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 고와카 준이치 ‘식품과 생활안전기금’ 대표

일본의 민간단체 ‘식품과 생활안전기금’의 고와카 준이치 대표가 11월 25일 한국을 찾았다. 우크라이나에 방문해 원전사고지역을 조사한 그는 한국소비자연맹에서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상황의 진실을 상세히 알렸다. 그는 “일본 정부가 피해상황을 축소 발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원전피해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는 고와카 준이치 대표.

✚ 한국 정부가 올해 9월 9일 일본산 수입식품 금지조치를 내렸다. 어떻게 보나.
“옳다고 본다. 하지만 물고기는 이동하기 때문에 보다 넓은 지역을 적용해야 한다. 태평양 연안지역에서 잡힌 물고기도 안심할 수 없다.”

✚ 한국에서는 방사능 공포로 수산물 소비가 가파르게 줄고 있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유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 만의 입구를 실크 스크린(실크 소재로 된 바다를 덮는 용도로 쓰이는 물건)으로 덮어 오염수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사실이 아니라는 건가.
“오염수 반 이상이 바닷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조수간만의 차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원자력 관련 단체와 협회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에서 기형 동식물이나 농산물이 발견됐다. 한국에서도 그럴 수 있을 듯한데.
“수개월 전부터 한국 언론들로부터 많이 받은 질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본다.”

 

원전 사고지역 아이들 통증 많아

✚ 왜 그렇게 생각하나.
“사고 당시 원전에서 배출된 오염된 공기는 벤트(Vent·통풍구)를 통해 전부 공중으로 내보냈다. 직접적인 피해는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입었다. 귀가 없는 기형 토끼를 취재한 적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21㎞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토끼였다.”

✚ 사고 당시 배출된 공기를 흡입했을 때 피해가 크다는 건가.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은 원자로에서 배출된 공기를 통해 짙은 농도의 방사능을 흡입했다. 원전에서 나오는 다양한 방사성 물질 중 세슘(Cs)은 반감기(원자핵이 원래 원자수의 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가 1년~2년인 것도 있고 세슘-137(137Cs)처럼 30년인 것도 있다. 반감기가 1일인 방사성 물질이라고 해도 한꺼번에 10만배의 양을 흡입하면 위험하다.”

✚ 우크라이나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체르노빌 원전 주변 지역의 방사능 피해 조사를 했다던데, 상황은 어땠나.
“비오염 지역 중 하나인 꾸발린(kovalyn) 마을 묘지에는 유독 40대 사망자가 많았다. 이곳 주민들 중 상당수가 체르노빌 원전에서 30㎞~35㎞ 떨어진 노비미르(Nobi mir) 마을에서 5년 정도 있다가 이주했다.[※참고: 꾸발린 마을은 체르노빌 원전에서 200㎞ 이상 떨어져 있다.”

 

✚ 아이들은 어떤가.
“오염 지역인 BMP(비건·무자리·삐세니짜) 지역의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증 여부를 조사했는 데 대부분 아이들이 통증을 호소했다. 한 학교에 방문해 전교생을 상대로 질문하자 전체의 72%가 다리 관련 통증을 호소했다. 59%는 목, 82%가 두통을 호소했다. 아무런 통증이 없다고 말한 아이는 5%에 불과했다.”

 
✚ 오염 지역이라 그런 건가. 지역마다 차이가 있었나.
“꾸발린 지역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오염이 적다고 발표한 곳이다. 그런데도 이곳 사람들 대부분이 두통·족통 등의 통증뿐만 아니라 코피를 자주 흘린다.”

✚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이들이 평소 먹는 음식의 방사능 수치를 조사했다고 하던데.
“아이들이 평상시 섭취하는 하루치 음식을 준비해 달라고 한 후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다.”

✚ 음식에 문제가 있었나.
“이들이 먹는 하루치 음식을 조사하자 kg당 1.1베크렐(Bq)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참고: 베크렐은 방사성 물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양을 나타내는 국제단위다.]”

✚ 한국과 일본의 식품 방사능 검사 기준치는 kg당 100베크렐 아닌가.
“지금 기준에서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이유다. 하루 평균 ㎏당 1.1베크렐의 방사성 세슘도 건강에 문제를 줄 수 있다.”

✚ 음식에 문제가 있다는 구체적 근거가 뭔가.
“우크라이나 오염·비오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개월에 걸쳐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높은 생선과 야생에서 채취한 버섯·베리류 등은 먹지 않도록 했다. 우유와 고기 등은 오염되지 않은 지역에서 제공해 변화를 관찰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이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이들의 증상이 음식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증명된 셈이다.” 

 

✚ 후쿠시마는 어떤가. 건강상 문제는 없나.
“두통·코피를 자주 흘리고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의료기관은 이것이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방사능 문제인지는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

✚ 암도 문제 아닌가.
“최근 조사에서도 밝혀졌지만 이곳 어린이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9000명 중 1명꼴이었다.”

✚ 심각한 건가.
“많아야 100만명 중 1~2명이 정상이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4~5년이 지난 후에야 갑상선암 발병률이 1만명 중 1명꼴로 높아졌다.”

✚ 앞으로가 더 문제 아닌가.
“원전사고가 터진 지 2년 반이 지났다. 그런데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건 방사능량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앞으로 후쿠시마 지역에서는 다양한 암이 발병할 것으로 본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도쿄東京지역까지도 포함해 암 발병자가 늘 것이다.”

 
한국, 안전지대 아니야 

✚ 근거가 있는가.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암 발병률이 1.5배 정도 늘었다. 정부는 방사능과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갑상선암 발병률 추이를 보면 앞으로도 늘어날 거라 본다.”

✚ 현재 사는 곳의 방사능 오염 정도는 어떤가.
“나는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시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 토양 방사성 세슘 수치는 ㎏당 200베크렐 정도다. 야채는 1베크렐 미만이다. 작물에 따라 높은 수치가 나오기도 해 안심할 수만은 없다.”

✚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지 않나.
“한국에도 원전이 많고 계획 중인 곳도 있다. 원전 부실 부품 사고 등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 방사능과 관련된 오해도 많다.
“공간선량(공간에서의 공기흡수 방사선량)은 사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가령 방사능 위험 지역의 공간선량은 시간당 0.12마이크로시버터(uSv/h)다. 그런데 서울 한남동 공간선량은 0.13마이크로시버터다. 일반인들이 이 수치를 두고 공포를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중요한 건 식품섭취로 방사성 물질이 몸에 흡수되는 거다. 하루라도 빨리 방사능 관련 오해가 풀려야 한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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