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결로 철수설 불붙나

GM이 ‘유럽 브랜드 강화’ 카드를 내밀었다.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키고, ‘오펠’과 ‘북스홀’ 중심으로 판매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전략은 한국GM에겐 악재다. 쉐보레 유럽 물량 90%를 한국GM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GM의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 GM은 한국GM이 유럽으로 수출하는 쉐보레 물량을 2006년 전면 중단한다.
제네럴모터스(GM)가 2015년까지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철수 물량의 90%는 한국GM이 생산하고 있는 차량이다. 이 때문에 한국GM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줄어든 생산량만큼의 인력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GM은 12월 5일 “2016년부터 유럽에서 평판이 좋은 ‘오펠’과 ‘복스홀’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며 “쉐보레 브랜드는 난항을 겪고 있는 사업 구조와 유럽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더 이상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쉐보레 스포츠카인 ‘콜벳’ ‘카마로’와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딜락’은 계속 공급한다.

GM은 지난해 유럽에서 100만대(시장점유율 7%)를 판매했다. 이 중 오펠과 북스홀 브랜드를 합한 점유율은 약 6%이고, 쉐보레는 1% 정도다. 사실 GM은 2004년 쉐보레를 동급 대비 낮은 가격대에 도입하며, 중위권 소비층을 맡은 오펠과 함께 유럽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현재 사업조정 중이다. 그 일환으로 성장가도를 달리지 못하는 쉐보레를 철수시키고, 오펠과 북스홀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매할 요량으로 이번 브랜드 전략을 계획했다. 쉐보레는 미국ㆍ러시아ㆍ한국을 중심으로 판매한다.

 
댄 애커슨 GM 회장은 “유럽은 GM의 핵심 사업지역”이라며 “오펠ㆍ복스홀과 캐딜락 브랜드를 더욱 강화해 더 큰 이익을 얻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브랜드 전략으로 성장 기회가 가장 많은 지역에 쉐보레 브랜드를 위한 투자를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GM에 이번 GM의 ‘유럽시장 브랜드 강화 전략’은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한국GM이 유럽에서 판매되는 쉐보레 브랜드의 90%가량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 물량이 빠지면 그만큼 한국GM의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오펠과 북스홀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한국GM을 희생시키는 셈이다.

한국GM은 지난해 유럽에 18만6872대의 쉐보레 차량을 수출했다. ‘스파크’ ‘아베오’ ‘올란도’ ‘캡티바’ ‘트랙스’ ‘말리부’ ‘크루즈’ 등 7개 승용차 모델이다. 이는 한국GM 전체 생산대수(78만5756대)의 약 24%에 달하는 규모다. 유럽 수출이 중단되면 한국GM의 생산량이 24% 줄어든다는 얘기다. 나아가 생산량 감소는 인력구조조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GM은 현재 부평ㆍ군산ㆍ창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 중 유럽 수출 차량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군산공장이 직접적인 구조조정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잠잠했던 GM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축소되는 한국GM의 역할

GM은 지난해 11월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의 차세대 모델(2014년형)을 해외 공장에서 개발ㆍ생산하기로 결정하며 ‘한국에서 철수하기 위한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GM은 당시 “한국GM은 GM의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장이다”며 논란을 잠재웠지만 한국GM의 유럽 수출 중단 계획으로 또다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12월 18일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판결도 GM의 한국 철수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국GM은 통상임금과 관련 근로자와 소송을 겪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앞으로 한국GM에 불리한 판결이 나온다면, 한국GM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소급분은 약 1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댄 애커슨 GM 회장은 올 5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한국에 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대의 경우, 그만큼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