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강덕수 STX 회장

강덕수 STX 회장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채권단이 강 회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어서다. 채권단은 최근 강 회장이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계열사의 연대보증을 섰다’며 배임ㆍ비자금 조성혐의를 묻겠다고 밝혔다. ‘샐러리맨의 신화’ 강 회장의 날개가 완전히 꺾이고 있다.

▲ 강덕수 STX 회장은 재기를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진은 올 9월 9일 STX남산타워의 모습.
채권단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요 계열사 대표에서 차례로 물러난 강덕수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당할 처지에 놓였다. 자율협약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던 강 회장은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채권단 관계자는 12월 4일 “STX중공업 채권단 실무책임자 회의(12월 3일)에서 강 회장을 비롯한 주요 대표에 대한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12월 3일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STX중공업의 15.99%를 확보하며 STX중공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직후 이뤄진 결정이다. 종전 최대주주는 강 회장을 비롯 STX엔진ㆍSTX조선해양ㆍSTXㆍSTX복지재단이었다.

채권단은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괌 이전공사에서 STX중공업ㆍSTX건설이 섰던 보증채무 때문에 신규자금 500억원을 추가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 회장의 배임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 회장이 보증을 잘못 섰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강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STX 관계자는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의 경우 배임죄의 고의가 부인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까지 배임혐의를 적용한다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STX중공업은 STX건설의 사업에 연대보증을 섰을 뿐 실제로 돈이 오간 것이 아닌 데도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이번 고발결정을 강 회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압력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채권단이 비자금 문제를 거론해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강 회장은 STX그룹의 경영위기를 책임지겠다며 각 계열사 대표에선 물러났지만 정작 그룹 지주사 ㈜STX의 대표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STX 관계자는 “근거 없는 주장에는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 회장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강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추성엽 STX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충일 STX 사장, 유천일 STX팬오션 대표 부사장, 신철식 전 STX미래연구원장 등도 경영에서 배제돼 고문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무너진 ‘샐러리맨의 신화’ 강덕수, 이젠 솟아날 구멍까지 막혀버렸다. 그는 재기의 날개를 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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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자율협약 ‘흔들’


추성엽 STX 전 대표가 사퇴한 건 11월 27일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 부결된 출자전환 안건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TX는 이날 집회를 열고 사채권자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출자전환 안건이 부결되면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사채권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추 전 대표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STX 측은 “추 전 대표가 사채권자 집회와 관련 실무책임을 맡아왔기 때문에 사채권자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 것 같다”며 “일부 사채권자들이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압력을 행사해왔다”고 말했다.

추 전 대표가 사퇴까지 했지만 사채권자 집회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 있다. STX는 12월 20일 집회를 다시 열고 부결된 안건에 대해 재논의할 계획이지만 결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때 열리는 집회에서도 출자전환 안건이 부결되면 채권단과 STX의 자율협약 추진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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