘조용한 행복’을 즐겼다.이는 소망씨만의 얘기는 아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2 반려식물 보급사업 결과 보고’에 따르면, 이 사업에 참여한 1400명 중 94.1%가 반려식물을 키우며 생활에 활력을 얻는다고 답했다(표➊).바야흐로 1인 가구의 시대다. 국내 1인 가구는 2017년 561만9000가구에서 2023년
# 요샌 1만원권 한장으로 든든한 한끼를 먹는 게 어렵다. 외식 물가가 갈수록 오르면서 등장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때문이다. 휴가기간엔 맘 놓고 쉬지도 못 한다. 여행비용의 가파른 상승을 일컫는 ‘베케플레이션(Vacaflation)’ 때문이다. 그렇다고 ‘집콕’이 만만한 것도 아니다. OTT 업체들이 줄줄이 구독료를 올리면서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바야흐로 ‘변종 인플레이션’의 시대다. 최근 미디어에선 각종 ‘플레이션’을 붙인 신조어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박인하 시집 | 걷는사람 펴냄박인하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2018년 서정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이 보는 삶은 잔혹하고 아름다운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 죽음과 삶은 공존하고 또 도망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다.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존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둠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렇다면 빛이 또 있다는 것도 아는가. 시를 읽다 보면 어둠과 빛이 따로 또 같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온다. 「허깨비 신이 돌아오도다」위래 지음 | 아작 펴냄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누구나 한번쯤 마음에 우울감을 품은 경험이 있다. 이전보다 우울증을 향한 시선도 너그러워졌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000명에게 우울증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냐고 묻자 92.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8명(86.7%)은 우울증을 겪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 지수는 100점 만점에 어느 정도나 될까. 스스로의 행복 지수를 매겨보라고 하자 평균 62.5점이 나왔다. 응답자 중 62.7%는 삶을 불행하다고 여긴
“수정이네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이었다. 어릴 때부터 떨어져 지낸 아버지에게는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했고, 어머니는 공황장애를 앓은 장애인이어서 생계를 꾸려갈 수 없었다. 수정이는 열심히 공부했고 유치원 교사가 됐다. 하지만 살림은 여전히 가난했다. 어머니 간병에 돈을 치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가난한 청년이 됐다.”「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에 담긴 ‘수정의 이야기’다. 빈곤을 물려받은 이들은 대학에 합격하고 어렵게 졸업한 후 안정된 일자리를
# 비상장주식 사기에 쓰는 스크립트(대본)를 활용해 투자자의 환심을 샀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투자자의 의심을 적게 사면서 비상장주식을 비싸게 팔아치우는 것이다. 사기꾼들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판매량을 제한하고, 비상장주식을 먼저 보내준다”는 거짓말로 투자자를 유혹한다. 이 또한 ‘사기대본’에 모두 들어 있는 내용이다.# 더스쿠프와 영상 플랫폼 Video B가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대본을 단독 입수해 영상으로 만들었다. 비상장주식 사기 ‘달콤한 거짓말’ 후편後篇이다. 내레이션: 우리는 ‘달콤한 거짓말
「인류의 종말은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위래·유권조·천가연·이아람·김도연·백승화 지음 | 황금가지 펴냄세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망한다. 이 책은 여섯가지 종말 이야기가 담은 단편집이다. ‘제2의 종말 문학 공모전’ 당선작인 ‘죽이는 것이 더 낫다’는 살의를 느끼는 특정 사상이 책을 매개로 빠르게 전염되는 세계를 그렸다. ‘제4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이야기 부문 수상작인 ‘침착한 종말’은 인류의 종말이 인공지능의 투표로 결정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삼았다. 지구의 운명을 두고 외계인과의 한판 가위바위보 대결 이야기를 담은 ‘가위바위보 세이브
# 20여년 전만 해도 ‘학생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체벌을 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행법상 교사의 체벌은 불법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등 학생의 인권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문제는 이번엔 ‘교사의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교사의 정당한 훈육마저 아동폭력이라고 주장하거나, 충분한 사유 없이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아이들이 뛰어놀며 존중을 배우고, 세상을 살아갈 지혜와 지식을 쌓는 곳이어야 할 학교가 최근 도마에 올랐다. 교사들이 연이어
부모는 항상 불안하다. ‘아이를 열심히 키우긴 하는데 잘못 키울까 봐서’ ‘아이가 크긴 큰 것 같은데 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등 이유는 숱하다. 아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자라면 자라는 대로 ‘난도 높은 문제’를 푸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부모도 많다. 이같은 부모의 불안은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까.아이가 미술치료실에 와서 당초 상담 목표를 이뤄 상담이나 미술치료를 끝내려 할 때 생각보다 많은 부모님들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상담을 더 연장하면 안 될까요?” 부모가 상담을 연장하길 원하는 이유는 대개 두가지다
‘우울계’ 자신의 우울함을 드러내는 콘텐츠를 올리는 SNS 계정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런 계정에 접속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현실을 어렵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울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부모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왜 우울계에 빠져드는 걸까. 이런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10대 여고생이 서울 강남의 한 고층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장면을 SNS에 생중계하면서다. 세상을 떠난 이 여고생은 이
한국 작가회의의 공식 기관지 "내일을 여는 작가"가 최근 2023년 여름호(83호)를 출간하였다. 이번 호는 식민지 정책의 희생자들을 주제로 한 '강제 징용' 특집을 마련하여 대대적으로 조명하였다.김응교 작가는 「진실이 없는 껍데기 만남」을 통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관동 대진재 조선인 학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에 대해 통찰을 제시하며, 한국 정부의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였다. 박동억 작가의 「역사를 통해 건네지는 것」에서는 조선인 원폭 피해자의 예술적 재현에 대해 고찰하였으며, 임지훈 작가는 영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들어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려 드는 ‘피장파장의 오류’가 가장 빈번한 곳은 정치권이다.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우리가 불리할 게 없다’며 상대방을 탓하고 공격하며 대치한다. 그 결과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국회에 정치가 실종된 채 곳곳에서 파행을 빚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자신들의 치부는 애써 외면한 채 상대방을 공격하며 반사이익을 취하려드는 정치권 행태는 정치혐오를 넘어 국민을 집단 우울증에 빠져들게 할 정도다.
“피곤한데 잠을 잘 수 없어요. 매사에 의욕이 없고 흥도 나질 않아요.” 40대 직장인 김건강씨는 얼마 전 병원을 찾았다. 우울한 감정이 두달 넘게 지속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엔 ‘기분 전환이라도 해보자’는 동료의 말을 듣고 골프장에 나갔지만, 우울감만 더 심해져서 돌아왔다. 건강씨는 그래서 걱정이다. “그는 혹시 우울증에 걸린 걸까.”일상에서 우울한 기분은 누구나 느낀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꼭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예를 들어보자.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소중한 반려동물과 이별했거나, 일이나 시험에서 실패했을 때 슬
[英 플랫폼 기업 책임 강화]자해를 ‘낭만화’하지 마라 영국 정부가 폭력 행위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는 플랫폼 기업에 벌금을 부과한다. 27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기업에 더 넓은 범위의 콘텐츠 차단을 요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미셸 도넬란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은 “우리 법에 따라 그들의 플랫폼에서 학대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이 계속되도록 허용하면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영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을 강하게 규제하려는 건 2017년 발생한 청소년 사망 사건 때문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짧은 시다. 시는 우리가 잊고 있는 소통 사이의 공백을 꿰뚫는다. 지난 15일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막을 연 "언택트 커넥션"은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의 존망 여부가 불투명해진 시대에 외부와의 접촉이 전면 차단되면서 ‘언택트 커넥션’이라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에서 살아가게 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가상현실에서 과거와 다를봐 없이 만나지만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부족한 것은 "섬" 이다 소통을 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소통이
‘민생경제사범’. 금융사기·불법다단계·불법도박·취업사기 등의 범죄를 지칭하는 말이다. 용어에서 추정할 수 있듯, 민생경제사범 탓에 피해를 입는 이들 중 상당수는 서민이다. 민생경제사범을 두고 ‘서민을 울리는 범죄’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주식 리딩방’과 여기에서 파생한 ‘사이버피싱’은 민생경제사범에 가깝다. 더스쿠프가 주식 리딩방과 레버리지 사기를 당한 피해자 두 명의 얘기를 들어봤다. ✚ 주식투자에 뛰어든 시기는 언제인가.정미진(가명·49) :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이후다. 그 이전에 주식시장이 호황이었
“왜 여자에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설마 나 여자 좋아하나? 드라마나 영화 보면 이럴 때 주인공은 충격에 휩싸이며 혼란스러워하고 아니야, 아닐 거야, 라고 중얼거리며 눈물 흘리던데 나는…… 기뻤다. 새로운 나를 발견한 기분이었다.”-본문 중에서레즈비언 딸과 이혼한 엄마, 바이섹슈얼 둘째딸, 그리고 중성화한 암컷 고양이. 한소리 작가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거침없이 밝힌다. ‘내가 남의 눈치를 볼 바에야 남이 내 눈치를 보게 만들겠다’는 작가는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모두 털어놓는다. 한소리 작가의 이야기가 생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마음병을 호소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심리상담 건수가 150만건을 훌쩍 넘어섰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이 때문인지 최근 명상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부쩍 증가했다. ‘마음병’을 명상이 치유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초로 명상앱 ‘마보’를 출시한 유정은(44) 마보 대표를 만나 현대인에게 명상이 갖는 의미를 들어봤다.# 마보. 2016년 국내에서 론칭한 앱의 이름이다. ‘마음보기’의 줄임말인 마보는 언제 어디서든 앱을 통해 명상을 체험하고 마음을 단련하는 게 골자다. 국내 최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