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같이읽다

브랜드와 관련된 인간적인 특성의 집합을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브랜드를 사람으로 의인화했을 때 그 브랜드가 갖는 성별ㆍ연령ㆍ사회계층ㆍ성격 등이 브랜드 개성이다. 이는 브랜드 전략 수립에 굉장히 중요하다.

10여년 전, 필자가 초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개발할 때였다. 통상적인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는 콘셉트를 확정한 다음 브랜드 이름과 디자인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디자인을 개발할 때는 의뢰 기업에서 브랜드 콘셉트를 디자인 회사에 설명하면 디자인 회사가 제시하는 개발 방향을 상호 협의해 확정한다.

당시 디자인 개발을 맡은 곳은 영국기업이었다. 그런데 이 기업은 디자인 개발에 좀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브랜드 콘셉트에 대한 설명을 받은 후 여러 장의 질의서를 보내왔다. 질의 내용은 “당신이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를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개발하고자 하는 브랜드를 의인화한 그 사람이 좋아하는 자동차는 무엇이고, 즐겨 입는 옷ㆍ영화ㆍ음악 등은 무엇입니까?”와 같은 것이었다. 브랜드를 의인화해서 해당 브랜드의 이해를 높이고자 한 것이다.

브랜드와 관련된 인간적 특성의 집합을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브랜드를 사람으로 의인화했을 때, 그 브랜드가 갖는 성별ㆍ연령ㆍ사회계층ㆍ성격 등이 브랜드 개성이다. 이는 브랜드 전략 수립에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감성적 혜택’을 제공한다. 고객과 정서적 유대감을 높여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심화시킨다. 둘째, ‘자기 표현적인 혜택’을 늘려준다. 고객이 지향하는 현재의 모습이나 열망하는 개성을 형상화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다. 셋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논조와 방식을 결정한다. 차별적이지 않은 상품이라도 광고의 구도와 분위기로 브랜드 개성을 차별화하면 브랜드를 쉽게 각인시킬 수 있다. 넷째, ‘기능적 혜택’을 강화할 수 있다. 바이크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은 바이크 사운드를 통해 ‘강인한 남성미’라는 브랜드 개성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확장’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구체화된 제품 속성보다는 추상적인 브랜드 개성의 확장 가능성이 더 커서다.

브랜드 개성을 살려라

하지만 브랜드 개성을 설정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누구에게나 수용 가능한 맹물과 같은 브랜드 개성은 좋지 않다. 브랜드 개성은 그 브랜드가 지향하는 현재 모습과 미래에 열망하는 개성을 표현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비현실적이고 완벽한 브랜드 개성은 지양해야 한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 브랜드 개성도 완벽함을 추구할 수 없다. 온갖 좋은 브랜드 개성을 덕지덕지 붙이는 것도 좋지 않다. 4개에서 5개 정도의 항목으로 브랜드 개성을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브랜드를 잘 표현하고 있지만, 고객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브랜드 개성은 배제해야 한다. 지기 싫어함, 공격적 성격, 집요함 등의 브랜드 개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것들은 고객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브랜드 개성이다. 때문에 중화하거나 제거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제니퍼 아커 스탠퍼드대 교수는 1997년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적 분석을 통해 브랜드 개성을 다섯가지로 정의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브랜드 개성은 성실함ㆍ흥미진진함ㆍ유능함ㆍ세련됨ㆍ강인함이다. 스페인ㆍ일본ㆍ한국의 브랜드 개성은 미국과 차이가 있다.

스페인은 성실함, 흥미진진함, 세련됨이 미국과 같았지만 유능함 대신 정열적임이, 강인함 대신 평화로움이 포함됐다. 일본은 성실함, 흥미진진함, 유능함, 세련됨은 미국과 같았지만 강인함 대신 평화로움이 포함됐다. 한국(2002년 한국심리학회지)에서는 성실함, 흥미진진함, 세련됨, 강인함은 같았지만 유능함 대신 귀여움이 포함됐다. 각 국가별로 문화적인 상대성이 존재하듯 브랜드 개성도 상대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