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키워드 | 3D 프린터

영화 ‘아이언맨3’에 나오는 슈트제작 공정을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다. 몸의 각 부위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전체 골격이 완성되는 재밌고 신나는 장면을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영화 속 가상장면이 아니라 현실에서 구현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기억하자. 2014년은 3D 프린터의 혁명적 원년이 될 수 있다.

▲ 자금과 제조사 없이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3D 프린팅 기술이 3차 제조혁명을 부르고 있다. 자료: 더 스쿠프

3D 프린팅 기술이 갑자기 부각된 건 두가지 사건(?) 때문이었다. 먼저 세계경제포럼이 불을 지폈다. 2013년 10대 유망기술로 3D 프린팅 기술을 꼽은 것이다. 그다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2013년 초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거의 모든 제품의 생산방식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로 지목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3D 프린팅 기술이 결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3D 시스템스가 보유하고 있는 SLS 방식(소결방식ㆍ열이 가해진 분말이 결해 응고되는 현상 )의 특허가 2014년 1월 말 만료한다. 이는 2월부터 3D 프린터 가격이 크게 인하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재료ㆍ설계ㆍ유통 면에서 국내외 산업계가 커다란 변혁기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 3D 프린팅 기술이 있다.

자료: 더 스쿠프
이 기술은 ‘제품잉여시대’를 넘어설 만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나만의 개성,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해 주는 상품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쇼잉(showing)’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돈이 없거나 제조사를 찾지 못해 제품출시를 포기해야 했던 사람들도 생산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것도 큰돈을 들이지 않고 말이다. 이는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을 합친 ‘디지털 제조’ 혁명의 세상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 이젠 시제품(prototype) 제작을 위한 초기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 제품 출시 후 판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3D 프린터를 통해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세상, 이를테면 ‘팹랩’의 시대가 왔다. 기업 주도의 대량생산이 아닌, 소시민들이 직접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방식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는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인 프로슈머의 영역을 확장시킬 것이다.

가장 먼저 발달하기 시작한 분야 중 하나가 식품이다. 개인의 집 부엌에 3D 푸드 프린터가 출현한 것이다. 가령 MIT 졸업생들이 만든 디지털 초콜리티어(Digital Chocolatier)는 다양한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기계다. 필립스 디자인이 내놓은 푸드 프린터는 개인의 영양성분을 기호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자료: 더 스쿠프
3D 스캐너 산업도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결합해 3D로 스캔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연구원들이 개발 중인 스마트폰 3D 스캐닝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기만 하면, 별다른 도구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3D 도면을 얻을 수 있다. 3D 스캐너가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과 결합해 더욱 강력한 휴대성ㆍ확장성ㆍ자율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자, 이제 세상 사람들이 가져야 할 것은 창조력과 상상력뿐일지 모른다. 3D 프린터의 발달이 옹골진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해방시키는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는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그런 변화는 우리 눈 앞에 와 있다. 2014년, 그 혁명이 시작된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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