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삼성전자가 퍼스트 무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벤처의 활력과 역동성이 양립하는 조직문화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사진=지정훈 기자)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우리 사회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각종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게 본업인 컨설턴트가 “이런 상황에선 어느 수준에서의 파국이 불가피하다”고 단언했다.

✚ 너무 극단적인 상황 인식 아닌가요?
“단적으로 정규직이 ‘철밥통’으로 있는 한 비정규직의 신세는 비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용의 유연성을 높여야 비정규직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거죠. 노동 착취야 엄벌해야겠지만, 인건비도 변동비용이 돼야 기업이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요. 땅콩 알레르기가 원인인데 땅콩을 계속 먹으면서 연고만 바른다고 두드러기가 낫겠습니까?”

✚ 원인이 뭐라고 봅니까?
“2차 성장통을 호되게 겪고 있는 거죠. 모든 게 정치화하고 전문가들마저 타락해 개인이고  집단이고 전문적 의견을 낼 주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리더십의 재구축이 가장 시급한데 정작 각계의 리더들은 연예인화하고 있어요. 경제 리더들마저 그런 경향이 엿보이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죠.”

✚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소선小善은 대악大惡과 닮았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과 닮았다’. 파산한 일본항공을 극적으로 회생시킨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한 말입니다. 급여 인상 같은 작은 선이 쌓여 파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고 구조조정은 일견 비정해 보이지만 기업을 회생시키는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는 거죠.”

엘리베이터 스피치(elevator speech)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고 이동하는 동안 사람을 설득하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말한다. 이 1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최고경영자나 고객을 설득해 내면 5분의 시간을 더 얻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본격적으로 펼쳐 보일 수도 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 겁니까?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수출로 산업화를 이뤘습니다. 서비스 시장을 확 열어야 성공한 경제 대통령이 됩니다.’ 의료ㆍ보건ㆍ교육ㆍ법률ㆍ기술 등의 서비스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할 거예요. 핵심은 의료와 교육인데 의료는 우리가 해외에 들고 나가 팔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고 교육은 실익이 없는 고비용 구조라서입니다.”

✚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가임 세대에게 우리 사회가 안정감도, 호전의 가능성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우리 사회의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고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부분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선진국들이 그랬듯이 이민 특히 전문직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 사고를 버리고 한국인의 정의를 대한민국의 가치관에 동의하는 사람들로 확장하는 거예요.”

✚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선언에 가까운 일종의 정치적 슬로건이라 구체성을 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어떻든 그 핵심은 융합경제고,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새 시장을 확보하자는 거겠죠. 융합이 산업간ㆍ업종간 접착제 역할을 함으로써 새로운 제품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저는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서비스 시장 개방이 살 길

✚ 2014년의 화두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경제 회복, 그 과정에서 분야별로 벌어질 전통의 강자와 신흥 강자 간의 주도권 싸움, 화폐의 새 모델로서 시험대에 선 비트코인 등입니다. 전통적 강자는 자동차 업계를 예로 들면 GM, 포드 같은 회사들이죠.”

✚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면 개별 기업은 확장 기조로 가야겠군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2년 몸조심했는데 이제 적극적으로 바라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 글로벌 시장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요?
“경영의 관점에서 저는 2014년을 글로벌 3.0의 출발점으로 봅니다. 1.0시대엔 수출을 했고 IMF 체제로 맞은 2.0시대엔 국가 대표 격인 대기업들이 사업 무대를 해외로 확장했죠. 3.0시대엔 중견기업들도 글로벌화를 피할 수 없습니다. 과거 대기업과 동반진출을 했다면 이제 사업 기회를 찾아 독자 진출도 불사해야 합니다. 치킨과 커피 브랜드도 시장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시대예요.”

✚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워를 넘어서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고 봅니까?
“패스트 팔로워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결국 이들 가운데서 퍼스트 무버가 나온다면 이제 준비가 됐다고 볼 수 있죠. 규모와 역동성의 양립, 이 거대 기업이 어떻게 벤처의 활력과 역동성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그런 조직문화를 가꾸고 그런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당면한 도전이죠.”
딜로이트컨설팅은 딜로이트 글로벌의 경영 컨설팅 부문으로 3만5000여 명의 컨설턴트가 몸담고 있다. 한국지사엔 약 250명이 근무한다.

✚ 컨설팅을 구매할 때 유의할 점이 뭔가요?
“우리 사회에서 컨설팅을 보는 눈은 두 가지로 대별됩니다. 맹신 또는 백안시. 저는 둘 다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컨설팅을 구매하는 건 중고차를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새 차의 경우 가격이 정해져 있어 차를 잘 몰라도 상관없지만 중고차를 사려면 차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 합니다. 아니면 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든지. 컨설팅도 해당 영역에 대한 전문성이 있고 신뢰할 만한 회사를 알아 본 후 장기적으로 계약을 맺는 게 효율적이고 비용 면에서도 유리하죠. 이 점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도 흡사하다고 할 수 있어요. 처음엔 닥터 쇼핑을 해야겠지만 치료 기간에 병원을 자주 옮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죠. 결국 자기 돈 들여 문제 해결에 필요한 조언을 듣는 것일뿐 의사결정은 자신의 몫입니다.”

✚ 그런 정도의 목적으로 컨설팅을 받는 게 의미가 있나요?
“연구소의 역할이 지식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라면 컨설팅이란 글로벌한 차원에서 지식과 경험의 격차를 메워주는 거예요. 컨설팅 회사에 의뢰한다고 100% 성공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지식과 경험 부족으로 저지르는 황당한 실수는 막을 수 있죠.”

✚ 글로벌 3.0시대를 맞아 해외에 독자적으로 진출하려는 중견ㆍ중소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재무적 관점에서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통합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진출 전략도 단계별로 다양한 옵션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고서 이 옵션 간에 저울질을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 신발시장에 진출한다고 할 때 현지 파트너를 물색해 10%의 지분투자를 하고 모니터링을 하다 지분을 늘릴 수도 있고 파트너를 교체할 수도 있죠. 손해를 보고 지분 10%를 포기할 수도 있고요.”

삼성전자 퍼스트 무버 될 수 있어

그는 한 달에 두 번가량 전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띄운다. 보통 비즈니스와 관련한 메시지를 담지만 직장 선배로서 자신의 생각을 나누려 쓸 때도 있다. 12월 초 보낸 메일에 그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한 말을 인용했다. “감옥과 수도원은 둘 다 세상과 고립돼 있지만 죄수들은 불평을 하고 수사들은 감사를 한다.” 이 편지를 그는 이렇게 맺었다. “일터를 수도원으로 승화시키느냐, 감옥으로 전락시키느냐는 자신의 자유의지와 감사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마쓰시타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밥벌이의 지겨움과 행복’을 생각해 봅니다.”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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