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장인환 KTB자산운용 부회장

KTB자산운용엔 계약직이 없다. 순이익의 3~5%는 늘 사회에 기부한다[전체 상장 기업 평균은 0.1%에도 못 미친다]. 장인환(54) KTB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은 1999년 설립 이래 이 회사의 CEO를 맡고 있다. 그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수익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현대투신운용에서 바이코리아 펀드를 운용한 잘나가는 헤드 매니저였던 그는 “현대 기업은 사회적 기업의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 모든 기업이 마땅히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겠지만 과연 그 이행의 정도와 수익성이 비례한다고 할 수 있나요?
“미국에서 양자 간의 상관관계가 입증됐을 뿐더러 한국도 그런 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자본주의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돼 이제 이해관계자 누구든 해당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세상이 됐어요. 지금은 기업이 정직하고 투명하고 사회에 일정하게 공헌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현대의 소비자는 정당하게 고용하고 임금 제대로 지급하고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는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1달러를 더 주고라도 구매합니다. 사회공헌은 앞으로 연구ㆍ개발(R&D)처럼 기업의 성장을 보증하는 투자가 될 겁니다.”

✚ 이른바 갑을관계는 어떻게 보나요?
“갑을이란 위험한 이분법입니다. 기업들이 하루빨리 이런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기업 내에서도 CEO가 수직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구성원들과 수평적인 관계에서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 우리나라의 기업 생태계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논란이 있습니다.
“기업 생태계가 한마디로 실리콘밸리 같지 않다는 거죠. 생태계란 인프라이기도 하고 업계 문화이기도 합니다. 근본적으로 기업 정책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ㆍ벤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중기•벤처 관련 법제를 손봐 패자부활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요. 무작정 씨만 뿌린다고 잘 자랍니까? 비료를 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야죠. 정부가 이 생태계를 잘 만들고 유지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씨뿌리기만 하려고 듭니다.”

✚ 이 정부가 내건 창조경제가 그런 시도 아닌가요?
“창조경제의 개념을 둘러싼 논란을 차치하고 이 역시 씨뿌리기에 치우쳤다고 봅니다.”

✚ 요즘 관료들은 이런 생태계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지 않나요?
“문제의식은 있지만 관료사회의 풍토상 덤터기를 쓰지 않으려 듭니다. 학습 효과로, 소위 변양호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죠.”

재정경제부 최장수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는 금융정책국장 시절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사법처리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후 그가 낸 책의 제목이기도 한 ‘변양호 신드롬’은 책임 추궁이 두려워 정책 결정을 꺼리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가리킨다.

 
✚ 내년 국내 주식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눈여겨볼 변수는 뭔가요?
“코스피 지수가 2300~2400은 갈 거로 봅니다. 한국 시장은 글로벌 관점에서는 저평가돼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유럽, 일본은 통화를 엄청나게 찍어대 금리가 거의 제로 상태에요. 이 돈이 국내에 들어와 3~4 %의 수익률만 올려도 상당한 거죠. 한국은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고 자본이 자유화돼 있는 데다 요즘 원화가 강세라 빠져나갈 때 환차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한국의 펀더멘털에 대해 회의적이 되면 상황이 상당히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원화 강세 기조는 추세적인 거로 봅니다. 절상 속도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달러당 1000원선도 무너질 거예요. 펀더멘털에 가까운 수준으로 절상되면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겠죠.”

갑을이란 위험한 이분법

✚ 내년 한국 경제는 어떻게 보나요?
“장기적인 고성장의 시대는 이제 저물었습니다. 앞으로는 3% 안팎 성장할 거예요. 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져 앞으로 오르겠지만 고금리는 기대하기 어려워요. 우리나라는 10대 그룹의 이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고,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요. 이 두 기업이 흔들리면 한국 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장 부회장은 페이스북 친구가 5000명이 넘는다. 시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일절 올리지 않는다. 페이스북 친구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소통의 시대 소통 채널의 일환으로 CEO들에게 SNS를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 더스쿠프 독자들에게 재테크를 위한 조언을 좀 주시죠.
“눈높이를 낮춰야 합니다. 이제 고수익 상품은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베트남•아프리카•남미 등 이머징 마켓에 주목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미국사람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주식은 성장률을 보고 하는 거라 저성장ㆍ저금리ㆍ저물가 사회에 접어들면 국내에서는 묘안을 찾기가 어려워요. 마침 원화 강세라 해외로 나가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고요.” 

✚ 아무래도 개미들은 하기 어렵겠군요? 리스크 면에서도 그렇고.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를 하면 됩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그만한 리스크 관리 역량은 갖췄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오히려 문제죠. 저는 해외 주식ㆍ채권에 부동산, 곡물까지도 눈여겨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국내의 경우 금리가 너무 낮아 저축은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 투자는 배당형 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대한 간접투자는 해 볼 만합니다. 고령화시대인 만큼 보험 상품에도 눈을 돌리고, 앞으로 활성화될 퇴직연금도 고려 대상입니다. 부동산의 경우 주택 투자는 끝났고 상업용 부동산으로 눈을 돌려야 돼요. 임대용 부동산, 부동산 펀드, 리츠(REITsㆍ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투자의 귀재 소리를 듣는 장 부회장은 사람을 보고 투자를 한다. CEO의 장기적인 통찰력, 조직 장악력, 비전, 해당 산업에서의 역할 등을 보면 그가 이끄는 기업의 미래가 보인다고 그는 주장한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권할만

✚ 금융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들이 있습니다.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다시피하고 너무 머니게임에 치중한다는 거죠.

 
“오늘날 증권ㆍ운용업계가 처한 어려운 사정과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부메랑을 맞았다고 할까요? 과거 금융업계가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투자자 교육에 썼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량주에 중장기 투자를 하게 했어야 돼요.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공격적이고 단기투자, 직접투자 위주예요. 이렇다 보니 재무제표와 무관한 투기적 거래로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그러고는 자식들에게는 절대 주식을 하지 말라고 말하죠. 이런 분들이 또 대부분 중저소득자들이에요. 더욱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 효과가 사라져 이제 주식에 투자할 돈도 없습니다. 증권 투자 인구가 줄고 있어요. 반면 고소득자들은 마치 펀드 매니저처럼 투자를 합니다.”

✚ 정부에 고언을 한다면?
“금융정책이 은행 중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증권ㆍ운용ㆍ보험 등 2금융권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을 짜야 합니다. 규제도 줄이고요. 미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난 뒤 만든 규제를 우리나라도 도입했습니다. 우리는 산업의 요구를 미처 따라가지도 못하는데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는 셈이죠.”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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