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사이에서 결혼과 출산은 선택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가족 구성을 인생의 한 과정으로 여기던 시대는 먼 옛날이야기가 돼버렸다. 젊은이들은 경쟁·차별·박탈 같은 사회적 불안 요소를 내세우며 가족을 구성하는 일도 출산도 멀리하고 있다. 심각한 건 이로 인해 마주할 인구절벽이다.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기간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대로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최저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곧 0.6대로 내려앉을지 모른다.정재훈 서
블루칼라(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 노동자)와 화이트칼라(사무직에 종사하는 노동자). 일견 상반된 듯하지만, 이는 직업군의 성격을 분류한 것에 불과하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대가와 성취감은 다를 바 없어야 한다. 하지만 위험한 업무 환경과 고강도의 육체적 노동 등을 놓고 보면, 블루칼라 작업 현장이 훨씬 더 ‘거칠고, 험한 일터’임에 분명하다.남녀 성비에도 차이가 보인다. 실제 남성이 다수인 블루칼라 직종에서 여성이 자리를 잡고 일을 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물차 기사·용접 노동자·목수·철도차량 정비원·주택 수리 기사 등 ‘힘 좀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유년은 봄날 같았고, 지나고 나면 모두 지금보다 반짝반짝 빛났을 때였다. 금아琴兒 피천득은 이 시기를 ‘아깝고 찬란한 다시 못 올 시절’이라 했다. “유치원 시절, 세상이 아름답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차고 사는 것이 참으로 기뻤다.” 박노해 시인은 인간에게 있어 평생 지속되는 ‘결정적 시기’가 있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소년 소녀 시절’이라고 말한다. 인생 전체를 비추는 가치관과 인생관과 세계관의 틀이 짜이고, 저 광대한 세상을 걸어 나갈 근원의 힘을 기르는 때. 아
우린 ‘먹는 것’에 민감하다. 건강에 직결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식재료나 가공식품을 살 때면 원산지, 영양 성분, 원재료 등을 꼼꼼히 살핀다. 식품첨가물도 눈여겨본다. 기준이나 규격이 있다 해도 왠지 ‘화학적’ 합성품이 신경 쓰이곤 해서다.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늘 고민거리다. ‘입는 것’은 어떨까. 옷은 ‘먹는 것’ 다음으로 일상생활에서 밀접하게 사용하는 소비재다. 포장 식품 라벨에는 성분 목록이 있지만 옷은 그렇지 않다. 이는 옷을 만들 때 ‘섬유 자체 말고 다른 성분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세상 누구보다 가깝다. 그만큼 둘 사이엔 아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모두가 이상적인 엄마, 완벽한 자식이 될 순 없다. 아낌없이 주는 ‘엄마’와 엄마가 바라는 모습의 ‘자식’으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온전히 사랑의 감정만 주고받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러기 어렵다. 서로에 의해 상처 나고 가까운 만큼 몇 배 더 아프기도 하다.미국 작가 15인의 엄마에 관한 앤솔러지 「엄마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 출간됐다. 책의 기획자이자 편집자인 미셸 필게이트를 비롯한 저자들이 차마 엄마에게 말하지
"향후 10년간 기존 오프라인 매장 중 경쟁력 없는 매장은 사라질 것이고, 가장 안전하고 빠른 배송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유통업체는 시장에서 퇴출을 맞이할 것이다. 나아가 품격 있는 쇼핑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새로운 경쟁자들에 자리를 내줘야 할 것이다."유통 트렌드 분야 전문가인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저서 「마켓워칭」에서 남보다 먼저 부의 기회를 잡고 싶다면, 10년 내 일어날 마켓 변화와 소비행위 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30년간 106개 도시를 직접 발로 뛰며 관찰한 세계 마켓 정보를 바탕으로,
어른들의 술로 인식됐던 ‘위스키’가 MZ 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다. 하이볼 문화 열풍 때문이다. 하이볼은 일반적으로 위스키나 브랜디에 소다수나 물을 타고 얼음을 넣은 것인데, 특히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주류 음용법 중 하나다. 그래선지 최근 일본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의 쇼핑리스트에는 위스키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일본 하면 ‘사케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일본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와 함께 ‘위스키 5대 강국’으로 꼽힌다. 야마자키, 히비키 같은 유명 위스키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만큼 인기다.
살다 보면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실감할 때가 많다. 회사 생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면접· 회의·프레젠테이션 등 이미지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서의 ‘말하기’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계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일이 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말 잘하는 사람’이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인 이유다. 말이 곧 돈이 되고 경쟁력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나면, ‘말 잘하는 기술’이라도 배워야 하나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말하기가 능력이 될 때」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막상 말하려면 힘든’ 이들을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고유한 가치와 강점, 차별성일 거다. 그래야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선택받을 수 있어서다. 예전엔 ‘브랜드’라 하면 기업의 제품 브랜드를 떠올렸지만, 이젠 기업ㆍ도시ㆍ국가, 심지어 개인도 브랜딩을 하는 시대가 됐다. 기업도 도시도, 국가나 개인도 선택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기도 하다.「도시×리브랜딩」은 지역소멸 시대, ‘도시다움’을 만드는 새로운 변화와 트렌드를 이야기한다. 브랜드 전문가로 현장을 경험해온 박상희 교수, 이광호 PR 컨설턴트, 이한기 기자가 ‘도시’와 ‘브랜드’를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장기간 피해가 확산한 일종의 ‘느린 재난’이다. 1994년 출시된 가습기살균제는 1000만개 가까이 판매됐다. ‘가정의 청결과 건강을 관리한다’는 이 제품은 2011년 원인불명의 폐 질환 사례가 수집되면서 전대미문의 환경재난을 부른 주범으로 지목됐다. 2023년 10월 말까지 피해를 신고한 7877명 중 확인된 사망자만 1835명에 달한다. 「재난에 맞서는 과학」은 오랜 시간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연구해온 환경사회학 연구자 박진영이 정치와 과학이 부딪히는 장場에서 서서히 변화해 온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다. 가습
2014년 사티아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세 번째 CEO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계에 봉착한 상태였다. “우린 구글보다 뒤처진 데다 우리의 검색 엔진을 만든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떠났다. 사티아는 이런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투입됐다.” 빌 게이츠의 말처럼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석권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장악했다.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PC 시장이 급격히 추락하는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를 글로벌 기업
도시는 이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거주지가 됐다. 이는 도시 생활을 형성하는 동력이 세계 전체를 움직일 수도 있단 뜻이기도 하다. 많은 전문가가 심각한 사회 분열, 불평등, 전염병, 기후변화 등 난제를 풀 수 있는 답을 도시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도시는 줄곧 인류 발전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는 우리의 운명을 되레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규모는 커지는데 거주민은 빈곤해지고,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가상 공간은 사람들을 점차 단절시킨다. 여기에 각종 유행병과 기후위기까지 도시를 위협한다. 「번영하
올해도 세계 곳곳에선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잇따랐다. 내년에도 안심하긴 어렵다. 지구환경을 위한 각국의 협약과 노력에도 지구의 평균 온도는 매해 상승 중이며, 더 큰 기후위기에 직면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다.이렇듯 지독한 환경 변화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불러왔다. 세계 각국은 신재생·친환경 에너지정책 지원에 앞장서고, 팬데믹과 전쟁을 겪는 동안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려는 세계적 흐름은 더욱 강해졌다. 국가별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은 점점 확대하고, 각 나라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 저장 매개체를
여전히 많은 가정이 여성보다는 남성의 목표에 무게를 둔다. 육아가 시작되면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은 가사 노동을 하고, 일을 관두거나 시간제 근무로 바꾸는 쪽도 대부분 여성이다. 남성의 경제활동은 이어지지만 여성이 쌓아 올린 경력은 사라진다. 가사 노동을 많이 할수록 경제적 기회가 줄어들어서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지만 아직까진 그렇다. 여성 경제 개발 전문가 린다 스콧(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은 저서 「더블엑스 이코노미」에서 여성 경제를 ‘더블엑스 이코노미’라 명명하고, 세계 경제에 감춰진 여성의 경제적 역량과 공헌을 이야기한다. 저
“일보다 사람이 힘들다.” 시대를 막론하고 공감을 얻는 말이다. 어느 사회 어떤 조직이든 이해하기 힘든 행동으로 마음의 평정을 깨뜨리는 이들이 존재한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그 인간 때문에’ 출근이 꺼려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조직 내 관계 스트레스에 시달려 이직이나 퇴사를 원하는 이들도 숱하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갉아먹는 이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있단 사실이다. ‘일’보다 ‘사람’이 힘든 공간이 돼 버린 직장에서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홀로 삭이거나 소용없는 하소연만 할 뿐이다.
농업은 기후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업이다. 그만큼 이상 기온이나 자연재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금 세계 각국의 농업은 역대급 기상이변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곧바로 세계 식량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식량 위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와 우리를 위협한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마지노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가 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지구 환경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 말한다. 더 강력한 기상이변이 전 세계 식량 생산에 영향을 미칠 거
“수정이네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이었다. 어릴 때부터 떨어져 지낸 아버지에게는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했고, 어머니는 공황장애를 앓은 장애인이어서 생계를 꾸려갈 수 없었다. 수정이는 열심히 공부했고 유치원 교사가 됐다. 하지만 살림은 여전히 가난했다. 어머니 간병에 돈을 치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가난한 청년이 됐다.”「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에 담긴 ‘수정의 이야기’다. 빈곤을 물려받은 이들은 대학에 합격하고 어렵게 졸업한 후 안정된 일자리를
우리는 좋든 싫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잘 맞는 사람과의 관계에 행복해하기도 하고, 불편한 사람과의 인연에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당연히 기다려지지만, 거절하지 못해 떠밀리듯 맺어진 관계는 자꾸만 피하고 싶어진다. 인간관계는 무엇보다 신중함을 요구한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내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맺어버린 인간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 앞으로 어떤 인간관계를 맺어야 할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당신이 평생 하나의 방에서 산다’고 상상해보라.
우린 매일 말하고 듣고 쓴다. 말로, 글로 생각을 전달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타인과 교감한다. 리더가 조직을 이끌고, 영업사원이 상품을 판매하고,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 모두 언어를 통해 이뤄진다.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할 때, 이메일을 쓸 때. 가족이나 동료, 이웃과 소통할 때,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낼 때 기반이 되는 것도 언어다.하지만 언어와 뗄 수 없는 삶을 살면서도 우린 말하는 ‘내용’에 신경 쓰지, 원하는 바를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에는 상대적으로 무심하다.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 비해 전달할 때 어떤
마이클 조던에게서 문자가 왔다. “친구, 잘 지내? 나 때문에 화났단 말 들리던데. 얘기 좀 했으면 해서….” 마이클 말이 맞았다. 난 그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 ESPN의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 때문이었다. NBA(미국프로농구)의 스타 스카티 피펜(Scottie Pippen)은 자서전 「언가디드」의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에서 그는 왜 조던 이야기를 꺼냈을까. 게다가 ‘더 라스트 댄스’로 화가 났다니. 다큐멘터리에서 다룬 1997-98 시즌 시카고 불스의 우승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