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再生 :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남.” 참 멋진 단어다. 죽은 도시를 다시 살려내는 ‘도시재생’이 유행처럼 번진 건 그 때문일 게다. 1980년대 서울의 유일한 종합 전자제품 상가로 유명했던 세운상가를 지난해 4차 산업혁명 기지로 탈바꿈한 건 대표 사례다. 콘셉트만 보면 되살릴 뿐이었으니 자본의 탐욕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개발 이익은 구성원 모두에게 동등하게 돌아가는 듯했고, 내몰림도 없을 것 같았다.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묘하다. 다시세운상가의 임대료가 꿈틀댄다. 주변 상권의 땅값도 들썩거린다. 세운상가 안팎 상인들의 목소리
낡고 음침한 세운상가를 ‘다시 세우기’로 한 것은 서울시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차 사업이 끝난 세운상가는 ‘젊은 창업자의 기운이 넘치는 곳’으로 환골탈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고, 언론도 서울시도 그렇게 홍보했다. 그로부터 1년여, ‘다시세운’상가는 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임대료가 껑충 뛴데다,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해서다. 세운상가는 과연 다시 세워진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세운상가의 불편한 재생을 취재했다. 도시재생이 유행이다. 글자 그대로 낡은 도시를 되살리는 일이다. 언뜻 똑같아 보이는 뉴타운ㆍ재개발과
‘넓어진 공중 보행길’ ‘역사를 기록한 박물관’ ‘멋진 공공 전망대’…. 세운상가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일궈낸 성과다. TV와 미디어에서도 칭찬 일색이다. 하지만 세운상가 안팎엔 즐거운 비명과 날카로운 비명이 교차하고 있다. 세운상가의 일부 상인은 한껏 치솟은 임대료에, 세운상가 주변 상인은 재개발에서 소외된 억울함에 몸서리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세운상가를 걸어봤다. 서로 다른 두 비명의 불협화음은 슬펐다.세운상가를 처음 마주한 건 2010년. 음악을 하던 친구의 손에 이끌려 그곳을 찾았다. “요새 나오는 공장 스피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