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자동차 운전면허 간소화는 별 의미가 없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면허인 만큼 절차를 간단히 할수록 사고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길거리에는 ‘흉기’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운전자들이 돌아다닌다.

▲ 한국의 운전면허 취득 절차가 점점 간소화되고 있다.
2011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자동차 운전면허 간소화 제도가 실시됐다. 그로부터 2년 반이 흐른 지금, 우리 상황은 어떤가. 선진국은 운전면허 제도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간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 등 각종 교통지수에서 상위권에 있는 나라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초보 운전자들의 운전 미숙을 들 수 있다.

최근 길거리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초보 운전은 기본이고, 사고처리 미숙 등 문제점이 한둘이 아닌 경우를 볼 수 있다. 어떻게 자동차를 끌고 나올 수 있었는지 의문이 생길 때도 많다. 자동차 운전은 생명을 담보로 한다. 만약 교통사고가 난다면 비용적인 요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는 만큼 개인이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은 이와는 반대로 운전면허 취득이 점점 간소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 만에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자동차 운전

2011년 당시 필자는 경찰청에서 운전면허 개선을 위한 자문을 했다.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한국형 운전면허 제도 개선을 위해 고민했다. 실질적인 시험 문제 개선, 운전면허 취득절차 등의 강화가 주요 골자였다.

그런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한마디로 모든 게 바뀌었다. 이전에 진행됐던 것은 모두 무시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무 교육 13시간만 이수하면 면허취득이 가능하다. 어느 정도이냐 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와서 신규 운전면허를 취득한 중국인이 2만3000여명에 이를 정도다.

 
중국은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신규 면허를 취득하기까지 3개월 이상 거린다. 자동차 산업이나 문화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뒤떨어졌지만 운전면허만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면허를 취득하면 자국에서 이론시험만 통과하면 면허를 인정해준다.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간소화는 의미가 없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면허인 만큼 함부로 하면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한다. 한국의 길거리에는 ‘흉기’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운전자들이 돌아다닌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다시한번 운전면허 제도에 대한 공청회 등을 진행해 우리의 실상을 알리고,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2011년 이후 교통사고 23% 증가

신규 운전면허를 취득하려고 하는 이들에겐 운전면허 취득의 간소화가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 자격조건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한다면 당연히 교통사고율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최근 한 언론에서 운전면허 간소화 이후 교통사고가 23% 증가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운전면허 간소화 이후의 문제에 대해 거론하는 이가 많지 않다. 심각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 운전면허제도는 정권이 좌우해서는 안 되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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