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나선 GS의 세가지 관전포인트

GS가 STX에너지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GS가 M&A시장에서 조심스런 행보를 띠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런 GS를 시장은 ‘세가지 눈’으로 바라본다. STX에너지 M&A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겠느냐다. 마지막 눈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막판까지 STX에너지 M&A의 뜻을 접지 않느냐다.

▲ GS가 LG상사와 컨소시엄을 구축, STX에너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허창수 GS그룹 회장.
“드디어 투자에 나섰다.” GS그룹을 두고 하는 말이다. GS는 현금성 자산은 많은데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당연히 인수ㆍ합병(M&A)에도 소극적이었다. 기업 인수전戰에 뛰어들긴 했지만 마지막 순간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GS가 STX에너지 인수에 나선 것만으로 주목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GS는 12월 11일 “LG상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STX에너지 인수 우선협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STX에너지의 최대주주 일본 오릭스와 GS-LG상사 컨소시엄 간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거래대상ㆍ거래금액 등 최종적인 거래조건을 확정하고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GS-LG상사 컨소시엄은 일본 오릭스가 보유한 STX에너지 지분 96% 가운데 72%가량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대금이 약 6000억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다. 최대주주에는 GS가 오르고, LG상사는 일부 지분(예상치 5~10%)만을 매입, 화력발전소에 석탄 등 원료를 공급하는 역할에 주력할 전망이다.

STX에너지는 국내외에서 신재생에너지ㆍ자원개발ㆍ발전사업 등을 펼치는 에너지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2873억원, 영업이익은 675억원을 기록했다.

STX에너지 인수에 나선 GS를 바라보는 포인트는 ‘성장동력인 에너지 사업 강화’ ‘인수 후 시너지 효과’ ‘M&A 시장에서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했던 허창수 GS그룹 회장’ 세가지다.

◇ 신성장동력 확보 = GS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신新성장동력 확보다. GS는 에너지ㆍ건설ㆍ유통을 핵심사업으로 삼고 있다. 그중 ‘미래 성장동력’과 가까운 사업은 에너지 사업부문이다. 유통과 건설은 미래 성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GS의 유통사업은 편의점ㆍ홈쇼핑이 핵심인데, 두 업종의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성장성이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GS가 2010년 ‘신수종 사업의 추진’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GS리테일의 백화점ㆍ마트부문을 매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건설 부문 역시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기엔 ‘바람 앞 촛불 신세’다. GS건설은 올 3분기 누적 79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에너지 사업부문은 미래가 밝다. 특히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는 지난해 276조원에서 2020년 84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GS 역시 에너지 사업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GS그룹의 에너지 계열사 GS칼텍스 매출이 그룹 총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질 정도다.

에너지 사업의 다각화 필요한 GS

그런데 GS의 에너지 사업부문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GS칼텍스를 중심으로 정유ㆍ화학 부문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쌍용(2009ㆍ현재 GS글로벌)을 M&A하고, 에너지 전문기업 지주회사 GS에너지(2012)를 설립했지만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GS글로벌은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성장발판으로 삼기 위해 M&A했지만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이다. GS에너지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자회사는 마이너스 실적을 내고 있다. GS폴리텍(폐기물에너지설비업)은 지난해 9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파워카본테크놀로지(전극용 탄소소재제조업)는 50억원, GS이엠(이차전지 양극재 사업)은 47억원, GS퓨어셀(연료전지개발업)은 15억원, GS나노텍(전기기계ㆍ전기변환장치제조업)은 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 GS가 신재생에너지·해외자원개발 등 에너지사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GS가 괜찮은 실적을 내고 있는 부문은 LNG 복합화력발전사업(GS EPS), 열병합발전사업(GS파워)뿐이다”며 “해외 발전소와 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등 그룹 신성장동력 차원에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가 이번에 STX에너지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STX에너지를 그룹의 비非정유ㆍ화학 에너지 분야의 ‘성장 촉매제’로 삼을 만하기 때문이다.

◇ 시너지 효과 기대감 =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GS가 STX에너지 인수를 통해 얼마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다. 시장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다. STX에너지가 보유한 미국ㆍ캐나다ㆍ아일랜드ㆍ우즈베키스탄 등의 해외자원광구가 GS가 추진하는 원유개발(E&P)을 비롯한 자원개발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해선 STX에너지의 자회사 STX영양풍력과 STX솔라가 GS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STX에너지의 축적된 해외자원개발 능력과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플랫폼 등을 활용해 GS그룹의 에너지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너지 사업 특성상 실적을 올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언제 날지는 미지수다. GS가 이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나치게 신중한 허창수 ‘변수’

◇ 허창수 회장의 경영스타일 = 마지막 관전포인트는 허창수 회장의 경영스타일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허 회장의 ‘안정적 경영스타일’ 때문에 STX 인수전에서 막판 발을 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GS가 주요 인수전에서 쓴잔을 마시거나 막판에 뒷방으로 꼬리를 뺀 건 허 회장의 소극적 경영스타일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인천정유(2005)ㆍ하이마트(2007ㆍ2012)ㆍ대우조선해양(2008)ㆍ대한통운(2011)ㆍ웅진케미칼(2013) 인수전에서 그랬고, 모두 실패했다.

 
M&A 업계의 한 전문가는 “GS가 인수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STX에너지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인수자금이 부족해 막판 틀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자금력이 탄탄한 GS는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나치게 조심스런 행보를 띠는 허창수 회장의 스타일 때문에 ‘GS가 STX에너지 인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시장에서 떠돈다”며 말을 이었다.

“STX에너지는 무너진 STX그룹의 계열사다. 실사과정에서 STX에너지 또는 자회사의 부실 또는 우발채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GS가 이를 떠안고 가야 하는데, 조심스러운 허 회장의 성격상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최종계약까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떠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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