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민영화 아니다’ 신뢰 잃어

▲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사진=뉴시스)
12월 9일부터 시작된 철도노조 파업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측(정부ㆍ여당)이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대응’ ‘노조원 직위해제’ 등 강수를 두고 있어서다. 사측이 현재 직위해제한 조합원만 해도 7600여명이다. 자칫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코레일 노사가 대치하게 된 핵심 쟁점은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이다. 거듭된 논란에서 바뀐 것은 많지 않다.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설립하는데 코레일의 지분이 당초 30%에서 41%로 늘어난 게 전부다.

사측은 코레일이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공공투자로 유치한다는 계획이어서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법인 정관에 공공부문 외에 지분 매각을 할 수 없도록 명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울러 모기업인 코레일이 이익을 내면 수서발 KTX 주식회사의 지분을 10%씩 늘려 궁극적으론 100% 소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의 주장은 다르다. 무엇보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사측은 ‘수익성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를 만들고,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수서발 KTX는 출발역과 법인만 다를 뿐 같은 선로를 쓴다는 게 노측의 주장이다.

운영주체가 2개인 지하철처럼 경쟁체제를 도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코레일의 이익으로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반론을 내뱉는다. KTX 수익 하나로 버티는 코레일에 같은 사업을 하는 자회사가 생기면 수익이 반토막날 게 뻔한데 어떻게 지분을 매입하느냐는 거다. 노측이 수서발 KTX를 민영화의 첫 단계로 해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엔 노조가 정부와 사측을 못 믿겠다는 강한 의구심이 들어 있다. 이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도시철도 시장개방에 관해 언급했다. 그러자마자 다음날인 11월 5일 철도시설의 건설ㆍ엔지니어링, 철도시설의 관리ㆍ감독 등을 포함한 정부조달시장 개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의정서 개정안이 국회 보고도 없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함에도 대통령이 맘대로 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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