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키워드 | 협동조합

▲ 1년새 국내 협동조합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사진은 이탈리아 볼로냐의 협동조합을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사진=뉴시스)
2013년 1월 29개에 불과했던 국내 협동조합 개수는 2013년 11월 말 기준 3046개로 늘었다. 월평균 276개씩 100배 이상 늘었다. 이유는 많지만 협동조합이 ‘성장’ ‘효율’ ‘이익’으로 대변되는 기업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몫했다. 이 기대감은 2014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협동조합의 활성화는 내수 중심의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 경제위기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의원 시절이던 2011년 10월 협동조합기본법을 발의하며 밝힌 취지다. 제한적이던 협동조합 설립 기준을 대폭 완화해 활성화하자는 게 이 법의 주요 골자다.

나름 이유가 있는 주장이었다. 유럽의 협동조합들이 저력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남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기업들이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감축할 때 유럽연합(EU)의 25만개 협동조합은 5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특히 스페인의 고용률은 당시 20%나 하락했지만 111개 협동조합과 자회사 120곳 등 총 255개 사업체로 구성된 기업 ‘몬드라곤’은 1만5000명을 신규고용하며 성장했다. 게다가 전세계 300대 협동조합의 연매출은 약 1조6000억 달러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ㆍ약 1조1600억 달러)보다 훨씬 많다.

이런 유럽의 협동조합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정부는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을 시행했고, 만 1년이 지났다. 그 결과 협동조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유가 뭘까. 오진완 서울시 사회적경제과 협동조합정책팀장은 “협동조합은 신고만 하면 되니까 회사 설립보다 쉽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하니까 사업하기에도 좋다”고 답했다.

하지만 오진완 팀장은 “기존 기업의 조직문화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또 다른 분석도 내놨다. 그동안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이 강조하는 효율ㆍ이윤ㆍ무한경쟁 등을 실천했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걸 보고 회의를 느낀 이들이 협동조합으로 창업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이는 대형유통업계와 프랜차이즈업계 등에서 불거진 갑을관계의 폐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같은 대기업의 불합리한 행태들이 기업에 대한 반감과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감을 더 키웠다는 얘기도 된다. 더구나 올해는 유난히 ‘갑의 횡포’가 부각됐다.
 
 
‘기업 = 실패 ’ 공식 보편화될  것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근로자인 동시에 소유주다. 의결권도 1주1표가 아니라 1인1표다. 물건을 비싸게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게 아니라 싸게 구매하거나 팔아서 조합원과 조합 이용자가 혜택을 본다. 경쟁보다는 상생, 돈보다는 사람이 중심이다. 기업의 DNA와는 정반대다. 협동조합의 가파른 증가는 경쟁ㆍ독점ㆍ효율 등 기업이 내세우던 신자유주의 가치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거다. ‘무조건 경쟁해서 이기고 살아남는 것’보다 협동과 상생, 민주적 의사결정 등을 통해 더 오래 조직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에도 협동조합의 증가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실패’라는 공식이 점점 더 보편화될 거라는 얘기다. 물론 협동조합이 늘어난다고 저절로 상생무드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김성오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은 “협동조합 간 네트워크를 만들어 회원 간 구매를 통해 자금순환율을 높이고, 협동조합 전문가를 양성해 창업자들을 컨설팅하며, 협동조합의 운영철학을 공유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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