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은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
“적정기술은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
  • 김건희 기자
  • 호수 71
  • 승인 2013.12.12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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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 한밭대 적정기술연구소장

캄보디아 도시인은 주로 전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비싼 전기요금 탓에 전기를 켜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캄보디아에 ‘태양열 에너지’를 공급하려 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태양’으로 요리를 한다는 건 마법 같은 일이다. 그만큼 적정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꿈을 전파하는 역할도 한다.

▲ 홍성욱 한밭대 적정기술연구소장은 "지속가능한 적정기술은 현지인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전기사용률은 99%에 달한다. 다른 도시 역시 60%가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 전기요금이 턱없이 비싸다. 전기료가 프놈펜에서는 ㎾당 18센트이지만, 지방에서는 ㎾당 50센트로 3배가량 가격이 높다. 캄보디아 내부에서 에너지를 활용한 적정기술 제품개발이 추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구나 캄보디아는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하기에 유리한 일조량을 갖고 있다. 건기에 해당하는 3월의 일조량을 살펴보면 해안지역은 일조량이 크고, 남부지방은 작다. 하지만 그 차이가 0.3㎾/㎡로 그리 크지 않다. 캄보디아 전역에 걸쳐 태양에너지를 활용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학 연구소ㆍ국제기구 등이 캄보디아 정부와 손을 잡았다. 프로젝트 이름은 ‘캄보디아의 녹색성장 지원 프로그램’. 눈에 띄는 건 태양열 조리기와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을 개발ㆍ보급하는 것이다. 2011년(1차년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올해로 3년째 진행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태양열 조리기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캄보디아 사람들은 태양광 시스템을 받아들일까. 지난 2년 동안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홍성욱 한밭대 적정기술연구소장과 만났다.

 
✚ 프로젝트의 규모가 굉장히 크고 좋은 콘텐트가 많다.
“프로젝트 사업은 총 네가지였다. 첫째는 농업지역인 타께오에 적정기술센터를 건축해 5㎾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한 것이고, 둘째는 1차년도 사업에서 개발한 태양열 조리기를 업그레이드해 100대를 더 만든 것이다. 셋째는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 60세트를 제작해 일부를 현지 가정에 설치했다. 마지막으로 캄보디아에서 쌀이 가장 많이 나는 바탐방을 비롯한 3곳에 소각장과 온돌을 이용한 건조장을 구축했다.”

✚ 2년 동안 사업을 진행하면서 변화가 있었는가.
“캄보디아 현지인들은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한다. 연기가 많이 나다 보니 건강을 위협받는다. 기존 나무 화덕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태양열 조리기다.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태양으로 요리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마술과 같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조금씩 태양열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있다.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은 지난해 일부 가정에 시범적으로 설치하면서 적정기술센터 소속 현지인에게 제작과 설치기술을 전수했다. 적정기술 제품을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전수한 것이다. 훗날 현지에서 소기업이 창업될 때쯤이면 지금 제작된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이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수도 프놈펜에서 약 70㎞ 떨어진 타께오주에 이삭학교가 있다. 농업기술을 가르치는 비정규 학교인데 10년 전 종교단체에 의해 세워졌다. 적정기술센터는 지난해 이삭학교 안에 들어섰다. 홍 교수가 한밭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캄보디아 정부와 함께 공동 설립한 것이다. 적정기술센터는 타께오 청년들에게 적정기술을 보급하고 교육한다. 훗날 현지의 기업가를 발굴하는 산실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캄보디아 국민 30%만 태양에너지 알아

✚ 적정기술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적정기술의 목적은 현지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거다. 현지인의 역량이 강화되지 않으면 프로젝트 종료 후 현지인의 삶은 예전으로 돌아간다. 개도국에서 진행하는 적정기술 프로젝트에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 2011년 소각장 건립 사업이 지난해부터 건조장 사업으로 이어진 것이 눈에 띈다.
“농업국가인 캄보디아는 쌀을 비롯한 농산물을 건조하지 않은 상태로 수출한다. 이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한다. 일부 지역이 해외에서 고가의 전기 건조기를 가져왔지만 전기료가 비싸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조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1차년도(2011) 사업 당시 개발한 소각장 구조 기술에 온돌의 특성을 활용한 개량형 건조장을 건립했다. 현재 개량형 건조장은 프놈펜(1기), 바탐방(2기), 모돌끼리(1기)에 시범적으로 설치됐다.”

✚ “건조장은 누가 관리하는가.”
“캄보디아 현지인이 직접 관리한다. 적정기술센터는 이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다. 이런 과정이 현지인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 1차년도 사업기간은 100일, 2차년도 사업기간은 7개월이었다. 그 안에 현지인의 역량강화가 가능했나.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 제작 기술은 전기 기초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7개월 안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1차년도 사업 과정에서 쌓은 신뢰관계와 한국의 프로젝트 팀과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2차년도 과제를 완수할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덕분에 이삭학교의 현지인들은 적정기술센터를 구축한 경험을 갖게 됐고, 자신감도 생겼다.”

✚ 프로젝트가 1회성에 그쳤다는 어땠을까.
“현지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변화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2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추진했기 때문에 제품 보급에 그치지 않고, 현지인 역량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 캄보디아 일부 가정에 설치된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은 현지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사진=Sunlabob>
✚ 프로젝트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현지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이 주효했다. 국내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도움으로 캄보디아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중소기업녹색혁신센터(ASEIC) 등 현지 파트너들이 헌신적으로 섬긴 것이 큰 힘이 됐다. 현지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술일지라도 현지인과 그것을 전하는 사람 사이에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적용하기 어렵다.”

✚ 태양에너지가 캄보디아 농촌 지역을 살리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는가.
“농촌지역은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다. 국가 전기인 그리드가 확장되려면 최소 20년 이상 걸릴 것이다. 정부의 가정용 태양광 에너지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다만 민간부문이 이끌어 가길 원하고, 그 기회를 제공한다. 캄보디아의 전기료는 비싼 편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태양광의 실현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 청년들 소기업 창업 꿈꿔

독일 프랑크푸르트대가 201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캄보디아 현지인 10명 중 3명이 태양에너지에 대해 들어봤고, 10명 중 1명이 태양광 시스템 구매자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캄보디아 현지인에게 태양에너지는 생소하다. 그런데다 농촌지역은 현대적인 마케팅 기법이 통하는 곳이 아니다. 제품에 대한 평판은 주로 경험과 입소문을 통해 형성된다. 이를테면 이웃이 구입한 후 판매가 이뤄지는 식이다. 그래서 친척과 마을 지도자의 의견은 새로운 제품을 선택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지인에게 태양에너지의 잠재성을 이해시키고, 캄보디아 시장에 마케팅 기본 요소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 프로젝트는 캄보디아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프로젝트는 프로젝트일 뿐이다. 여전히 캄보디아는 에너지가 부족하고, 현지인들은 건강을 위협받는다. 곡물을 건조해야 하는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꾸준히 마련되고 있다. 현지의 혁신을 위해 다양한 적정기술을 소개하고 보급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지인의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현지인들은 이제 ‘소기업 창업’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캄보디아에 기술이 보급되고,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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