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暗數살인은 ‘아무도 모르는 살인’을 말한다. 신고조차 되지 않아 피해자도 없고, 가해자도 모른다. 영화 ‘암수살인’은 잔혹한 장면이 없는 심리극에 가까운 영화이지만, 우리 중 누군가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 자체를 인식시켰기에 두려움을 자아낸다.영화를 보는 내내 북한 핵협상이 떠올랐다. 협상이 이대로라면 평화로운 비핵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거대한 국제 사기극으로 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암수 핵협상이 된다면 결과는 영화처럼 정의가 승리할 수 있을까.먼저 가해자가 미끼를 던지고 상황을 주도한다는 점이 닮았다
같은 제국인데 로마는 1000년 넘게 지속된 반면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은 왜 150년 만에 멸망했을까. 유현준 홍익대(건축학) 교수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라는 책에서 건축문화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갈라놓았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이집트는 피라미드, 로마는 콜로세움, 중국은 만리장성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몽골인은 유목민족이어서 빠른 이동과 전쟁에는 능했지만 무언가를 남기지 못했다. 거대한 건축물은 내부 반대세력과 적대국에게 감히 범접하지 못하도록 하는 위압감을 주는 장치인데, 몽골제국의 텐트는 아무런 권력의 상징
소중한 삶의 터전인 집의 가격이 유가증권처럼 매주 유력 일간지에 게재되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본 적이 없다.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80%를 넘나들다 보니 워낙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망국론’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개인이나 기업의 성공한 재테크 뒤에는 대부분 부동산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노후 아파트에는 ‘경축 안전진단 통과’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집이 노후화돼서 더 이상 살기 곤란하다는 판정이 과연 축하할 일인가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안전진단이 통과하면 주민들은 재건축에 나서 큰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아름다운 프랑스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삼남매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감칠맛나게 담았다. “인생도 와인처럼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지만 알고 보면 상속에 관한 영화다.선대부터 포도밭을 운영해온 부르고뉴의 삼남매 중 장남은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에 반발해 집을 떠난다. 여동생은 고향에 남아 와인을 만들고, 막내아들은 장인의 포도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삼남매는 물려받은 포도밭의 처분을 놓고 고민한다. 와이너리를 팔지 않으면 도저히 상속세를 낼 수 없고, 그렇다
기독교 교단에서 존경받는 큰 스승이었던 옥한흠 목사(1938~2010년)는 말년에 2가지 문제로 무척 괴로워하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 하나는 후임자를 잘못 골랐다는 자책이다. 또 다른 하나는 힘없고 가난한 이를 위해 세운 ‘사랑의 교회’가 서울 강남에서 대형교회로 성장했지만 정작 밑바탕이었던 소외 계층이 교회에서 밀려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자괴감이었다.그는 정년을 5년이나 앞둔 2003년에 은퇴했다. 평생의 소신대로 세습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던 그는 후임자를 물색하던 중 미국 LA에 가서 오정현 목사를 만나고 돌아왔다.
대학교수와 경영인을 마치고 은퇴한 어느 지인이 메일을 보내왔다. 소득주도 성장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 선배라는 그는 요즘 한국의 미래가 걱정스러워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고 말했다. 대학교수들이 상아탑 본연의 학문은 뒷전인 채 장하성,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 조국(청와대 민정수석)처럼 정치 쪽만 바라보고 있는 세태를 걱정했다. 그에게 받은 메일의 일부를 소개한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는 실물경제 경험은 없고 참여연대와 고려대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장
내 이름은 다산 정약용(1762~1836년). 요즘 한국사회를 보면 200년 전 내가 살았던 시대와 너무 비슷해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난 부조리한 세상을 평생 한탄했는데, 2018년 한국을 보면 도대체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정권이 바뀌자 반대세력에 보복과 응징이 횡행하고 있는 것도 꼭 닮았습니다.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믿는 협량한 배타주의 또한 별로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알다시피 난 정쟁의 희생물이 돼 18년간 귀양살이를 했고, 고향으로 돌아와 18년을 더 살다 남양주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를 아껴주던 정조가 세상
올해 만 60세인 A씨.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된 후 꼬박 30년간 불입해왔다. 얼마 전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 들어가 자신의 국민연금을 확인해 봤다. 그동안 적립된 돈은 8226만원인데, 2년 후인 2020년부터 매월 155만원을 받는단다. 20년 가까이 월 10만원 안팎을 불입한 아내(전업주부)는 3년 후부터 월 50만원을 받는다. 퇴직 후 노후설계에 불안해하던 그는 부부가 합쳐서 월 200만원 국민연금을 받으면 최소한 기초생활은 보장된 것 아니냐며 뿌듯해했다.정부가 국민
조선 후기 대학자였던 윤증(명재ㆍ1629 ~1714년)은 임금이 내리는 정승 벼슬을 번번이 거절했다. 숙종의 거듭된 강권에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송시열(우암)의 세도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고, 서인과 남인의 원한이 해소되지 않으면 안 되고, 친인척의 발호를 막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내 역량으로는 세가지 벽을 넘을 수 없으므로 벼슬에 나갈 수 없다.”명종 때 인물 조식(남명ㆍ1501~1572년)은 임금이 대학자 이황(퇴계)까지 보내 벼슬을 종용했으나 일절 응하지 않았다. 집에서 가까운 단성현(경남 산청) 현감
폭염이 몰아치는 요즘, 한국전쟁 당시 6000명에 가까운 연합군이 희생(사망 실종자)된 ‘장진호 전투’를 떠올리면 더위타령도 사치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맥아더 전쟁 지휘부의 방심과 오판으로 서부전선이 맥없이 무너지는 바람에 동부전선의 미 1해병사단이 중공군에게 완전히 포위돼 전멸을 앞두고 있었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한은 죽음을 부르는 흑사병과 같았다. 이때 뛰어난 야전 지휘관인 미 해병 1사단장 올리버 스미스 소장의 리더십으로 미 해병은 후퇴하고도 이기는 전공을 세운다. 올리버 스미스 소장은 “우리는 후퇴하는 게 아니라 다
당연한데 신선하다. 지난 1월 퇴임한 박보영(57) 전 대법관이 고향인 전남 순천과 가까운 곳에서 판사 임용을 희망해 화제다. 퇴직 대법관이 시골근무를 지원한 게 뭐 대단하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너무 드물다. 대법원은 1995년부터 원로 변호사들을 시ㆍ군법원 판사로 임용해왔으나 지원자가 없어 2010년을 끝으로 임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대부분의 퇴임 대법관들은 ‘전관예우’라는 무기 하나로 서울에서 밥벌이를 해왔기 때문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변호인 선임서에 도장 한번 찍어주고
월드컵 우승팀보다 위대한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단! 태국 치앙라이 유소년 축구팀 ‘무빠(야생멧돼지)’에 관한 얘기다. 축구 훈련을 마치고 5㎞나 되는 동굴에 단체로 들어갔다가 폭우로 굴 속에 물이 차올라 거의 20일간 고립돼 있었다. 소년들과 코치 등 13명은 흙탕물이 넘치는 최장 800m의 침수구간을 뚫고 모두 생환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전 세계에서 이들을 구하려고 몰려든 국제 잠수전문가들, 언론과 정치를 최대한 배제하며 치밀한 계획과 실행으로 이들을 모두 구조한 태국 정부와 해군 네이비실은 혼연일체가 되어 아이들을 살려냈다.무엇보
어느 미국 교포신문에 실린 시니어타운에 관한 기사가 관심을 끈다. 100세 시대의 낙원으로 여겨지는 시니어타운이 파라다이스에서 음산한 유령의 마을로 바뀌고 있다는 내용이다. 시니어타운은 골프장ㆍ테니스장ㆍ수영장ㆍ산책로 등이 있고, 취미클럽 활동이 많아 비교적 여유 있는 계층의 로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꿈과 같은 시간은 길지 않다. 부부 중 한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홀로 남겨진 싱글은 흔히 말하는 돌싱(돌아온 싱글)이 아니라 85세 이상 된 노쇠한 독거노인이다. 특히 아내를 먼저 보낸 남자 어르신은 아예 청소를
6ㆍ13 지방선거를 며칠 앞두고 어느 기업 회장이 기업인들과의 저녁자리에서 한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이 자리에 오신 분들 중 ‘아직도’ 자유한국당을 찍는 사람이 있을까요?” 필자는 골수 보수 지지자인 그의 웃음기 없는 표정을 보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했다. 아니다 다를까 결과는 보수의 참패였다.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축구전문가들은 한국이 16강은 고사하고 1승도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어느 외신은 한국이 독일을 이길 확률은 1%에도 못 미친다고 조롱 섞인 전망을 했다. 2002년 월드컵 대표선수였던 이영
채동욱(59) 변호사와 최태원(58) SK그룹 회장은 공통점이 많다. 1살 차이로 동년배인 데다가 50대 중반 인생의 절정기에 사생활 문제로 나란히 큰 시련기를 맞았다. 좌절을 딛고 재기하는 모습도 비슷하다.2013년 채동욱 검찰총장(당시)은 ‘혼외자 사건’이 터지자 끝까지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의 과거 정권 수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와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댓글 수사에서 채 총장이 원칙을 고집하자 이를 괘씸하게 여긴 정권 실세들이 은밀히 그의 사생활을 조사해 터뜨렸다는 혐의다.
#장면1=42년 전 이맘 때 일이다. 통합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었던 미국 무하마드 알리와 프로레슬링 선수인 일본 안토니오 이노키가 1976년 6월 26일 도쿄에서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경기장 로열석은 300만원을 호가했고, 위성생중계로 14억명이 대결을 시청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이노키는 링 위에 누워만 있었으며 알리는 외곽만 빙빙 돌다가 싱겁게 끝났다. 이종격투기의 효시가 된 상징적인 대결이지만 프로권투와 프로레슬링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갔다.#장면2=20년 전인 1998년 6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중국 드라마 ‘사마의:최후의 승자’를 보면 삼국지를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삼국시대에 가장 출중한 지략가였던 촉의 제갈량은 위를 정벌하기 위해 기산에 여섯번이나 출격했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실패한 전문경영인으로 생애를 마감했고, 그에 맞선 사마의는 성공한 창업경영인으로 역사에 남았다.촉의 제갈량은 위수渭水 한쪽에 진을 치고 사마의를 전투로 끌어내기 위해 별 수단을 다 쓴다. 하지만 사마의는 꼼짝도 않고 수비만 한다. 제갈량은 사마의에게 ‘집 지키는 여인네와 무엇이 다르냐’면서 치마저고리를 선물로 주며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을 보면 새벽 안개 속에 길을 잃은 느낌이 든다. 여주인공 해미는 아프리카 여행 중 만난 부시맨들이 사용하는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를 얘기한다. 각자 다른 길을 가는 청춘의 두 얼굴을 그리는 메타포가 아닐지 싶다. ‘리틀 헝거’는 육체적인 굶주림에 직면한 말 그대로 먹을 것이 필요한 사람을 지칭한다. ‘그레이트 헝거’는 음식만으로 허기를 달래는 차원을 넘어 ‘삶의 의미’라는 정신적인 차원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배우 유아인이 연기하는 종수는 해체된 가정과 비인격적인 사업장에 종
노무현 대통령 취임 1년 남짓 지났을 때 일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청와대로부터 점심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 윤 회장은 대통령에게 경제상황과 기업경영여건을 기탄 없이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백과사전 영업사원에서 출발해 그룹을 일군 윤 회장은 정말 신랄하게 참여정부의 각종 개혁정책을 비판했다고 한다.배석한 김우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제 경제보좌관(현 주미대사)은 듣기만 하고 대화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얼굴빛이 일그러지기는커녕 진지하게 경청하느라 예정시간을 30~40분 넘겼
위인들 중에는 부부 사이가 원만치 못한 사람이 적지 않다. 인간애와 평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자신의 가정에선 실천하지 못한 위인들이 많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평생 인仁과 예禮를 강조했던 공자는 아내가 제사상에 번육(구운 고기)을 올리지 않았다는 구차한 이유로 갈라섰다. 공자의 아들 공리와 손자인 공급도 별다른 이유 없이 아내를 쫓아내고 3대가 홀아비로 살았다고 하니 괴팍한 기질 역시 유전적인 요소가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강태공은 72세에 비로소 주나라의 재상으로 발탁됐다. 생활고에 지쳐 집을 나갔다가 소식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