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쿠프 인터뷰 | 윤영각 파인스트리트그룹 회장

▲ 윤영각 파인스트리트 회장. (사진=지정훈 더스쿠프 기자)
윤영각 파인스트리트그룹 회장은 “경제민주화가 보통 사람도 돈을 벌어 잘살게 되는 것이라면 사모펀드가 그 유력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파인스트리트그룹(PSG)은 최근 NH농협금융지주, KB금융지주와 더불어 우리투자증권 (우투증권) 인수전을 벌였다. 3파전으로 치러진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의 잠정적 승자는 NH다.

PSG의 경우 대체투자 전문회사로 인수자금을 사모방식으로 조달하려는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 사모펀드(PEF)는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거 사들여 경영에 참여한다. 론스타가 그랬듯 주식가치를 끌어올린 후 팔아치우는 ‘바이아웃(Buy Out)’의 투자전략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우투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의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NH농협금융지주를 선정했다고 12월 26일 공시했다. 차순위협상대상자는 KB금융지주.

-국민 정서가 사모펀드의 금융사 인수에 부정적입니다. 우투증권ㆍ우리아비바생명 노조가 PSG에 매각되는 것에 반대한 것도 사모펀드이기 때문인데요?
“국민연금과 교사, 군인, 과학기술인 공제회 돈으로 사모펀드를 만들려던 겁니다. 연기금이 바로 보통 사람들 돈이죠. 이 사람들은 이렇게 해서 단돈 10만원이라도 벌면 자식들 운동화 한 켤레라도 사줄 사람들입니다. 소비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거죠. 사모펀드가 금융 공기업을 인수할 길이 열리지 않으면 민영화의 수혜자는 결국 덩치 큰 대기업들이 될 수밖에 없어요.”

-먹튀 논란을 빚은 론스타의 학습 효과죠 뭐. 금융당국으로서야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우투증권 재매각과 구조조정에 대한 구성원들의 우려도 있었고요.
“사모방식의 자금 조달은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우투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사모펀드라는 제도를 이용하려던 것이죠. 저희가 투자자(LPㆍLimited Partner)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사모도 아니고요. PSG는 금융업을 하는 회사로 우투증권을 인수하면 투자은행(IB)으로 키울 노하우와 인력이 있습니다. 만일 주가가 오른 후 LP가 빠지겠다면 그때 새 펀드를 만들면 돼요. 이런 일은 미국의 경우 비일비재합니다. 한마디로 재매각도 구조조정도 사전에 가능성을 배제했습니다.”

- 부유층의 투자ㆍ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는 트리클 다운 효과론에 대해 회의적인가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경기부양 방법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PSG의 비전이 뭔가요?
“글로벌 IB를 해 보는 겁니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서 투자할 때 외국계 IB에 일을 맡깁니다. 우리 금융계가 자기 떡도 못 찾아먹는 셈이죠. 동양그룹은 구조조정 용역을 전문화해야 할 증권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도 제때 구조조정을 못해 위기를 맞았어요. 저희는 골드만삭스 같은 세계적인 IB처럼 선제적인 구조조정 참여, 제대로 된 부의 위탁관리 등을 해 보려고 합니다. 우투증권을 인수한다면 이렇게 해서 브로커리지의 비중을 50%에서 장차 25% 수준으로 낮추려 했습니다. 매매중개는 인터넷 거래의 영향으로 수수료율이 낮아 IB의 성장에 기여하기가 어려워요.”

경기부양 방법 다각화해야

지난해 하이마트는 1ㆍ2대주주 간에 경영권 분쟁이 생기면서 롯데에 인수됐다. 두 대주주는 이에 앞서 양자의 지분 및 경영권을 제3자에게 넘기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매각 주간사는 외국계 증권사인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이었다. 대우, 우투 등 국내 증권사들이 매각 주간사를 맡고 싶어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비슷한 시기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 주간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국내 기업을 국내에서 사고파는데 외국계 IB가 중개 역할을 한 것이다.

- 구조조정을 할 때 매각 자문 등의 업무를 외국계 IB에 맡기는 이유가 뭔가요?
“해당 IB의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해당 산업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나름의 구조조정안을 만들어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내부자들이 잘 모르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어 외부의 시각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 PSG에 미국 IB와 경쟁할 만한 전문인력이 있습니까?
“조건호 PSG 공동회장이 IB 경험이 풍부합니다.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한국계 1.5세, 2세 미국인들을 스카우트할 계획이고요. 놀라울 만큼 경쟁력이 있는 이들에게 국내 금융계가 그동안 장을 만들어주지 못했죠. 이들을 보면 한국인에게 금융 분야 DNA가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조 회장은 윤 회장의 경기고, 미 펜실베이니아대 2년 선배로 씨티은행을 거쳐 리먼브러더스 본사 부회장,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 겸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 우리나라가 금융산업에 대한 밑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한다고 보나요?
“국민소득이 2만4000달러 선에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 선진국처럼 4만 달러에 이르려면 추가로 국내총생산(GDP) 1조 달러를 창출해야 돼요. 우리가 세계 5위권에 드는 실질적인 선진국이 되려면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그 축이 바로 금융입니다. 금융산업이 발전하면 호텔ㆍ식당 등이 활황이 되고 변호사ㆍ회계사ㆍ감정평가사 등의 전문직 수요도 늘어나죠.”

▲ 윤영각 회장은 젊은 세대에게 “기대치를 낮추고 겸손히 주위를 둘러보면 도처에 신천지가 있다”고 조언했다.(사진=지정훈 더스쿠프 기자)
- 동북아 금융 허브가 실현성이 있는 아이디어라고 보나요?
“해외에서 한국계ㆍ외국인 금융인재를 데려오고 이들이 꾸준히 10여%씩 수익률을 올리면 외국돈이 왜 안 몰리겠습니까? 그런 회사가 열댓 개 되면 금융 허브도 될 수 있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세제 지원 등도 이뤄져야겠죠.”

- 금융이 머니게임이 아니라 산업의 자금 수요를 충당하는 전통적인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저는 산업과 금융은 경제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라고 봅니다. GE와 GE캐피털의 관계에서 보듯이 산업과 금융이 결합한 형태의 금융업은 해당 산업을 키우기도 하죠. 현대캐피털 같은 발군의 국내 사례도 있고요. MS, 인텔도 금융부문이 작지 않아요. 산업 발전에 공헌한 기업이 그렇게 해서 번 돈을 금융에 투입해 벌어들이는 길도 있다는 거죠. 돈 장사도 일부는 필요하겠죠.”

금융이 잘 돼야 실질적 선진국

윤 회장은 1991년 6명의 전문가와 삼정컨설팅을 창업해 국내 2위의 회계컨설팅법인 삼정KPMG그룹으로 키웠다. 그 후 2012년 이 회사를 떠나 PSG를 창업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 및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해왔다고 말했다. 파인스트리트는 뉴욕증권거래소가 있는 월스트리트의 바로 옆길로 세계 굴지의 IB들이 모여 있다. PSG란 상호엔 글로벌 IB를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겼다.

“필요하지만 아직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우리 사회의 구멍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 구멍을 내버려두면 점점 커져 자칫 우리 경제를 집어삼킬 수도 있어요. 그동안 그런 구멍을 메우려 노력했고 그 구멍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면 다른 구멍을 찾아 떠났습니다. 현재는 그 구멍을 IB로 보는 거죠. 금융이 잘 돼야 실질적인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 젊은 세대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성장 환경이 기성세대와는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환경 탓하지 말고 맨땅에 헤딩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기대치를 낮추고 겸손히 주위를 둘러보면 도처에 신천지가 있어요. 마음을 비우고 이 블루오션에서 개척정신을 발휘하면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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