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진 명품 구매 루트

‘홍콩에서 명품가방을 사도 남는 장사’라는 말이 있다. 쇼핑천국 홍콩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요즘 통용되지 않는다. 홍콩보다 값싼 명품을 국내시장에서도 살 수 있어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홍콩=명품’이라는 공식을 깨고 있다.

▲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명품을 값사게 구입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지고 있다.
# 몇년 전까지만 해도 쇼핑을 위해 홍콩을 찾았던 백현주(35)씨. 2008년까지만 해도 홍콩 1달러당 환율이 120원대(외환은행 고시환율 최종 기준)였다. 할인 시즌엔 제아무리 비싼 명품가방을 구입해도 여행경비를 아낄 수 있었다. 백씨가 홍콩 최대 세일 시즌인 12~2월이면 연례행사처럼 홍콩을 찾았던 이유다. 하지만 이제 그는 명품구매를 이유로 홍콩을 찾지 않는다. 대신 프리미엄아울렛이나 해외 직접구입 방식(해외직구)을 이용한다.

 
홍콩하면 ‘쇼핑천국’으로 통했다. 명품가방 하나로 비행기 왕복 티켓값을 벌었다는 무용담도 간간이 들렸다. 홍콩은 면세구역이라 수입품에 세금이 붙지 않는 데다 여름철(7~8월)과 겨울철(12~2월)에 대대적인 세일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50% 할인은 기본이다. 세일시즌이 끝날 무렵이면 일종의 ‘클리어런스 세일(Clearance sale·재고처리 세일)’ 차원에서 할인율이 90%까지 치솟기도 한다. 거리 곳곳에서 ‘up to 90%(90%까지 할인)’ 팻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 홍콩 분위기는 다르다. 세일기간도, 할인율도 비슷하지만 예전만큼 환율이 낮지 않아 메리트가 크지 않다. 실제로 홍콩 유통채널의 게시판에서 이전처럼 명품쇼핑 후기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대신 핸드크림·마스크팩·치약 같은 생활용품이나 간식거리 구매후기가 주를 이룬다.

홍콩에 가끔 방문한다는 김현영(가명)씨는 “홍콩에 정기적으로 갔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며 “각종 쿠폰과 적립금을 이용하면 온라인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에는 국내에서도 명품브랜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며 “해외직구나 프리미엄아울렛 등을 이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백화점에서도 명품 세일

 
그의 말처럼 명품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루트는 다양해졌다. 프리미엄아울렛뿐만 아니라 소셜커머스·홈쇼핑 등에서도 명품 브랜드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국내 백화점에서 명품할인전이 열리는 것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이곳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구찌·버버리·페라가모·펜디 등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해외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신세계사이먼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의 연도별 방문객은 2008년 250만명에서 지난해 550만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해외직구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대표 해외배송대행?胎셈?몰테일의 해외대행 실적은 2010년 7만6000여건에서 지난해 약 84만건으로 11배 이상 늘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황으로 인한 소비침체로 프리미엄아울렛·해외직구·홈쇼핑·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명품을 살 수 있다”며 “심지어 백화점에서도 수시로 명품세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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