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본 ‘우리세상’ | 유아식의 명과 암

▲ 완제품 이유식은 엄마를 편하게 해줬지만 정작 엄마들은 편리한 이유식보다 좀 더 정직하고 안전한 이유식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한다.(사진=뉴시스)
일과 육아를 함께 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여성을 위한 정책은 인기를 끌고, 육아 관련 제품은 불티나듯 팔린다. 완제품 이유식이 상한가를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선전해도 아이 엄마는 불안하다. 유아 관련 업체에 ‘정직함’이 필요한 까닭이다.

2000년대 초반 웰빙 열풍과 함께 ‘유기농 이유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TV에선 한때 잘나갔던 연예인들이 주부가 된 후 직접 유기농 이유식을 만드는 모습이 방영됐다. ‘유기농’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식재료 매장도 곳곳에 생겨났다.

하지만 매일 이유식을 만들어 먹인다는 건 엄마들에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힘든 일이었다. 이런 엄마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나온 게 ‘이유식 마스터기’다. 믹서와 스팀 기능을 이용해 재료만 넣으면 손쉽게 이유식을 만들 수 있는 기계다.

그런데 이유식 마스터기는 고가인데 비해 실제로 사용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사실 이유식을 만드는 것보다 먹이는 게 더 힘들기 때문이다. 이유식 마스터기보다 완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다. 더구나 아이들은 먹는 양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아예 입을 열지 않아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영양을 생각해 고른 이유식을 먹이려면 다양한 재료를 구해야 하는데, 어떨 땐 사용하는 재료보다 버리는 게 더 많다. 최근 이유식 시장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올 한해 이유식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고칼슘’ ‘유기농 홈메이드’ 등 재료의 우수성과 품질을 강조한 것부터 동결 건조기법을 사용해 청결함을 강조한 것에 이르기까지 종류만 해도 100여가지다. 아침마다 하루 분량을 집까지 배송해주는 제품도 있다.

사실 완제품 이유식의 가장 큰 장점은 직접 장을 보고 조리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는 거다. 아기의 연령에 따라 단계별로 나눠 먹이거나 다양한 메뉴로 영양의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엄마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셈이다. 휴대도 간편해서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땐 준비물도 줄어든다.

이처럼 많은 장점에도 엄마들은 쉽게 완제품을 고를 수가 없다. “엄마가 만든 것처럼 믿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부분의 이유식 광고는 ‘조미료 대신 조리수를 사용하고, 안심 용기를 사용했으며 국내산 유기농 재료로만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원산지를 속인 배달 이유식이 적발됐다는 기사까지 나와 엄마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유식, 편리함보단 안심이 우선

가뜩이나 일본의 방사능 오염물질들로 인해 식탁 안전이 요구되는 마당에 아이들이 먹는 이유식 재료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건 엄마들에겐 공포다. 실제로 26개월 된 아이를 둔 김은선씨는 “재료도 내용도 다른 이유식에서 일관된 향이 느껴져 인공향미료가 쓰였는지 의심하기도 했다”며 “업체에서 이유식을 보내줄 때 재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함께 보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료의 구매와 성분의 검사, 그리고 제조 공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건 아이를 키우는 모든 엄마의 바람이다. 물론 우리네 엄마들에 비하면 지금의 우리들은 분명 조금 더 아이를 키우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여러 육아지원정책에 육아상품까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편리함보다는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유아산업에서 특히나 더 정직함이 요구되는 이유다.
김은주 트렌드리포터 | 김영호유통아카데미 3기 kkomad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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