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분기 코스닥 상장기업 실적분석

▲ 기업이 신규 상장한 이후 실적 부진을 겪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경영상 변수’와 ‘실적 부풀리기’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렇게 잘나가던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자마자 실적이 고꾸라졌다. 2013년 1분기 상장한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글로벌 경기 침체 속 극심한 경영변화 때문에? 그렇지 않다. 상장 전 회계장부를 예쁘게 화장해 놓은 게 발목을 잡았다. ‘실적 부풀리기’가 화근이라는 얘기다.

# 2013년 1월 10일. 상장을 앞둔 셋톱박스 제조기업 ‘포티스’가 투자설명회(IR)를 열었다. 2012년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한 포티스는 “2013년 약 40% 증가한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며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확실한 이익구조와 차별화된 거래처를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포티스의 계획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셋톱박스 시장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40%의 성장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포티스는 상장(1월 29일) 후 8개월이 흐른 2013년 3분기 누적기준(1~9월)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주가는 신규상장 당시 6550원에서 올 1월 3일 3690원으로 반토막났다.

# 2013년 2월 18일 반도체 후공정 업체 ‘윈팩’의 상장 전 투자설명회. 윈팩은 2012년(영업이익 72억원)에 비해 다소 증가한 실적 예상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3분기까지 영업손실 53억원. 윈팩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며 모회사인 티엘아이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봤다”며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8개 신규상장사 중 5개 실적 악화

코스닥 시장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른바 ‘코스닥 루키 징크스’. 상장 전 가파르게 치고 올라갔던 실적이 상장을 기점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총 37개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이 중 3분기 보고서를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17개사 가운데 10개사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결과는 반론이 나올 여지가 있다. 37개 기업엔 상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곳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The Scoop는 상장 후 6개월이 지난 기업의 실적으로 기간을 좁혔다.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포티스(셋톱박스 제조업체)’ ‘아이센스(바이오ㆍ의료기기 제조업체)’ ‘우리이앤엘(반도체 제조업체)’ ‘아이원스(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부품업체)’ ‘지디(PC용 디스플레이 패널 슬리밍 전문업체)’ ‘제로투세븐(유아동 의류 제조업체)’ ‘코렌텍(인공관절 제조업체)’ ‘윈팩(반도체 후공정 업체)’ 등 8개사다.

▲ [더스쿠프 그래픽]
8개 기업 중 3개사를 제외한 5개사는 실적이 줄거나 적자로 돌아섰다. 아이센스는 2013년 3분기 누적 매출 603억원, 영업이익 13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4%, 영업이익 153%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아이원스의 매출은 438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8억원(13%) 성장했다.

코렌텍의 영업이익은 10억원에서 13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지디는 2013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에 비해 66억원(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제로투세븐의 영업이익도 90억원에서 39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문제는 상장 후 바로 적자 전환한 기업도 있다는 점이다. 바로 포티스ㆍ우리이앤엘ㆍ윈팩이다. 2012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한 포티스는 2013년 3분기 누적 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이앤엘(264억원→ 마이너스 4억원), 윈팩(68억원→마이너스 53억원)도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에 상장한 후 6개월만인 3분기에 실적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셈이다.

3개 기업은 상장 당시 미래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치를 내놨었다. 과거 증권사에서 주식공개상장(IPO)을 담당했던 한 금융 전문가는 “실적 전망은 그럴싸하게 해 놓고선 상장하자마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며 “6개월 후라면 어느 정도 실적이 예상됐을텐데 상장을 위해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더스쿠프 그래픽]
기업이 상장하는 이유를 보면 문제에 대한 답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비상장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는데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을 통해 돈을 빌리는데, 이 회사 대부분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익이 줄어드는 반면 금융비용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자금 조달 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상장에 나서는 것이다. 신규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실적 성장 등 그럴듯한 청사진을 내놓는다. 그래야 더 많은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다. 반면 투자자 보호 측면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의 설명이다. “기업이 상장할 때 자신의 미래 실적에 대해 마이너스 전망을 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투자자와의 신뢰 문제다. 약속과 다르게 실적이 떨어져 기업이 신뢰를 잃는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기업이 신규 상장한 이후 실적 부진을 겪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경영상 변수’와 ‘실적 부풀리기’다. 우선 실적이 악화된 신규 상장한 5개사가 밝힌 투자 리스크를 보자.

‘실적 부풀리기’로 공모가 높여

“효율적인 생산과 비용 절감을 위해 외주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향후 생산에 차질이 생기거나 외주업체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할 경우,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포티스).” “매출 대부분이 LG디스플레이에서 나온다. 2008년 말과 같은 디스플레이 패널의 급격한 수요 위축이 발생하거나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LG디스플레이와의 협상을 통해 공급단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우리이앤엘).”

▲ 2013년 1월 29일 상장 이후 영업 적자를 기록한 포티스의 코스닥 상장 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2012년 3분기 기준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91.4%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매출이 집중돼 향후 이 회사의 사업과 정책 변동에 따라 사업성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윈팩).” “경기 변동으로 인해 주 매출처인 삼성디스플레이의 대금결제 조건이 바뀌거나 재무상황이 악화되면 매출채권 회수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지디).” “중국 상하이上海에 지분율 100%인 해외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해외법인의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제로투세븐).”

요약하면 경영상 리스크는 해외시장 악화ㆍ경쟁업체의 등장ㆍ거래처 변경 등을 꼽을 수 있다.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보통 대기업에 물량을 공급하는 업체다. 거래처 변수가 경영상 핵심 요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변수는 예측이 가능하다. 5개 업체가 투자 리스크로 밝힌 것처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상장 이후 갑작스런 실적 부진의 이유가 되기엔 거리가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3년 후 장기적 관점이 아닌 6개월 후의 실적이 가파르게 줄었다는 점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코스닥 신규 상장업체는 보통 대기업에 납품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6개월이면 계약 결과가 이미 나와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런 실적 마이너스 요인을 실적 전망치에 넣지 않는다.”

▲ [더스쿠프 그래픽]
둘째 이유는 ‘실적 부풀리기’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공모가를 올리기 위해 상장 직전 시점의 이익을 최대한 늘리려고 애를 쓴다. 그래야 더 많은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장 이전까지는 좋은 실적을 보이다 상장하자마자 실적이 크게 줄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각종 수익을 상장 직전으로 몰아넣어 이익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장 직전 숫자(실적)를 좋게 보이려고 회계상 미래 매출은 모두 당겨 오고 비용처리는 상장 이후로 돌린다”며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쓰는 흔한 실적 부풀리기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전 회사 내 휴게실에 있는 커피ㆍ음료수를 없앨 정도로 비용통제도 강력하게 이뤄진다.

당연히 상장 이후 정상적으로 회계가 처리되기 때문에 이익은 줄어든다. ‘실적 부풀리기 등을 통한 이익 극대화 → 높은 공모가 산정 → 상장ㆍ대규모 자금 조달 → 상장 후 이익 감소’ 등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물론 미래 실적도 부풀린다. IPO는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받는 과정이다. 미래 비전, 성장계획 등은 필수 요소다.

하지만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실적 예상치를 밝히지 않는다. 추후 실적에 못 미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대신 투자자들에게 예상치를 살짝 흘리는 방식을 취한다. 대략 이런 식이다. “전년도에 몇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현재 사업은 성장기에 있고, 올해는 전년에 비해 몇 %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코스닥 신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20~30%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흘린다. 하지만 그들의 실적은 이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다.

상장 기준 강화가 답인가

상장하자마자 영업 적자로 돌아선 포티스ㆍ우리이앤엘ㆍ윈팩을 보자. 포티스는 2013년 매출 650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전망했다. 2012년 매출 508억원, 영업이익 43억원에 비해 각각 27%, 44% 늘어난 성장계획이었다. 하지만 2013년 3분기 누적기준 영업손실 46억원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전망치다.

우리이앤엘과 윈팩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우리이앤엘은 “계열사인 우리조명을 통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TV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며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3년 영업이익은 540억원을 예상했다. 하지만 2013년 3분기 누적기준 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윈팩 역시 2013년 매출(700억원) 대비 10%가량인 영업이익 70억원을 예상치로 시장에 내놨지만 2013년 3분기까지 53억원의 적자를 냈다.

물론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개인에게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상장을 앞둔 기업이 투자설명회에서 실적과 관련 공격적인 예상치를 제시한다”며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며 말을 계속했다. “기업이 실적 100을 전망하면 70 정도를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투자자 스스로 판단하고 수익성이 없다고 생각하면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 기업이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며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에 대해선 강력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기업이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며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에 대해선 강력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기업이 거래소ㆍ금융감독원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면 이렇다 할 규제가 없다.

1980년대에는 기업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에게 책임을 묻기도 했다. 1차적인 문제가 기업에게 있다면 2차적으로 증권사에게도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증권사가 신규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를 예상했고, 이 수치가 틀리면 증권사가 일정 기간 영업을 정지당했다. 하지만 미래 실적을 판단한다는 게 쉽지 않고, 기업가치 평가가 본질가치(자산 또는 수익가치 평가)에서 상대가치 평가(유사 상장기업과 비교 평가) 중심으로 바뀌면서 관련 규제가 사라졌다.

최근 거래소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 질적 심사를 줄이고, 최소한의 양적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 문턱을 낮춘다는 게 핵심이다. 과거 심사 기준에 미치지 못했던 기업도 보다 쉽게 상장할 수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실적이 부진하거나 투명하지 못한 기업들이 시장에 난무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결국 시장은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다. 깊어지면 ‘공멸’이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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