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사각지대에 있는 공제회

▲ 공제회의 허술한 자산운용 체계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시급하다.

공제회는 연기금에 버금가는 대형기관투자자 중 한곳이다. 그러나 자산운용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과도한 목표수익률을 설정하면서도 필요준비금조차 마련하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 문제는 일부 공제회가 부실화하면 국민이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제회를 철저하게 감시ㆍ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공제회는 정부가 특정집단의 사회보장제도를 직접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는 경우 이를 위임받아 금융ㆍ복지기능을 제공하는 조직이다. 국내에는 60여개의 공제회가 설립돼 있다. 공제회는 다양한 금융ㆍ복지사업을 수행하면서 막대한 여유자금을 금융시장에서 운용한다.

한국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의 조합원 수(이하 2012년 기준)는 각각 65만명과 17만명이고 자금운용 규모는 20조7000억원과 8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자금운용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공제회는 12개나 된다. 공제회가 금융시장의 큰손인 연기금 못지않은 대형 기관투자자라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금융선진국의 대형 기관투자자는 적절한 투자목표를 설정하고 체계적인 투자 시스템과 투자 절차를 통해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한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의 안정적인 투자결과를 얻는다. 하지만 국내 공제회의 자산운용 현황은 글로벌 모법규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제회의 주요사업은 장기저축ㆍ보험ㆍ보증 등의 유사금융업이다. 이에 따라 공제회는 근본적으로 금융회사와 유사한 자산운영 시스템을 갖춰야한다. 특히 보증ㆍ보험 등의 공제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와 같이 준비금 또는 부채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상당수 공제회가 필요준비금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 물론 필요준비금을 추정한 공제회도 있지만 그마저도 ‘5년 내외 단기준비금’을 산출한 것에 불과하다.

 
상품구조를 설계할 때도 상품의 만기구조에 따른 중장기적 부채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무리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과도한 목표수익률을 책정하면 위험자산 투자로 이어질 공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체투자비중이 높은 일부 공제회는 자산에 대한 시가평가를 하지 않고 장부가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는 수익률을 왜곡할뿐더러 부실자산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일부 공제회에선 지급불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공제회가 부실화되면 조합원이 책임지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일부 공제회의 경우 정부 보조조항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공제회가 부실화하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온다. 감시ㆍ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공제회를 감시해야 하는 까닭이다.

대안은 생각보다 쉽다. 중장기 자산운용 전망에 연동해 보장수익률과 지급률을 주기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상품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특히 자산운용은 계획ㆍ집행ㆍ평가 3단계가 상호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을 갖춘 자산운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내 공제회는 지배구조상 해당 정부부처에서 파견된 이사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

때문에 자산을 굴릴 때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를 영입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자산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독립적인 리스크 관리와 사후적 성과평가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숙제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길이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bdkim@kif.re.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